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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Nov 04. 2019

쓱데이는 이마트를 다시 뾰족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뾰족함 을 만들 것인가? - 비즈니스의 본질에서 시작하라

2019년 11월 2일은 쓱데이였다. 쓱데이가 뭐냐면 신세계가 그룹 내 모든 유통 채널을 동원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를 모방하여 기획한 할인행사 날이다. 몇 가지 점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맘 카페 타임라인에는 이마트의 현재 상황을 물어보고 답하는 글들과 럭키박스 구입성공 여부 등이 올라왔다.

신문기사에는 오랜만에 이마트에 입장 대기줄이 서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최근 이마트에 대한 우려기사들이 나왔었기에 오래간만에 보기 힘들었던 사진들이 등장했다. 구글에 이마트를 검색하면 영업익 급감과 대형마트 수난시대란 기사들이 보이는데 쓱데이를 하루 진행한 날 대형마트에는 오랜만에 긴 줄이 늘어섰다. 쓱데이는 오프라인의 행사만은 아니었다. 그룹 내 모든 채널의 행사였기에 온오프라인 모두가 참여한 행사지만 사실 대형마트를 위한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면 신세계백화점 실적은 여전히 견실하고 면세점도 같이 출점한 신규 면세점들이 나가떨어지고 있는 반면 기존 신라, 롯데를 비집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실 그룹 내 문제는 이마트와 몇몇 오프라인 사업부문과 쓱닷컴의 평행선이다. 이를 쓱데이 하루로 타개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방법을 모색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의 확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대형 유통사의 대응이 관전포인트다. 출처 : 구글, 부산일보>

신세계 그룹의 쓱데이 한 번으로 온라인으로 기울어가는 운동장이 다시 평평해질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로 신세계가 대한민국 유통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보여주려는 의도, 특히 이마트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뉴스 보도에 따르면 물론 신세계 홍보실의 보도자료에 따른 거지만...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2일 열린 첫 번째 ‘대한민국 쓱데이’에 모두 600만 명의 고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한 4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날 이마트를 찾아 쓱데이를 이용한 고객은 약 156만 명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71%, 구매고객 수는 38% 늘어난 수치다. 10월 28일부터 사전행사를 진행한 SSG닷컴도 매출 163%, 고객 수 131% 증가했는데 이중에 이마트몰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행사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신세계TV쇼핑 360%, 신세계L&B 201%, 신세계면세점 177%,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133%, 신세계인터내셔날 103% 등 대부분의 회사가 전년 대비 100%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세계 특히 이마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신세계 그룹의 핵심 문제는 전국에 산재한 이마트이다. 또한 이마트에 입점해 있는 '자주'나 '디자인 유나이티드' 등의 PB도 같이 영향을 받고 있는다. 그래서 이마트의 건재함과 향후 방향성에 초점을 둔 보도자료이다.

신세계 즉 이마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를 먼저 정리해보자.


(1) 이마트는 전 국민의 브랜드다.

먼저 이마트가 쓱데이에 내건 마케팅 캐치프레이즈는 "대한민국 쓱데이, 국민 가격"이다. 이마트는 1999년 창동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에는 NB(National Brand)라 불리는 소위 제조업체들이 물건들을 들이지 않아 줘서 고민할 정도로 한국에서 대형마트란 생소한 업태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어떠했나? 전국에 도시마다 노란 깃발을 한 달에도 몇 개씩 꽂으며 성장해 갔고 신세계 그룹을 키워주었다. 그러나 요즘 대형마트는 마치 계륵처럼 느끼게 하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이런 부정적 시선을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이미지란 한방에 훅 가게 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이마트가 오픈하는 날이면 그 동네는 마비되고 말았다. 요즘은 그런 날이 있던가? 스타필드 오픈하는 날 정도인데 교외에 있고 일 년에 하나도 오픈하기 힘든 업태다.

이마트 부실점포는 정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마트 대장주는 이마트이고 "살아있네"를 외치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한국의 쓱데이는 이런 맥락에서 흘러가고 있고 쓱데이의 주인공은 이마트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6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중복을 제외한 숫자는 아니다. 각 채널별 구매고객 수를 일괄 합친 숫자일텐데 전 국민 9명 중에 1명은 이날 신세계 그룹 퍼포먼스에 참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쓱데이는 이마트를 살리기 위한 대외 커뮤니케이션 네임이고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이마트의 뾰족함을 다시 살리려는 마케팅 메시지다>

(2) 이마트의 성장성은 아직 on going이다.

