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버린 온기를 그리워 하며-
겨울에 길을 걷다 보면 언제나_
차갑게 얼어버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갑 한 짝을 보게 된다.
분명 누군가가 실수로, 의식하지도 못한채 흘려버린 장갑일테지만, 어쩐지 홀로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어떠한 작은 온기도 없이 마치 길 위에 뿌리내린 채 돋아난 것 처럼, 겨울 내내 홀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처럼, 그렇게 오롯이 얼어붙은 길바닥 위에 마치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모양새가 제법 쓸쓸해 보인다.
몸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겨울 바람으로부터 작은 손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벌을 받는 걸까.
그를 향해 측은한 듯 머물러있던 시선을 거두며 이내 장갑을 낀 오른손과 장갑이 없이 빨갛게 얼어
버린 왼손을 상상해 본다.
좌로 우로 북으로 남으로 불어오는 겨울 바람 속에 작은 손 마디마디가 붉게 할켜지는 동안
왼손은 떠올릴 것이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조금은 따가웠던,
그러나 그보다 조금 더 따뜻했던,
마치 자신의 껍질과도 같았던 아늑함을.
이미 놓쳐버린, 이제는 멀어져버린, 그리운 봄을 닮은 그 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