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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Nov 01. 2019

머털도사가 화나면 머리카락이 뾰족해지는 이유는?

왜 뾰족해져야 하는가?

<머털도사> 참 재미있는 한국 TV애니다. 선과 악의 대결이 기본축으로 과거가 배경이지만 내용은 현대인의 삶의 이야기이자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89년 MBC에서 방영되었고, 시리즈로 <머털도사와 108 요괴>, <머털도사와 또매> 이듬해에 제작되었다. 2012년에 머털도사 시리즈를 기반으로 현대화된 <머털도사>가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에 연령에 상관없이 알만한 한국형 해리포터 시리즈라 하겠다. 89년 방영될 당시 시청률이 55%까지 나왔으니 아주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시리즈의 기본 줄기는 더벅머리 머털이가 누덕 도사와 함께 뾰족 뾰족 머리털을 세우면 도술을 부리며 악의 축인 왕질악 도사를 물리치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포맷이고 동화 같은 스토리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재미와 감동과 메시지를 전한 수작이다. 대학 때 교수님도 머털도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셨고 심지어 이 시리즈를 가지고 리포트를 내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1989년과 1990년에 나온 머털도사 시리즈 출처 : https://koreancontent.kr></div>

이름도 그냥 지은 이름이 아니다. 누덕 도사의 '누덕'은 그의 옷처럼 해지고 찢어진 곳을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깁거나 덧붙인 모양을 말하지만 한자로 누덕() 덕을 쌓다는 뜻도 있다. 머털은 머리털의 약자이자 이 스토리의 핵심 아이템이다. 반대편 악의 축 '왕질악'이 이름은 거꾸로 하면 악질왕이다. 초기 버전에서 왕질악 도사의 제자 이름은 꺽굴이인데 반대로 하면 꿀꺽이 된다. 욕심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그려진다.

뾰족함을 이야기하려다 머털도사 이야기를 길게 했는데 핵심은 그렇다. 머털도사가 도술을 부리기 위해서는 머리카락을 뾰족하게 세워야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89년 버전에는 왕질악에게 당해서 머리카락을 홀랑 태워먹고 힘을 못쓰는 장면이 나온다.

머털도사가 힘을 쓰기 위해서 머리를 뾰족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기 위해서는 뾰족해야 한다. 앞선 이야기에서 뾰족함이  필요한지 대략 살펴보았으나 좀 더 세부적으로 뾰족함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귀결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란 이야기다.

(1)초공급과잉의 시대 둥글둥글해서는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초공급과잉 시대라 해도 취향의 시대이기도 하니 둥글둥글 개성 없는 상품들도 팔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둥글둥글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자세히 살펴보면 뾰족하다. 많이들 아시는 무인양품이나 노브랜드 매장에 가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형태를 가졌지만 이러한 형태가 그들만의 뾰족함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 안이 뾰족하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이 내놓은 상품중에 <ㄴ> 자 모양의 양말이 있다.

<무인양품의 직각 양말 출처 : https://www.muji.com/kr/socks/>

이 양말을 탄생 배경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발목은 L자로 되어 있는데 왜 양말은 <ㅣ> 자 모양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그전까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당연히 더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양말이 유명 디자이너와 콜라보를 하거나 최상의 실크로 만든 것은 아니다. 어렵지 않지만 관성으로 지내온 양말의 모양새 하나의 변화로 새로운 뾰족함을 갖게 된 것이다.

항공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FSC(Full Service Carrier)만 있던 시대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다 맞춰주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LCC(Low Cost Carrier)들이 등장하면서 각자 개성을 나타내는 방향으로 항공서비스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국내에선 독과점 성격으로 항공서비스가 오래 구축되면서 소비자는 선택할 기회도 없었다.

그래도 제주항공, 서울에어, 티웨이 같은 LCC 항공사가 나오면서 가격경쟁으로 인해 항공료도 많이 내려갔고 각 항공사의 특징을 만드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면서 옥석이 서서히 가려지는 듯하다.


(2) 남들이 다하는 방법으로 시작하면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 소셜커머스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2008년 미국에서 그루폰이 등장하였고 2010년 한국에선 티몬 위메프 쿠팡이란 회사들이 등장했다. 소셜커머스의 본 의미는 SNS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로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이면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 이 회사들은 이미 오픈마켓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커머스 전체 시장을 흔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쿠팡의 행보는 그러하다.

쿠팡이 가져온 지각변동은 기존 커머스가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로켓배송>이다. 다음 날 배송에 무료배송이라는 시장에 없던 뾰족한 서비스가 시장에 메기 같은 역할을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당일 배송이 가능한 <로켓와우>를 선보였고 다양한 새로운 각을 세우고 있다. 물론 오랜 적자 탓에 말도 많지만 한국 커머스 시장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


<쇼핑앱 1위 쿠팡,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는 마켓컬리 출처 :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910080232v 와 유투브광고>

마켓컬리는 어떤가? 새벽배송이라는 전대미문의 서비스를 론칭하고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회사들이 다 따라오고 있다는 자신감의 광고까지 론칭을 했다. 물론 마켓컬리도 적자 누적에 대형 커머스사의 시장 진입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초공급과잉 시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움이라는 무기의 뾰족함을 장착해야 한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내포하는 미래의 무한 경쟁 속에서 새로움 없는 레거시는 과거보다 훨씬 빨리 무너져 내릴 수 있다.


(3) 시장지배력은 돈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신파워 밀레니얼이 등장했다.

초호황 시대를 누려온 베이비부머들은 성장기에 많은 것을 누렸고 시장의 주요 세력이었고 여전히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어디를 가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들을 대표하는 아이돌 BTS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경제적 효과만 해도 5조 5천억(포브스)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합쳐 MZ세대라고도 하는데 왜 이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섰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과거 네트워크 시대 초창기에는 네트워크상 정보가 소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초연결 시대라 불리고 있고 이 네트워크상 정보를 좌지우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밀레니얼이다. 아직 그 구매력이 시장 전체 파이의 탑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들이 영향력이 베이비부머들에게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기사 제목이 밀레니얼 세대 `대세`…"잡으면 살고 놓치면 죽는다" 출처 :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02/71991/>

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다른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왜 이들은 기존 세대들과 더욱 두드러지게 뾰족 해졌냐를 이해하고 가야 한다. 이들은 자유화의 물결을 제대로 이용하고 네트워크가 삶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기존 X세대보다 네트워크 중심적으로 활동하고 의사결정이나 구매가 네트워크 상에서 이뤄진다. 이들은 이미 GDP가 1만 불이 넘어선 시대에 태어났고 이후 활동 시기엔 각자도생이라는 말처럼 활황기에 활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고 취향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대다. 이 세대들을 공략하는 뾰족함이 없이는 퇴보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초공급과잉, 새로운 것이 득세하는 네트워크 시대, 이 네트워크 시대의 주인 밀레니얼의 등장으로 뾰족함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물론 이러한 이유 외에도 양극화로 인해 중산층의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중견 비즈니스들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베끼는 기술로는 생존하기 힘들어지고 있고 신기술의 빠른 발전이 이런 뾰족함을 만드는 좋은 도구가 되어 주고 있는 등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도 많다. 다만 뾰족함이란 의미는 시대가 급변하고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필살기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더욱 새겨야 속도의 시대에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 뛰어난 재능이 눈에 뜀을 비유)로서 선택받을 수 있다.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 /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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