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다.
기억나는 한 순간.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거라 말했던 나.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던 너.
더 많은 것들이 복잡해지고 더 힘들어질,
그 굴곡진 인생의 시작점에 불과한 고요한 그곳에서 어린 연인들은 작은 손을 마주 잡고 서 있었다 .
술집의 불빛들이 일렁이는 속에 작은 방공호 같았던 작고 낡은 건물 밑 어둡고 아늑한 그늘 아래에서,서로의 서툴고 풋내나는 사랑을 작은 손 가득 담고, 그 손을 꼬옥 마주잡고.
먼 훗날도 우리가 함께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서로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꿀렁이는 인생의 파도 속에서 두 손을 여전히 잡은 채, 보다 고요했던 우리의 그 시작점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땐 몰랐다.
절대 놓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던,
마치 한 몸과도 같이 엮여 있던 그 손을,
찢기듯이 놓게 될 줄은.
어린 연인들은 너덜하게 찢긴 각자의 손을 애써 감추며 인생의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한 손은 아마도-
찢어진 한 쪽 손을 어루만지거나,
찢겨진 기억을 잊은듯이 다른 이의 손과 한 몸 처럼 엮여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땐 몰랐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