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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Feb 10. 2017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외 지음, 신상규 옮김/바다출판사

추천 대상 : 뇌과학, 인지과학에 대해 궁금한 사람

추천 정도 :  ★ ★ ★ ★

메모 : 예전에 라마찬드란 박사의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서(글도 잘 쓰신다) 다른 책을 구매해보았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사례들은 인간이 얼마나 정교하고 신비롭게 구성되었는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뇌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존재의 심연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장 감명 받은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육체 안에 갇힌 정신에서 오는 현상들이라고 할까.. 읽다보면 신과 우주 종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라마찬드란 박사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나는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를 먼저 읽으라고 하고 싶다. 뇌과학에 대한 베이직한 본편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의 저서를 읽고 추가적으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한 것 같다.



발췌


두뇌 연구는 언어, 웃음, 꿈, 우울의 본성 등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당시만 해도 학문적 글쓰기와 대중적 글쓰기는 차이가 없었다. 심오하고 진지하지만 동시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생각만이 있었을 뿐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 한 명의 의대생이나 레지던트라도, 새로운 사고와 열린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복잡한 장비 없이 의료활동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정신에 입각해 연구해야 한다. 자연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사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내 마음은 전적으로 내 두뇌의 뉴런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자유의지를 위한 여지는 남아 있는가? 신경과학이 매혹적인 이유는, 두뇌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과 같이, 바로 이들 질문들이 갖는 순환적인 성격 때문이다. 거울을 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두뇌를 연구하면 안공지능을 만들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의학자가 되는 일은 탐정이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한 실험을 통해 그토록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나는 멋진 장비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게 되었고, 과학적 혁명을 이루기 위해 복잡한 기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직감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셜록 홈스식의 탐구방식이 마음에 들어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의학은 수많은 불명확함으로 차 있다. 환자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관찰이나 추리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과학인 동시에 일종의 기술이다. 환자의 냄새를 통해 병을 알아내는 법을 가르쳐준 티루벤가담 박사님이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환자를 연구하고 치료할 때 ‘내가 만약 환자의 처지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만약 내가 그였다면 어떻게 할까?’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은 의사의 의무이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두뇌에서 발이 성기 바로 옆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험은 두뇌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두뇌의 연결은 매우 유연하고 역동적이다. 

만일 누군가와 깊은 사랑에 빠져 있다면, 실제로 그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신체뿐만 아니라 영혼도 서로 합쳐질 것이다. 

시각과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지각을 ‘무의식적인 추리’라고 했다.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운동 영역의 손상처럼 뭔가가 잘못되었을 경우, 우리는 비로소 시각이라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영국의 면역학자 피터 메더워는 “과학은 해결 가능한 것의 예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각은 신경과학에서 우리가 조만간 중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영역 중의 하나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존재에 대한 가장 명백한 사실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하나의 통합된 자아에 대한 느낌이다. 이는 너무나 명백해서, 우리는 이것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이앤 같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글리오티 박사의 실험과 관찰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존재가 우리 안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우리의 두뇌에는 그런 좀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두뇌에 거주하는 하나의 ‘나’ 혹은 ‘자아’라는 개념은 착각일지 모른다. 설령 그런 개념이 우리의 삶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어떤 목표의식을 갖게 하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도와줄지라도. 

사람들은 종종 과학이 엄숙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항상 ‘이론 중심’이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해서 고고한 추측을 하며, 이 추측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실험을 고안한다는 것이다. 내 동료들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 과학은 일종의 낚시 여행에 비유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의 모든 어리석은 측면에 대해서, 또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자기기만에 빠지기 쉬운지 생각하게 된다. 

부정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으스스한 경험이다. 그들은 의식을 가진 인간이 제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과 대면하게 한다. 자아란 무엇인가? 나의 의식 경험에 통일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행위를 의도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신경과학자들은 그런 질문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질병인식불능증 환자들은 다루기 힘들어 보이는 이런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실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이트의 가장 값진 공헌은, 의식적 마음은 단지 겉치레일 뿐이며, 두뇌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일의 90퍼센트는 우리가 전혀 모른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세 번째 위대한 과학혁명은 프로이트 자신에 의한 무의식의 발견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간적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삶에서 행하는 모든 일은 무의식적인 감정, 욕구, 동기 등에 의해 지배된다. 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세련되게 정당화시켜주는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변화하는 우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드라마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게 된다. 아마도 여기가 과학자들이 가장 종교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지점일 것이다. 

스스로가 이 세계의 특별한 존재이고 특권적 위치에서 우주를 쳐다보는 고상한 존재라면, 우리의 소멸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시바가 추는 거대한 우주적 춤의 일부라면, 우리의 불가피한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자연과의 행복한 재결합이 된다.

창의성은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을 대면하도록 만든다. 혹자는 창의성을 단지 겉으로 관계없어 보이는 생각들을 임의로 연결시키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타자기를 가지고 노는 원숭이도 결국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찍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원숭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 한 줄의 문장을 쳐내기 위해서는 10억 번 이상의 삶이 필요하다. 시를 짓거나 희곡을 쓰는 일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나는 특히 마음이 어떻게 육체에 영향을 미치고, 또 그 역은 어떻게 성립하는가에 대한 현대의 논쟁에서 그의 보고가 어떤 관련성을 가질지 궁금했다. 

왜 감각질이 본질적으로 사적私的인가 하는 문제를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왜 감각질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과학의 문제가 아닌지도 예시한다. 당신의 과학적 설명이 완전한 것임을 상기하라. 그러나 당신은 전기장이나 빨간색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당신의 설명은 인식론적으로 불완전하다. 그러한 설명은 당신에게 영원히 ‘3인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모든 성공에도 불구하고 두뇌과학만의 힘으로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존재의 가장 수수께끼 같은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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