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40대에는 버팀목이 있었다

by 클로토


나의 30대 시작은 죽고자 살았다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살았다

점차 그 안에서 작은 성공들을 맛보았다

삶에 회의적인 상황에서 버킷리스트는 삶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어 나가는 과정이었다

회색빛 인생이 점점 뚜렷한 색깔로 바뀌고 있었다


죽고자 시작한 이 작은 성공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결과물들이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감이 생기게 만들었다

욕망하였고 주어진 대로 살지 않음으로써 나는 이미 나약한 자가 아님을 경험하였다


여전히 남편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남편을 위하고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의 인생이 불쌍하게 느껴졌고 내가 감싸지 않으면 누가 감싸겠는가

아빠역할과 남편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그 사람의 상황이 마냥 안쓰러웠다

30대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했고 아이 둘을 키웠다

언제나 남편이 가정의 가장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과 이렇게 기다려주는 처자식이 있으니 나름 열심히 바르게 잘살아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바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내게 의지했다

나는 그동안 남편이 서울 어디에서 기거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거처를 자주 옮겼고 그럴 때마다 일부러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애써 모른 체한 것은 알면 도와줘야 하는 암묵적인 관계였으니까

더는 경제적으로 도와주지 못할 형편이었고 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그만두고 싶었다


결국 남편은 부부로서 지켜야 할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하였다

내가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믿지 않으려 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가슴을 치며 울었다

가슴이 찢어져 나갈 듯 아팠고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것보다 남편의 정서적인 배신이 삶의 고비 중에 가장 힘든 고비였다

한 번도 나의 헌신에 남편이 배신하리라고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는 것이 나의 미련이었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남녀가 생리적으로 다르구나 하고 이해하는 수준의 책이었을 뿐이었다


처절하게 아팠지만 나는 외로움으로 점철된 20대를 견뎌왔고 홀로서기를 한 30대가 나를 받치고 있었다

30대에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과 서류상 이혼했다가 30대 후반에 다시 재결합한 상태였다

내가 이혼을 요구했다

내 마음에서 완전히 남편을 잘라내 버렸다

이제는 내게 희망고문도 하지 않기로 했고 더 이상 모든 면에서 기대하지 않았다


이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동전만 한 원형 탈모가 세 군데나 생기고 체중도 38킬로까지 빠졌다

배신한 시기가 한꺼번에 소급적용되어 나에게 크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자책도 많이 하고 시크릿을 읽으며 내가 원하지 않았다고, 이런 상황은 내가 끌어당기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나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믿음만큼 많이 아팠다


나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나를 살리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의 동작을 하며 명상에 들었고 호흡과 함께 한 명상 시간은 머리를 온전히 비우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한 시간을 완전히 몰입하며 운동을 할 수 있는지도 신기할 정도였다

아사나와 호흡과 명상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몰입되어 갔다

나의 삶을 재조명하는 시기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심도 있게 생각한 인생의 전환기였다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남편을 받아들였고 조금씩 용서해 갔다

그 사람과 새롭게 시작했다

재결합을 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전혀 새로운 사람을 선택했고 다시 결혼한 것이다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 그 사람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전혀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았고 내게 합당한 사람을 선택하였다


그동안에는 그 사람과 나를 구분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생겼다

왜 남편 때문에 내가 괴로워야 하지

왜 그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의 값어치가 결정되어야 하지

나는 나다

내가 어떠한 삶을 살지라도 그건 남의 탓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대로 학업을 지속하였고 내가 꿈꾼 희망을 이루어나갔다

마음이 완전히 다스려지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한 번씩 넘실대는 파도는 나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 굳건한 방벽에는 천성이며 재능인 낙천적인 성격과 나를 살린 요가가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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