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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Sep 18. 2020

"마음과 함께 가요."

심장이 쿵쾅거린다. 마치 기계가 고장나서 동작은 안되는데 엔진만 헛돌아서 과열된 것처럼 머리가 뜨거워진다. 이럴 때는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안하는 게 좋다. 기계가 아파도 우선 플러그부터 뽑고 멈추게 하지 않나.


저렇게까지 짜증나는 건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내가 지쳤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일단 멈추는 게 좋다. 어떻게? 그냥, 모두 놓기. 어떤 걸 놓는 게 아니라 모두.


우선 심호흡을 한다. 그러면서 심장과 머리가 둘 다 가라앉으면, 그때부터 천천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알아서 대답해준다. 왜 짜증이 났는지, 뭐가 그토록 울컥했는지, 지금 뭐가 가장 하고 싶은지/하기 싫은지. 그때 뭔가를 해도 결코 늦지 않다. 그런데 이때 아주 중요한 조건이 딱 하나 있다. 내가 나에게 물을 때, 어떤 조건이나 제한도 두지 말 것, 누구 눈치도 보지 말 것.


괴로운 상황이나 힘든 일이 닥치면 우리는 그 일을 '해결'하려는데만 마음을 쏟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왜 괴로운지, 왜 힘든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뭘 해결해야 할지 모른채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온 바다를 헤매는 셈이다. 이런 경우 내가 원하는 해결이 뭔지 잘 모르니 울며 겨자먹기로 남들이, 사회가, 시선들이 원하는 해결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유는 말했다. "어디가 아픈지만 정확히 알아도 한결 수월한 게 삶"이라고. 살면서 마주치는 어떤 일도 '나 혼자' '쉽게' '금방' 해결할 수 있을리는 없다. 그런 문제라면 내 심장이 쿵쾅거릴 이유도 머리가 뜨거워질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우선, 속는셈치고, 가만히 앉아 아무 것도 하지 말자. 시간과 결투를 벌이자. 이렇게 나오면 까짓거 나도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엄포를 놓자.


마음을 제 멋대로 끌고 다닐 수 있다고 믿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멈추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지 않나. 하지만 기어이 마음이 멈출 때까지 눈치도 없이 끌고 다니다가 몸까지 멈춰버리는 걸 경험해야 '아, 마음 생각을 못했다.'고 깨닫는다. 마음에게도 쉴 시간을 좀 주자. 못해 먹겠다고, 다 때려치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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