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과 친구들

by 클로토


내가 어릴 적 다녔던 국민학교는 시골 동네 초입에 있다

2층짜리 학교 건물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고 앞쪽에 운동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운동장 가로는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져 학교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한 학년에 한 반이었던 국민학교 분교는 2000년 대에 학생들이 줄어 폐교되었다


그 시절 국민학교 5학년 6학년 담임선생님이 나의 은사님이시다

저학년 때는 공부에 관심도 없고 노는데만 일가견 있게 놀았다

고학년이 되고 은사님이 담임을 맡으면서부터 공부를 좀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나를 예뻐하셨다

말로 예쁘다고 하시지는 않았지만 눈빛으로 손끝에서 묻어나는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어린아이여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람의 감정은 금방 전달된다


내게 곧잘 교무실 청소를 시키셨다

교무실은 오래된 나무 본연의 색이 아름다운 짙은 갈색의 고고함이 있었다

그 시절 암묵적으로 교무실을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은 나름의 혜택이었다

선생님께 예쁨 받는 아이라는 뜻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국민학교 운동회를 하는 날은 부모님들도 모두 오셔서 온 마을 동네들의 축제가 되었다

천막아래 모여 아이들의 장기자랑을 보며 웃고 달리기 하고 단체전을 구경하셨다

우리는 그 어른들을 재밌게 해 드리기 위해 한여름 뙤약볕에서 남자아이 여자아이들이 손을 잡아 돌렸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율동을 하였다

나와 율동 짝꿍이 된 남자아이가 "너 내 손 잡으면 죽어"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성에 대해 눈을 뜰 때라 서로가 손 잡는 것을 극도록 꺼려했다

6학년이 30여 명이었는데 그 말을 한 남자애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상황만 생각난다

"그때 나한테 손 잡으면 죽인다고 했던 너는 누구니?"


우리 여자친구들 무리에는 교회 열심히 다니다 지금은 교회 사모님이 된 친구도 있고 부잣집 사모님도 있다

언제나 반에서 일등을 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한 번도 일등을 놓친 적이 없는 친구로 커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얼굴도 예쁘게 생긴 그 친구를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생님은 예뻐하지 않으셨다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그 친구가 자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한 말씀하셨다

"00 이를 교육원에서 만났는데 인사도 안 하고 아는 체도 안 하더라"

그 친구는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선생님은 그 시절 왜 그 아이를 살갑게 대하지 않으셨을까?

엄마가 좀 빨리 돌아가셔서 친구의 조금은 어둡고 차가운 기운 때문이었을까?

선생님들도 모든 아이들을 품에 품을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공부도 귀찮고 머리도 식힐 겸 친구랑 시골학교에 계시는 선생님을 찾아갔었다

해수욕장 앞에 있는 초등학교였다

선생님한테 되게 혼났다

"공부 안 하고 여기까지 찾아와? 얼른가 공부해"

선생님은 제자를 아껴서 하신 말씀 일건대 너무 혼나고 내심 서운해서 2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찾아뵙게 되었다


선생님은 진즉 평교사로 퇴임하시고 초등학교의 안전지킴이도 하셨다

어릴 적 선생님 덕분에 나도 선생님이 되겠다는 막연함 꿈을 품었었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시니 조금씩 소화가 안되고 힘들다고 하신다

명절 때 인사를 가면 꿀도 주시고 농사지은 쌀도 한 가마니 주셨는데

최근에는 부쩍 얼굴 보여주시기를 꺼려하신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힘드신 걸까?

아무쪼록 선생님이 평안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면 한다

함께 추억을 나눈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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