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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Jun 27. 2020

"이제 나의 이야기는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는 이제 내게 딱히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저런 사건들은 먼지가 되어 버렸고, 그 먼지가 쌓인 곳에서 풀이 몇 포기 자랐다. 그 숲에서 피어난 꽃 무더기, 어쩌면 그 향기만이 허공에 떠다닐 뿐이지만, 거기서 생겨난 질문 혹은 생각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반비)


살면서 한 번쯤은 나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그 이야기가 가진 의미를, 그 이야기가 나에게 준 것과 앗아간 것들을 살펴보면 좋겠다. 


어느 날 자고 일어 났을 때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를 느끼며 이불을 끌어당긴다. 그 찰나의 순간에 찾아드는 평화에 마음의 문을 열고 지금까지 내가 갇혀 있던 이야기의 문을 확 열어젖히는 것이다. 나는 따듯한 이불 속에 있으니 안심하자.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더이상 나의 현실이 아니라는 걸, 나의 현실은 지금 이불 속에서 발을 꼼지락거리고 있다는 걸 끊임 없이 상기하며 어떤 대단한 이야기도 모두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이다. 변해버린 계절처럼, 나의 삶도 이미 그 이야기에서 멀찍이 떨어져나왔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겁내지 말고, 이제는 먼지가 돼 버린 오래된 상처와 꽃이 된 시간들을 바라보며 마치 그 이야기와는 상관 없는 듯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삶도 결국 한 편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지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은지 꿈꿔보는 것이다. 


박노해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그렇게 "내 삶의 탐구자"가 된다.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이야기 속의 한 역할이 아니라 이야기를 바라보는 주체가 되어 질문하고 생각하는 것. 어쩌면 그건 우리가 자유라 부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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