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초등학교 남자 동창이 전화를 걸어왔다
"00야 어디냐?"
"오랜만이네 웬일이야?"
"응. 00 딸이 내일 결혼한다. 그래서 동네 친구들 다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너 이야기가 나와서 전화해 봤다 네가 그래도 어렸을 때 동네에서 선망의 아이콘 아니었냐"
처음 듣는 소리다
내가 인기가 있었다고?
그래서 그 친구가 내가 말을 걸어도 들은 채 만 채 무시하고 그랬던 거야?
어디 책에서 읽어본 듯한 줄거리인데...
우린 서로 웃고 말았다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동네 친구의 딸이 벌써 결혼을 한다니 그만큼 우리도 나이를 먹은 거겠지
60여 가구가 모여사는 시골동네는 그냥 농사 아니면 벌이를 할만한 것이 별로 없는 깡 농촌마을이었다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 자손을 더 많이 퍼트린다는 말은 틀림이 없나 보다
내가 태어난 해에 남자아이 10명 여자아이 10명이 한 동네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래서 우리 동네만 해도 동창이 20명이다
얼마나 다들 가난했는지 1980년대 초반인데도 중학교만 졸업하고 산업현장으로 나간 친구들이 있었다
특히 여자친구들 중에서다
그 20명 중에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몇 안될 정도로 가난한 시절이었다
나는 어릴 적 말괄량이였다
동네어귀에 국민학교가 있어서 점심때가 되면 집으로 달려와 점심을 먹고 갔다
선생님이 누누이 점심을 싸 오라고 했지만 도시락을 싸갈 반찬이 마땅찮아서 못싸간 것이다
한 친구와 점심때면 집으로 달려가 점심을 먹고 또 열심히 뛰어 학교로 왔다
밥을 먹자마자 뛰면 위가 아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우리 집은 마을 중간에 있었고 같이 뛰어 점심 먹으러 나온 여자친구집은 마을 위쪽에 있었다
말괄량이에 심술궂은 나는 친구에게 언제나 말했다
"너 집에 가서 밥 세 숟가락만 떠먹고 와"
그 순진한 친구가 우리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밥을 먹었으니 얼마나 이기주의자인가!
또 남자친구들 중에 나보다 살짝 작은 두 아이가 있었다
그 둘은 언제나 나의 놀림감의 표적이었다
그 남자친구 둘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