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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Jun 29. 2021

통하였느냐? 그럼 되었다.


아이들이 네 살 차이가 나서

공부 수준이야 당연하고

여가시간에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 보는 책, 가지고 노는 것 하나까지, 어느 하나 맞는 게 없습니다.


작은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놀이에

큰아이는 맞춰주는 듯하다가도

금세 그림 그리기나 책 읽기로 돌아서버립니다.


“누나 미워! “

를 외치며 징징대는 아이를 달래어

“엄마가 해줄게 뭐하면 돼? “

라고 묻고 어색하게 앉아보지만,

정말로 재미있어하며 노는 건 너무 다른 차원이라

아이는 금세 눈치채고는

“엄마 그만해도 돼”

라는 세상 미안한 멘트를 날립니다.


어른이 아무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아주려 애써도

알고 있는걸 다 잊어버릴 순 없으니

모르는 척, 재미있는 척만 할 뿐인걸

아이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이럴 때 ‘과장된 리액션 강의를 들어야 하나’ 란 생각도 듭니다. 매사 너무 진지한 엄마입니다.


친구가 항시 같이 놀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학원가는 친구들의 빈 시간에만 함께 놀다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남매가 통할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순간을 눈으로 캡처하듯 응시하게 됩니다.

세상 흐뭇한 엄마 사람의 자식 캡처. 하하.




찰리와 롤라라는 책에는 여동생 롤라가 나옵니다.

오빠인 찰리가 쪼그맣고 아주 웃긴 여동생이라고 말하는 롤라. 롤라에게는 눈에 안 보이는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동수’ 랄까.


한국어 번역책에는 소찰퐁.

원서에서는 Soren Lorenson.


책에서 소찰퐁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흰색으로 그려져 있는데 작은 아이가 책을 보다가

“얘 잘 안 보여도 만져보면 알아. 약간 튀어나와있어”

라고 합니다.

그 말에 큰 아이가 얼른 달려와 만져보더니

“진짜? 어? 진짜네! “

라며 마주 보며 웃습니다.

까르르. 까르르.


내겐 퍽이나 아무것도 아니어서 한번 웃어주며

‘그러네’ 했는데 뭐가 그리 재밌는지 둘이서 한참을

만져보며 웃습니다.


‘엄마는, 너무 아는 게 많아서 못 웃겠다.

너네가 웃으니 좋긴 하다’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피식 웃습니다.




또 가끔 큰아이가 번역을 해줄 때도 있습니다.


작은아이가

“ 엄마 나는 마인 크래프트나 페파 피그나 아빠처럼 잤으면 좋겠어. “

라고 합니다.

너무 뜬금없는 말에 어리둥절한 눈으로 큰아이를 바라보자 아이가 술술 해석을 해줍니다.

“마인크래프트에서도 침대를 꺼내면 바로 자고

페파 피그에서 페파도 누우면 바로 자고

아빠도 누우면 바로 자니까

자기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얘기야..”

아이는 누나의 해석이 맘에 들었는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 알림장을 체크하는 절 보더니

큰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말합니다.

“아 불쌍해, 알림장 엄청 많이 쓰네. 고학년 되면 알림장 안 써도 된다? “

라며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 말이 제겐 너무 의아해서 작은아이에게

“너 알림장 쓰는 거 싫어?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그럼 싫치! 엄청 오래 걸려! 누나 좋겠다.”


저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형제자매가 있다는 건

좋은 영향일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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