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운동을 하기 전에 다도시간을 가진다
차를 마시면서 차의 색깔을 보고 맛을 음미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찻잔을 기울이며 차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도 다양하게 한다
아파서 오신 분들은 아디가 아프다는 얘기, 직장에서 퇴근하고 오신 분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얘기, 운동으로 인해 더 나아진 효과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원장님은 회원들의 몸 상태를 가늠하며 운동의 강도나 종류를 변화시키고 접목시키신다
원장님이 다실을 운영하면서 얻고자 하는 목적은 건강을 위해서도 차를 마시지만 아마도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하나의 도구로써의 기능도 있는 듯하다
회원 한 명 한 명의 몸이나 마음 상태를 살피는 것이 요가 지도자로서의 본분이며 요가원의 운영방침이다
운동을 하기 전의 대화 속에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공감도 해주며 그 대화 속에서 서로가 치유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말을 뱉어내는 순간 내 몸속에서 머물지 않고 하나의 형태가 되면서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여자들의 수다의 좋은 점은 그런 거다
그냥 표면적으로 웃고 떠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 대화 속에서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요가원은 하나의 공동체로 서로에 대하여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기도 한다
우리의 요가 공동체는 5년, 10년 꾸준히 다니시는 터줏대감들도 있지만 한 달, 석 달 이내로 단기간에 다니다 마는 경우도 흔하다
기존 멤버들의 결속력이 너무 강하면 새로운 멤버들이 쉽게 흡수되지 못하여 겉돌다가 그만둘 수도 있다
일명 요즘 말하는 왕따로 느낄 수도 있고 텃세가 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가 공동체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자 회원들도 잘해야 하지만 신규 회원들과 기존의 회원들 사이의 괴리감이 들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요가원장이 해야 할 업무 중에 하나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라는 것이 쉽게 와해되기도 한다
한 달 전 11월에 한 해를 마무리할 겸 회원들과 다도 시간에 원장님 모시고 식사를 한 끼 하자는 말이 나왔다
요가원 원장님은 극구 사양하셨다
처음 한 번은 그냥 시간이 없어서 그러시려니 했지만 재차 사양하시는 것을 보고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마침 주 멤버들이 거의 다 모여 운동이 끝난 날 "가볍게 뭐 좀 먹고 갈까요?" 하다가 번개팅이 성사되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여자 멤버들 여섯 명이서 식사 후 전화번호도 주고받도 더치페이를 하기 위해 젊은 회원 한 명이 단체톡을 만들고 금액을 올려 계산을 마쳤다
한 달가량 별 이벤트 없이 단체톡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 12월 말에 한 회원이 그곳에 얼굴 마사지기에 대해 공유사진을 올렸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구매도 하였다
내가 운동을 안 나간 날이어서 서로 여성들의 관심사인 피부이야기 하다 마사지기 이야기까지 가고 누군가의 공유로 물품 구매까지 이루어진 것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물품구매가 아니라 일부 회원들만 공유하는 단체톡이 있다는 이유로 원장님이 노발대발하신 것이다
요가원 운동을 나갔더니 요가원 원장님이 너무 서운하다, 어떻게 나만 빼고 따로 밴드를 만들어서 운영할 수가 있느냐, 그러면 다른 멤버들은 왕따 시킨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요가원이 운영되었을 때 자칫 잘못되면 서로 의가 상해서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얼마나 노기를 띠시는지 이야기를 먼저 듣고 있었던 멤버들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고 변명을 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우리끼리 운영을 한 밴드가 아니다, 단순히 더치페이를 위해 그 순간 단체톡을 만들었다가 잊고 그대로 둔 것일 뿐이다,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우리끼리 날 잡아서 식사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생각이 동해서 한 끼 한 것이다 등등의 변명이었다
운동을 할 때 동작과 동작사이에 호흡을 하면서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잡념이 사라진다
그러나 다도 시간에 이미 훈계를 듣고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난 뒤라 그 생각들로 사로잡혀 운동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원장님의 입장과 기존 회원들의 입장을 운동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기존 회원들끼리만 식사를 하고 단체톡을 만들었고 단체톡의 기능을 하지는 않았어도 이미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기존 회원들은 결속력을 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같이 식사를 하고 그때 나눈 대화들이 우리끼리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로 이미 남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주제가 생겼다
직장에서도 내 책임하에 있는 직원들이 15명인데 대화 중에 내가 없는 대화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래 상사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것도 있지' 했는데 '이건 좀 서운하네'라는 생각이 든 경우가 있었다
직원 한 명이 신혼여행을 갔는데 '재밌게 잘 놀고 있을까?' 했더니 '사진 보니까 재밌게 신행 보내고 있던데요' 한두 명의 직원이 같이 말했을 때였다
같은 소속으로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
그래서 원장님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입장의 차이,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맞아 개구리가 죽을 수 있듯이 생각 없이 한 행동에도 이렇듯 빛과 그림자가 있을 수 있다
공동체를 꾸려나가야 하는 사람의 입장과 그 공동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거겠지만 좋은 공동체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여야 관계도 오래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