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은 깊다, 이 도시의 묵직한 침묵.
가로등 불빛마저 지친 듯 떨리는
희미한 메타포.
우리가 건너는 암울한 시절 그 자체.
먼 산 능선처럼 짙게 드리운 절망의 윤곽.
밤은 수많은 눈을 가졌으나, 앞을 보지 못한다.
오직 스스로를 비추어 상처를 들춰내는 시간.
침묵은 이 시대의 언어.
고독한 벽에 기댄 그림자만이 진실을 속삭인다.
꿈이란 희미한 별빛,
손을 뻗으면 멀리 있고 잡으려 하면 흐릿해진다.
가슴속에서 삭아 문드러지는 억압된 목소리의 파열음.
어둠은 모든 색을 지우고 회색의 공포만을 남긴다.
밤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검은 깃발을 펄럭이며 들이닥치는 차가운 바람.
숨 막히는 공기, 알 수 없는 울음과 쇠사슬 소리.
벗어날 수 없는 미궁처럼 밤의 장막은 두껍다.
가장 깊은 밤, 새벽이 오기 직전의 어둠.
절망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려는 찰나.
하지만 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는 불꽃이 있다.
작고, 미약하나 죽지 않는 저항의 씨앗.
어둠 속에서 비로소 우리의 얼굴이 서로를 알아본다.
우리는 홀로가 아니었음을.
이것은 밤의 정점이며, 곧 밤의 끝.
긴 밤의 끝, 동이 터오기 직전.
가장 먼저 밝아오는 것은 하늘이 아닌 우리의 눈빛.
밤은 모든 것을 앗아갔으나, 기억과 연대를 남겼다.
이제 밤은 물러간다.
그것은 지나간 고통의 메타포일 뿐.
옅은 잿빛을 뚫고 솟아나는 희망의 여명.
밤이 남긴 상흔을 안고, 우리는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나 잊지 않으리, 이 흑암의 기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