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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Jul 02. 2020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 .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세계는 당신과 나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의 상상에 따라 우리를 불편하게 해온 모든 진리는 언젠가 곧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 거라 저는 믿습니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위즈덤하우스)


슬라보예 지젝은 '세상이 거기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라고 했다. (슬라보예 지젝, <전체주의가 어쨌다구?>, 새물결)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세상의 실체를 알고자 했기 때문에 'the one'이 될 수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에게는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고 할 때, 내가 나로 서기 위해서는 세상의 실체에 눈떠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현실이라 불리우는 세계는 그리 녹록치 않다. 눈 앞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실체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어떤 것들에만 한 눈을 팔도록 돼 있다. 유행, 욕망, 회의, 불신, 차별, 혐오처럼 실제로 가지는 뚜렷한 가치도 없으면서 사람 사이를 불편하게 하고 개개인을 괴롭게 만드는 것들이 중요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차별과 혐오가 특권이나 취향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사람 사이의 배려, 신뢰, 정직, 노력, 인정 같은 것들은 가장 불확실하고 연약한 것이 돼 버렸다. 


네오는 후회할거라는 모피어스의 말을 듣고도 빨간 알약을 먹었다. 나는 그가 인류를 구원할  영웅으로 거듭나는 매트릭스 2,3편보다 자신을 믿고,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그린 1편을 더 좋아한다. (더 나아가 매트릭스라는 영화는 1편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브레히트의 말처럼, 영웅이 필요한 사회는 불행한 사회일 뿐이니까. 나아가 우리 각자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손 내밀 수 있는 서로에게 영웅이 될 수 있다면 네오도 어벤져스도 배트맨도 필요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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