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피천득은 어떤 선물이든 선물은 다 좋다고 한다.
그것이 목적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면 화려한 선물도 좋고 작은 선물도, 사소한 선물도 좋지만 아름다워야 한다고 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누가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흔한 것이 아닌 특별함을 지닌, 평범하지 않는 것이다.
미적 감각을 지닌 그는 꽃 선물을 좋아하는 감성 넘치는 작가였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장미꽃이나 카네이션을 사 화병에 꽂는 소박하고 순수함을 지닌 작가 피천득!
선물은 그저 값없이 주는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값이 있든 없든 마음 가는 사람에게 맞는 수준에서 주는 것이다.
선물은 때와 시기를 잘 맞춰야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감동이 배가 된다.
나는 꽃 선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받은 꽃 선물이 원인이었다.
아이를 낳았을 때 남편에게서 받지 못한 축하와 챙김 받지 못한 생일에 대한 넋두리에서 시작되어 마지못해 받은 꽃다발과 장미 백 송이는 진정한 축하가 아닌 의무감의 발로였다.
받는 것이 기쁘지 않는 예쁘고 화려한 꽃이 시들면 처치 곤란이고 쓰레기로 버리자니 그 초라함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오랜 세월 고착화된 생각을 깨뜨려준 계기가 있었다.
승진 축하 꽃다발을 받았는데 축하 멘트와 함께 꽃을 전달해 주는 이의 마음이 와닿아 기분이 즐겁고 뭉클해졌다.
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꽃다발로 축하하는지 상대방의 진심을 전달받았다.
기쁜 마음의 꽃다발은 오랜 기간 보관할 방법을 찾았고 무감동한 꽃다발은 의미를 찾지 못하고 빨리 사라졌다.
꽃의 물성은 변함없는데 그 전하는 마음과 받는 마음의 화학작용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기쁨은 선물을 사는 돈의 액수와 비례하지 않고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의 진정성과 비례하며 선물을 받는 사람의 반응에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실용과 합리만으로 판단하기 힘든 순간이 있다는 사실.
잘못 정립된 꽃 선물의 선입견을 정상 회복하며 선물을 선물답게 하는 것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부분임을 알아간다.
시를 접한 역사는 중학생 때 없는 시골 살림에도 떼를 써 푸시킨, 릴케, 헤세 등 유명 해외 시인들의 명시 테이프를 사서 들었던 기억이 최초다.
소설의 역사는 방학 때면 맏언니 집에 놀러 가 하루 종일 박종화 작가의 금삼의 피 등 조선 왕들에 얽힌 역사서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 수학을 잘해서 당연하게 이과를 선택했고 독서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대학 가서 철학 책 몇 권 옆구리에 끼고 다녀본 경험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 키우면서 아이들 동화책을 아이들보다 더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40대에 일 년에 책 100권 이상 읽기에 도전하여 성공한 경험도 책 역사의 한 부분이다.
3년 전부터 일 년에 100권 읽고 도서 리뷰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서가에 2만 권 꽂혀있는 개인 서재가 내심 부러웠는데 최근 연이어 책 선물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되면서 내가 아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은 책이 그 어떤 선물보다 가장 기분 좋은 선물이다.
책 선물은 사람들의 취향이 있기에 책 고르기 쉽지 않은데 좋은 책을 선물하는 이는 받는 사람의 책 장르와 수준을 파악했다는 것으로 그만큼 섬세한 관심을 가진이다.
대학 때 시집을 선물해 준 대학 동기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때는 그 시집이 별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선물이 독서의 마중물이었음을 알게 된지금 그 소중한 선물은 어디 가고 없지만 마음은 고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