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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링키 Jan 29. 2017

어린 연인들.

그땐 몰랐다.

                                                                                                                

기억나는 한 순간.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거라 말했던 나.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던 너.


더 많은 것들이 복잡해지고 더 힘들어질,

그 굴곡진 인생의 시작점에 불과한 고요한 그곳에서 어린 연인들은 작은 손을 마주 잡고 서 있었다 .

술집의 불빛들이 일렁이는 속에 작은 방공호 같았던 작고 낡은 건물 밑 어둡고 아늑한 그늘 아래에서,서로의 서툴고 풋내나는 사랑을 작은 손 가득 담고, 그 손을 꼬옥 마주잡고.

먼 훗날도 우리가 함께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서로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꿀렁이는 인생의 파도 속에서 두 손을 여전히 잡은 채, 보다 고요했던 우리의 그 시작점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땐 몰랐다.

절대 놓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던,

마치 한 몸과도 같이 엮여 있던 그 손을,

찢기듯이 놓게 될 줄은.


어린 연인들은 너덜하게 찢긴 각자의 손을 애써 감추며 인생의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한 손은 아마도-

찢어진 한 쪽 손을 어루만지거나,

찢겨진 기억을 잊은듯이 다른 이의 손과 한 몸 처럼 엮여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땐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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