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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an 28. 2024

거꾸로 서기로 오해 받아들이기


어릴 적에는 우리가 잘못했을지라도 부모님들은 괜찮다고 위로해 주기도 한다

커가면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해를 사기도 하고 풀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모두가 친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오해를 사고 끝나버리기도 한다

하나하나 나의 입장을 피력하고 변명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땐 이런 오해를 풀 수가 없어서 억울하기도 하고 찾아가서 변명이라도 하고 싶지만 사람 사는 일들이 모두 이렇게 이치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관계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직장에서도 동료관계에서는 가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런 다할지라도 모두 따지고 들고 해명하며 일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하물며 상하관계에서는 더더욱이 변명도 해명도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일하는 곳은 병원이라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서 상대방에 따라 죽이 잘 맞기도 하고 삐그덕거리기도 한다

소아과의사가 여의사만 세 명이다

일주일씩 당직을 서는데 의사들마다 성격이 다르고 개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성격을 파악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줄 것은 서로 도와주려고 신경을 쓴다

다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훈련이 되어 있고 조금은 상대방을 알아가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일부러 서로를 해코지한다든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들은 안 하려고 한다

그러나 서로의 가치가 다르기도 하고 오랜 세월 함께 해 왔지만 살아온 세월이 길어 그동안 삶의 방식들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새로운 변화를 가끔 눈치챌 때면 '달라졌네'라고 느끼며 내면의 저항을 느낄 때도 있지만 시대가 달라지니 일편단심 한결같을 수는 없으므로 또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최근에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미묘하게 흐르고 있다

이런 일들을 여러 번 겪으며 살아오면서도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러려니'가 안된다

상대 여의사가 좀 특이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독특한 부분이 보이며 부딪힐 때마다 나의 마음 한편에서 화가 불쑥불쑥 올라오는 것을 제어하기 힘들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고 상대방과 우리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화를 잘 내는 여의사이고 가끔 사용하는 단어가 표독스러울 때가 있어서 최대한 많은 말을 섞지 않으려 하고 상대방이 우리 업무에 참견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신경 쓰지만 엮이는 일은 있게 마련이다

가끔 일을 빨리 끝내고 회진 후 별일 없이 보내려고 신경을 쓰고 맞추면 전혀 다른 곳에서 화가 일관성 없이 나타나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관성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장단을 맞추기 상당히 힘들다


상대방의 감정과 본능은 그 사람만의 고유권한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감정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런 부분을 내가 컨트롤할 수은 없다

문제는 그 감정을 상대방을 향해 화살을 쏘고 표현한다는데 있다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불쾌해한다

상대방은 맘에 들지 않는 타깃을 만들어 꾸준히 이름을 거론시키다가 한 명이 퇴사하면 타깃이 이동한다

나는 직원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므로 돌려 말하더라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타 부서에 가서 흉을 보며 타 부서와의 관계를 또 이간질한다

절대 비밀은 없어서 누군가는 이 말을 전해주고 상한 감정은 악화일로를 걷기도 한다


업무상 완전히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해로운 관계를 멀리하려고 애를 쓴다

그 사람에 대한 연민도 있지만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본다

나를 상대방에게 이해받으려고 애쓰기보다 이제는 불평하거나 변명도 하지 않는 관계정리를 해 나가려 한다

오해를 사더라도 내 마음의 가늠으로 그 사람을 떠나보낸다


이런 시끄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요가수련 중의 하나인 머리서기, 거꾸로 서기를 해 본다

거꾸로 서서 마음을 집중하면 머리로 혈액순환이 잘 되어 잡념을 밀어내는 데는 최상의 효과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거꾸로 서기, 머리서기는 마음을 집중하지 않으면 거꾸로 설 수도 없고 바로 넘어져 버린다

우선 매트 위에서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 두 팔을 겹쳐두고 엎드린 자세에서 무릎은 골반아래 둔다 

깍지를 끼어 얼굴아래 두고 그 사이에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머리를 놓는다

엉덩이를 들면서 다리를 얼굴가까이 가져와 한 발씩 공중으로 들어 올린다

가슴과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몸과 일자가 되게 올릴 때 양팔꿈치로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잘 받쳐준다

이때 딴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집중하지 않으면 흔들거리기 시작하고 자칫 몸이 뒤로 넘어가면서 다칠 수 있다

처음 연습하시는 분들은 벽에 대고 연습을 하시면 안정감 있고 넘어질 염려가 없으니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렇게 한참을 집중하고 나니 머리도 맑아지고 억울함도 좀 물러갔다

어떤 관계를 떠나보내는 것도 쉽지 않고 침묵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떤 때는 필요하기도 하다

거꾸로 서기를 하며 오해를 받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내 마음에 솔직해지려 용기를내어보며 상대방과의 관계를 조금씩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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