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같은 사람이 있었다.
쓸쓸한 잿빛 하늘에 뽀얀 달빛이
차갑게 번지고 있다.
번지는 달빛이 너무 예뻐 손을 뻗었다가
그 차가움에 데인 듯이 놀라
손가락을 움츠리고 말았다.
잿빛 하늘이 서서히 어둠을 드리우며
나를 삼킬 듯이 다가온다.
한번만 그 빛을 내 손안에 움켜질 수 있다면,
단 한번만이라도 그 뽀얀 살결을 만질 수 있다면, 나를 짓눌러오는 이 어둠이
조금도 두렵지 않을텐데.
두 눈 가득 차오르는 억울함에
나의 달빛은 뿌옇게 흐려져가고,
나는 점점 더 환해지는 달빛을 만져보지도 못한채 어둠 속으로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그 때, 한번 더 용기내어 볼 걸 그랬다.
다시 한번 손을 뻗어 볼 걸 그랬다.
그 차가움에 내 온 몸이 얼어 붙는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