전년대비 매출 71%, 고객 수 38%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마트가 한번 일을 벌이면 하루 만에 이렇게 대단한 숫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 매출 5% 성장하고 온라인 커머스가 힘을 얻어가는 때에 고객을 평소보다 38%를 매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의 구매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SSG닷컴도 매출과 고객도 증가했는데 이중에 이마트몰 매출이 가장 높다고 했다. 이는 온오프라인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현재 온라인의 대장주는 누가 뭐래도 쿠팡이다. 하지만 온라인이 시장 전체를 커버한다는 것이 아직 불가능하며 이마트가 맘먹으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쿠팡의 서비스는 커머스의 핵심인 가격과 MD(머천다이징:수요 내용에 적합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알맞은 시기와 장소에서 적정 가격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일련의 시책)이 아니라 빠른 배송과 무료배송 정책이었다. 이마트가 할 수 없어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쿠팡은 1조 원 대 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을 키우는 중이다. 이마트가 배송정책을 쿠팡처럼 한다면 다른 다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신세계 TV쇼핑 360%, 신세계 L&B 201%, 신세계면세점 177%,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133%, 신세계인터내셔날 103% 등 대부분의 회사가 전년 대비 100%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신세계TV쇼핑은 T커머스로 불리지만 일반 고객들은 그냥 홈쇼핑으로 본다. 신세계L&B는 이번 쓱데이에 국민와인이라고 칭한 ‘G7’을 반값인 3450원에 선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같은 후발주자인 두타와 한화가 두 손을 들고 시장에서 나갔지만 본점과 강남점 인천공항점에서 기존 신라 롯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스타필드는 여전히 교외 복합쇼핑몰의 선두주자이고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백화점과 이마트에 상품도 공급하지만 화장품 비디비치의 선방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은 트레이더스나 이마트24, 노브랜드, 삐에로쇼핑등은 자리를 더 잡아야겠지만 이번 쓱데이를 통해서 그룹 전체의 위세를 한 번에 과시하면서 시너지가 날만한 일들을 테스트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그룹 관계자의 언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알리바바의 광군제도 2009년 첫 시작 당시 매출액은 5000만위안(83억5000만원)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2135억위안(34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4000배 넘는 성장을 이뤄냈다”며 “대한민국 쓱데이’도 이번 첫 행사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고객들이 열광하는 상품과 혜택을 더욱 보강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쇼핑축제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서 고민하고 가야 할 것은 사실 신세계 혹은 이마트의 행보는 아니다. 최근 이마트의 적자 소식이나 폐점 소식을 전하거나 이커머스에 밀리는 오프라인의 리포트들을 보면 정말 대형마트가 사라질 것처럼 우려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아마존이 급성장하면서 월마트가 힘들 것이라는 기사들이 넘쳐났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월마트는 더욱 탄탄하게 변신하고 고객과의 라스트 마일과 고객 경험을 다르게 만들어가기 위한 우버를 통한 배송, 직원 퇴근길 배송, 온라인 주문 월마트에서 픽업 등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마트는 정말 사라질 업태일까? 이런 고민들을 해 보면서 쓱데이가 이마트의 무뎌진 뾰족함을 다시 날카롭게 세워줄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뾰족함이라 개인이든 기업이건 생존의 무기이자 나를 선택받게 하기 위한 필살기라 했다.

이마트가 출범할 다시 슬로건이 있었다. "Everyday Low Price"였다.

이후에 "대한민국 1등 할인점"이었던 때도 있었고 최근 회사 소개 페이지에 비전란에는 "풍요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고 쓰여있다. 물론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 마케팅 메시지 비전 미션 등이 혼재되어 사용되어 소비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도 않으나 현재의 "풍요로운 가치"는 작금의 마트가 처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초저가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아마존이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We invest to save)’는 슬로건 아래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와 혁신을 하는 것처럼 신세계도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비즈니스의 뾰족함을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느낀다. 이마트가 한국에 처음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매일 제일 저렴한 가격이라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유통정책에 열광했다. 그리고 점차 소비여력이 늘어나면서 저가보다는 좀 더 가치 있는 상품으로 구매하려고 이동하면서 이마트도 회사의 본질을 조금씩 바꿔왔다. 지금은 어떠한가? 다시 국민가격을 내세우며 비즈니스의 본질을 되돌리고 있다. 그리고 소비환경의 변화에 맞게 다채널과 온라인과의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

