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하찮아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단상
옷을 살 때마다 재킷 안쪽 주머니나 바지 뒤쪽 주머니에 여분의 단추가 들어있다. 어떤 옷들은 택에 달려있기도 하다. 버리긴 아깝고 언젠간 단추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나둘씩 모아둔 단추가 한 상자 가득이다.
옷에 달린 단추는 역할이라도 있지만 너는 옷이 버려지는 날에도 상자 속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너도 누군가의 가슴에 달려 그의 가슴을 채워보고 싶지 않니? 잃어버려 찾을 수 없어지더라도..
- 시인 홍용기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