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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May 19. 2016

"절반의 경계"

언제, 어디로든 달려가버리는 마음을 위해

마음이란 늘 제멋대로여서 좋은 일이 생겨도 금방 나쁜 점을 찾아내고, 나쁜 일이 생기면 그 보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며 겁을 준다. 웬일로 즐거운 마음이 든다 싶으면 어느새 그 일과 관련된 슬픈 일화를 꺼내 들면서 '이제야 이렇게 행복해지다니' 라며 드라마 속 슬픈 여주인공을 흉내내곤 하는 것이다.


관계에서 '동반'이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내달리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삶에서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 역시 마찬가지일테고.


피아노의 건반은 우리에게 반음의 의미를 가르칩니다. 반은 절반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동반을 의미합니다. 모든 관계의 비결은 바로  반과 반의 여백에 있습니다. '절반의 비탄' '절반의 환희' 같은 것이며, '절반의 패배' '절반의 승리'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절반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만 있다면 설령 그것이 환희와 비탄, 승리와 패배라는 대적의 언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동반의 자리를 얻을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동반'


쓰는 단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없고, 그가 품지 못할 아픔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무작정 기대도 될 것 같은 너른 품을 가진 사람.


그런 이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 별처럼 내 가슴으로 와 박힐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구나. 내가 기댈 누군가를 찾기 보다는 누군가가 내게 찾아와 기댈 수 있게 해야겠구나.


실패의 아픔도 성공의 환희도 언제나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담고 있음을 안다면. 언제든 지금과는 정반대로 내달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래서 나와는 다르게 보이는 당신의 마음도, 역시나 내 마음처럼 정반대로 달려와 나에게 닿았구나, 느낄 수 있다면. 나도 별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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