뾰족함을 만드는 방법으로 비즈니스의 본질처럼 중요한 것이 있을까? IMF를 기억 못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당시 IMF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한국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이었다. 웬만한 기업들은 건설사를 다 하나씩 만들었다. 왜 아마도 자금을 숨기거나 만들기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건설사들은 자신들이 해 보지도 않은 유통사를 하나씩 갖기 시작했다. 노원구에 가면 건영옴니백화점이나 한신백화점 등이 있었다. 지금 그 회사들을 볼 수 있는지 찾아보시라?

이마트는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까?

-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백화점이 명품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브랜드 매출들은 신통치 않다. 이마트 내에 있는 패션 등도 유사할 것이다. 다만 가전을 일렉트로마트로 확장시켜 좀 더 경험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지만 매출과 잘 연결되고 있는지는 글쎄다. 왜냐면 직구나 양판점과 온라인의 공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보인다. 문제는 가장 핵심인 양극화이다. 유통구조의 양극화 가격의 양극화 결국 소비의 양극화다.

명품도 하이엔드 명품은 되지만 매스티지는 된서리를 맞았다. EDLP(매일 저가) 외치는 마트도 가치를 외치고 있다 보니 다이소 같은 초저가 채널이 언젠가 소비자 라스트 마일에 깔렸다. 게다가 가족 구성원수는 줄면서 대형마트의 대용량보다는 동네슈퍼의 소포장이나 슬세권(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거리)의 편의점이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형태다. 게다가 무거운 거는 온라인에서 다 가져다준다. 정말 사면초가도 이런 사면초가가 없다. 이마트는 정말 다해야 한다고 본다. 뭐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의 변신도 본질은 아니다. 유통의 본질이 살아야 공간도 역할을 한다.

- 마트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라

소비자에게 마트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해보고 현재의 본질로 옮겨가야 한다. 가족의 일주일 생활을 책임지는 곳이었는데 이런 가족의 생활이 파편화되었으니 이에 맞는 가격정책과 MD정책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고 온라인에 버금가는 편리한 배송정책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이마트가 시작한 새벽배송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아침에 밥 먹기 위해 새벽배송하는 게 아니다. 집안에 사람이 없는 낮에 배송 오는 것보다는 있는 새벽에 오는 것이 배송으로서 본질에 더 가깝다. 꼭 새벽에 와야 밥 해 먹는 거 아니지 않나? 동네 슈퍼보다 배송 허들이 높다. 심지어 동네 야채가게는 만원 어치만 사도 오토바이로 바로 배송해준다. 라스트 마일의 고객 경험을 분석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 가족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라

온 가족이 쇼핑을 나서면 쇼핑 이외의 즐거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마트의 경쟁력은 참 애매하다. 맛집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마트의 F&B가 퀄리티가 훌륭하지도 가격이 정말 저렴하지도 않다. 그래서 어렵겠지만 미끼 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테넌트 매장 개발에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도 작은 복합몰이 되도록 리뉴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스타필드나 대형 쇼핑몰로 다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쇼핑도 즐거움을 주는 행위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업의 본질로부터 뾰족함을 다시 만들자.

기업의 본질을 살펴보려면 회사의 홈페이지에 가서 회사 소개 편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어떤 생각으로 경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늦는 회사들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변화하고 있어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그네들의 비즈니스의 본질이 현재 어떤 형태를 보이고 있는지 비전이나 미션, 슬로건, 캐치프레이즈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현재 비즈니스가 만들어가야 할 뾰족함을 이 수려한 미사여구들을 통해서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미션이나 비전이 그 기업이 행하는 비즈니스와 매우 결이 잘 맞고 있다면 이 기업은 새로운 연필깎이를 들여놓고 계속해서 연필을 깎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뾰족하게 만들고 보여준 다음 현장에서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틀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첫 단추를 잘 뀌어야 하는 것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내가 속한 부서가 내가 일하는 회사가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국가가 어떤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있는지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멋진 슬로건 하나로 먹고 가는 비즈니스도 있다. 

<이거 하나로 영원히 먹고 살거 같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 /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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