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남자친구 둘을 자주 괴롭히던 내가 그 친구들의 기억 속에는 선망의 아이콘이었다니 기억의 왜곡 아닐까?
그렇지만 그 당사자들이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말이지만 틀림이 없겠지
"왜 이제야 말하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성에 대해 알지 못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말 그대로 나는 조금은 천방지축인 아이였다
동네의 키 작은 남자친구들을 괴롭힌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번은 여자친구의 속옷을 벗기며 놀린 적도 있다
그 친구는 울면서 집에 가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살던 시절이었다
그냥 치기 어린 마음에 그러고 놀았다
미안함은 있었지만 죄책감 같은 것은 없었다
마땅한 놀잇감도 없던 시절이라 그냥 그렇게 부대끼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결과에 대해 면책이 되는 걸까?
요즘 학생들의 괴롭힘에 대해 뉴스화되고 사건이 발생될 때면 내가 그 장본인인데 하는 생각을 한다
나의 타고난 성정이 얌전하고 부드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여자친구들이 고무줄 놀이하고 공기놀이하고 놀 때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아이들이 하는 놀이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노는 것도 조금은 남성적인 성향이 있었고 조금은 거칠었다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였다
스몰토크하며 수다 떨고 아기자기하게 노는 것과는 좀 동떨어진 아이였다
한 번은 친구 한 명을 데리고 학교에 가지 않고 밀밭에 숨어 땡땡이를 친 적도 있다
나는 키가 작아 키 큰 밀밭에 충분히 숨겨졌다
같이 데리고 간 친구에게 말 단속을 시켰다
"누가 먼저 학교 가지 말자 했다고 변명하기 없기다"
밀밭에 숨어있다가 무료하니까 동네 저수지로 올라가 하루종일 놀았다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가니 모를줄 알았는데 무서운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셨다
평상시에는 최고로 부드러운 분이 무릎을 꿇리고 누가 먼저 학교 가지 말자 했느냐고 다그쳤다
"00 이가요"
친구들을 잘 놀리는 아이
만만한 아이들 잘 때리는 아이
친구에게 하지 말라하고 나는 하는 아이
내 기억 속에 나는 말괄량이였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였다
남자아이 같은 성향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외향적인 아이였다
내탓보다 남탓이 빠른 아이였다
시선은 언제나 나의 내면을 향하지 않았고 바깥세상에 더 관심이 많았다
나는 그런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