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고비가 찾아왔을 때 찾아간 요가원은 조금 허름한 곳에 위치했다.
낡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내부는 나름 깔끔하고 앞면은 유리로 되어있어 보기보다 넓어 보였다.
나머지 삼면은 나무로 둘러져 있고 넓게 유리창도 있어 개방감이 느껴졌다.
거기에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요가를 지도하는 원장님과 함께하는 요기니들이 차분하고 편안해서 그 분위기가 좋았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가운데 찾아간 곳이라 누군가 꼬치꼬치 캐묻는다거나 너무 가까이 다가오려 했다면 더 멀리 도망가려 했을 것이다.
모두 성숙한 자세의 사람들이었고 무심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충분히 고려하는 모습에서 빠르게 안정감을 찾아갔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그곳에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했다.
요가원에 가 동작을 따라 해보니 어렵지 않게 곧잘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요가를 하다 보니 동작이 호흡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모른 상태다.
몇 달 된 회원보다 더 유연하게 하는 내가 대견하고 옆 사람의 눈초리가 의외로 잘한다는 부러운 눈길은 더 열심히 자세를 취하게 했다.
요가가 거의 끝나갈 무렵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전굴자세라고 하는 파스치모타나아사나를 하며 숨을 참고 끙끙거리며 허리를 굽혔다.
다들 덜 굽혀지더라도 조용히 자신의 자세를 들여다보며 명상하는 시간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굽혀보려고 허리 반동을 줘가며 흔들거렸다.
그때 원장이 한마디 했다.
"동작이 되는 데까지만 하세요."
"힘을 빼고 숨을 쉬세요."
"호흡을 길게 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주변을 힐끗 둘러보니 다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동작에 집중하기보다 차분히 들숨과 날숨을 하며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작은 호흡과 조화를 이루어 억지가 아닌 몸이 허락하는 범위까지 가는 것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다가도 몸에 힘을 빼고 잠시 멈춤을 할 줄 아는, 유연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엿보였다.
인생에서 타고난 기질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문화도 삶의 방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끌림이 있어 선택한 요가가 내게 인생의 비밀을 열어가는 열쇠가 되었다.
요가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끄러운 마음과 고단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나와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정의해 갔다.
하루 중 23시간은 외부와 관계였다면 요가하는 1시간은 오로지 내면 소통으로 나를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는 시간이었다.
들숨과 날숨이 윤활제가 되어 요가 동작을 하니 긴장된 몸이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 명상 안에서 충분히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기 시작했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2025년 5월
호흡은 생명이야 숨을 쉬어
클로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