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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링키 Dec 05. 2016

달빛

달빛 같은 사람이 있었다.



쓸쓸한 잿빛 하늘에 뽀얀 달빛이

차갑게 번지고 있다.

번지는 달빛이 너무 예뻐 손을 뻗었다가

그 차가움에 데인 듯이 놀라

손가락을 움츠리고 말았다.

잿빛 하늘이 서서히 어둠을 드리우며

나를 삼킬 듯이 다가온다.


한번만 그 빛을 내 손안에 움켜질 수 있다면,

단 한번만이라도 그 뽀얀 살결을 만질 수 있다면, 나를 짓눌러오는 이 어둠이

조금도 두렵지 않을텐데.


두 눈 가득 차오르는 억울함에

나의 달빛은 뿌옇게 흐려져가고,

나는 점점 더 환해지는 달빛을 만져보지도 못한채 어둠 속으로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그 때, 한번 더 용기내어 볼 걸 그랬다.

다시 한번 손을 뻗어 볼 걸 그랬다.


그 차가움에 내 온 몸이 얼어 붙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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