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희 Jun 10. 2016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힘든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전인권, <걱정말아요 그대>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말이 모든 지나간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는 말로 들렸다. 그러니까, 날 아프게 한 그 놈도 슬픈 그 일도 실은 어떤 교훈일거라는 말로 생각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다시 상처를 줬는지. "상처 준 그 사람 잊어버려! 그런 놈을 떠올리며 보내는 시간이 억울하지도 않아?" "그 일로 인해 배울 점을 생각해봐. 나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일이라야 상처를 덜 받을테니까." 상처 받은 모두는 아마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괴롭지 않을거라고 생각할테니까. 나도 그랬다. 잊기 위해, 뭐라도 배우기 위해 매번 그 일을 곱씹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 일을 잊으려는 억지보다는, 그 일로 뭔가를 배우려는 애씀보다는 어쩌면, '지나갔다' 는 말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람은 언제 가장 괴로울까? 아마,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아닐까? 내 맘을 나도 어쩌지 못하겠을 때,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데 사랑하고,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내 마음이 자꾸 과거에 매달려서 괴롭다. 그러다 생각한다, '내가 이러면 안되지, 어서 잊고 앞으로 나가야지! 교훈을 찾아야지!' 이제는 다 지나서, 어쩌지 못하게 돼버린 일로 마음을 쓰고, 이미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우리 모두는 괴롭다. 


사실 사랑하지 않으려 한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고, 잊으려 한다고 잊혀지지는 않는다. 나를 다그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수록 상처 받은 마음은 떼를 쓴다. 마치 무거운 짐을 메고 산을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괴로운 순간에, 정말 해야 할 일은 그 일이 이미 지나버렸음을 인정하는 것, 아닐까? 그 일을 잊으려하는 것도 교훈을 얻으려 하는 것도, 아직 잊혀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임을 깨닫는 것 말이다. 정말 과거가 돼버린 일은 문득 떠올라도 나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하고 있는 일이, 실은 그 상처를 자꾸 들춰내서 다시 또 생채기를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지 않고, 아물지 않은 딱지를 떼어내면 덜 차오른 새 살 사이로 피가 난다. 잊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교훈을 얻겠다는 욕심으로 우리는 더 괴로울 뿐, 그 괴로운 일과 아직 이별하지 못함을 반복하게 된다. 


그 일이 이미 다 지나버렸음을 인정할 때, 그래서 그 일과 이별할 때, 진정한 치유는 시작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라는 말은 그래서 함축적이다. '지나버렸다'는 것은 그 일이 더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분명한 과거 혹은 내 손에 있지 않은 일. 심지어 내 마음에 그 일이 떠오르는 것까지도,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 일을 떠올리는 나를 그저 보듬고 토닥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고. 그 따뜻한 '받아들임' 속에서 우리는 다시 노래하고 꿈꾸고,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노래는 그렇게 지금을 사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모두 내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하라고, 그렇게 '새로운 꿈을 꾸자'고. 그것이 정말 지나버린 일이라면,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알고 나면 상처받은 마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꿈은, 그때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부디 그 일과 이별할때까지 마음껏 아파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here, i stand for you"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