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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Aug 20. 2020

해답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시선'을 얻게 된다

자신만의 경험, 어려움, 관심사, 슬픔, 기쁨을 통과하는 우리의 문제 많은 삶, 우리를 애태우는 삶, 지쳐빠지게 하는 삶. 그 삶을 꿋꿋하게 살다보면 어느 날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시선'이란 생각이 든다. 현실을 직시하되 다른 결론에 이르는 시선. (정혜윤, < 뜻밖의 좋은 일>, 창비) 


인간과 삶을 평면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참 편리하다. 신형철이 그의 글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하지만 같은 글에서 그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못박는다. 좋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어떤 순간들을 잊지 않는/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구절.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마음산책) 


나도 누군가에게는 맘에 안 들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던 날을 기억한다. 그건 내가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첫 경험이었고, 내 눈 앞의 사람이, 세상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나에게도 단순하게 나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때가 있었다. 


돌고 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나쁘기까지한 사람들의 단순하게 나쁜 어떤 행동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한참 미워하다가 문득 내 안에서 어떤 나쁨을 발견하고 놀라는 날들도 있었다. 


결국 나는 현재, 누구에게도 쉽게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은 또 소름 돋게 싫어하는,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무던하다면 무던한 그런 이상한 사람. 


그저 좋아진 것이 있다면, 오고가는 시선 속에서, 치열하고 괴롭고 또 복잡했을 누군가의 삶을 느끼는 일이 종종 생겼다는 것. 우리 모두는 어떤 해답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더 나은 나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일 뿐임을 알고 있다는 것. 그러니 당신도 힘들었겠다고, 생각해보는 것. 그렇게 어떤 시선은 나에게 애달프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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