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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an 09. 2024

숨을 쉬니 살겠다


동네 요가원에 등록했다

요가라는 것이 정확히는 모르지만 들어본 바에 의하면 명상도 하고 좋다고 하니 무작정 찾아 갔다

직장 상사가 딸과 함께 다닌다는 말을 듣고 마음도 헛헛하고 뭐라도 해야 이 우울에서 벗어날 것 같아 그 요가원을 찾아갔다

체중은 38킬로까지 빠졌고 원형탈모가 와서 정수리 부분이 훤해 보인다고 자꾸 누군가가 말해주는 것도 관심의 일종이긴 하지만 스트레스다


허름한 상가 2층에 요가원이라고 적혀 있어서 요가원인지 알지 밖에서 봤을 때나 좁은 계단을 오를 때에도 너무 낙후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요가원은 사면 중에서 한 면의 아래만 유리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나무 판자로 되어 있었다

요가원 원장님은 중년여성으로 날씬하시고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어서 요가 동작을 하시면 김연아 동작처럼 우아했다

따로 티타임이 있는 것도,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도 그렇겠지만 조용하신 분으로 남의 사생활을 캐묻지도 않으셨다


그것이 편했다. 삶에 지치고 몸도 마음도 많이 놓아버린 상태에서 찾아간 곳이라 너무 친절하거나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면 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운동시간에 가면 운동만 하고 오는 것이 편했다

요가는 나에게 스트레칭이었고 운동 중의 하나였고 그 시간에는 상념을 없애고 동작에만 집중하니 심신이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그런다고 원형탈모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체중은 몇달 뒤  천천히 차오름으로써 원래의 체중으로 회복했다 

체중이 회복되니 자주 걸리던 감기 덜 걸리고 체력이 딸려 일하는 오후시간대는 피곤이 밀려왔었는데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러 간 첫날 무작정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했다

요가원에 온 지 한달 된 사람, 일년 된 사람, 엄청 오래 수련했다는 사람 등 젊은 학생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했다

동작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저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 열심히 따라했다

한시간동안 주위를 살펴가며 눈치껏 따라하고 운동이 끝나갈 즈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어? 이 운동 나한테 안 맞는 것 아니야?'

요가원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요가라는 것이 동작만 따라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라 하신다.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 사이에 동작을 넣지 않고 힘만 가지고 하면 머리가 아픈거라고 하신다.

아마 구령을 붙이고 동작을 리드할 때 사이사이에 들이쉬고 내쉬면서 동작을 하라고 했겠지만 처음 요가를 한 사람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눈치껏 동작만 따라하기도 바빴으니까.


다음날부터는 요가지도할 때 원장님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숨이라는 것을 동작에 맞춰서 해 보려고 애썼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것 같은데 나는 숨이 가빠왔다

들이쉬고 내쉬고를 말할 때 나는 두 번 세 번을 빠르게 쉬었다

'어떻게 저렇게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할 수 있지?'

옆에 앉은 사람들을 힐끔 힐끔 보니 원장님이 다른 사람 따라하려 하지 말고 자기자신만 보라고 하신다

처음 요가할 때 호흡이 동작과 맞지 않고 한 동작 사이에 여러 숨을 쉬어야 하는 것을 보고 내 숨이 많이 짧다는 것을 인지하여갔다

또 어느때는 힘든 동작을 하면서 힘들면 숨이 안쉬어졌다. 아니 참아버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숨 쉬세요" 

동작을 유지하느라 힘을 주고 있으니 숨이 안쉬어진다

"힘만 주지 말고 호흡하면서 수축과 이완을 하세요"


집에서 시계로 1분을 재면서 호흡수를 체크해 봤다

보통 여자들의 호흡이 1분에 20회 전후라면 나는 언제나 22회 남짓이다

호흡할 때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숨을 가슴으로만 쉬는데 깊숙이 쉬지 않고 앞가슴으로만 깔짝깔짝 쉬는 것이다

사람이 숨쉬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숨도 제대로 쉬는 법을 몰랐구나 싶었다

이제는 동작보다 호흡에 집중해 보았다

긴 호흡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쉽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호흡이 짧으면 건강에도 분명히 도움이 안될거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요가를 하는 한시간 만큼은 내 호흡을 내가 지켜보면서 운동을 지속하였다


이때 가장 기억에 남는 동작은 파스치모타나아사나로 앉아서 하는 전굴 자세이다

이 동작은 두 다리를 뻗고 앉는다. 발끝을 내 몸쪽으로 당기고 앉아 허리를 세운다. 호흡을 내쉬며 깊숙이 허리를 굽혀 몸을 다리에 붙인다. 나중에는 호흡과 함께 아사나를 유지하면서 집중할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했고 요가를 하면서 날뛰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은 점이었다

역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가할 때 잠이 온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정적인 운동이 좋았다. 

주로 하타요가로 요가는 운동이라고 생각했고 나에게 맞는 운동중의 하나를 찾아서 좋았다

잠시라도 복잡한 가정사 생각을 안해도 되고 한시간 만이라도 감정의 동요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기 나에게 요가는 명상까지 들어가지 않고 호흡과 동작으로만 이루어진 요가일지라도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치료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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