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의 씨앗을 퍼트려 萬物(만물)을 움트게 하라(26)
우리에게 익숙한 말들 중에 權不十年(권불십년), 成住壞空(성주괴공)이란 말이 있다. 권불십년은 권력은 십 년을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을 꼭 10년이라는 숫자에 한정하기보다는, 권력이 튼튼하여 영원할 것 같아도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成住壞空(성주괴공)은 세계가 성립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며 순환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成(성)은 사물이 처음으로 생성되는 것이며, 住(주)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존재하는 단계를 말한다.
壞(괴)는 점차 파괴되고 소멸하는 단계를, 즉 변화와 쇠퇴를 상징한다. 空(공)은 완전히 소멸하여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단계를, 이는 無와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용어로 生住異滅(생주이멸)이란 말을 곧잘 쓴다. 이것은 여러 인연으로 생성되어 변해 가는 모든 현상의 근본적인 모습 곧, 생겨나(生) 머물다가(住) 변하여(異) 소멸(滅)하는 모습을 말한다(시공불교사전).
또 다른 유사한 용어로 諸行無相제행무상), 즉 영원한 것은 없다. 諸法無我(제법무아), 즉 고정된 실체는 없다. 는 뜻이다. 이 문구들의 공통점은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무상(無常)함을 설명하는 내용들이다.
헌법을 부정한 방법으로 고쳐가면서 권력을 오랫동안 누리려고 했으나, 권좌에서 비극적으로 물러난 사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결국 모든 만물은 반드시 생성과 머무름⋅파괴되고⋅아무것도 없는 空의 상태를 거친다. 그리고 다시 生(생)의 단계도 돌아간다.
중국 남송(南宋)의 4대 시인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양만리(楊萬里, 1127~1206)의 납전월계(臘前月季)라는 시에 다음과 같은 시구가 나온다.
피어나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 하지만(只道花無十日紅)
월계화는 봄바람 불지 않는 날이 없다네(此花無日不春風)
갓 피어난 꽃봉오리 연지색의 붓 같고(一尖已剝胭脂筆)
비취색 꽃받침은 터진 꽃송이를 감쌌네(四破猶包翡翠茸)
섣달에도 꽃을 피우는 월계화의 계절적 특색과 꽃봉오리가 막 피어났을 때의 모습을 묘사한 구절이다. 각각의 꽃은 봉오리를 틔워 얼마 있다 떨어지지만 그 옆에 다른 꽃이 또 새로 피고 가지마다 꽃이 연이어 피고 지면서 봄바람이 가득한 꽃의 향연을 계속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시인은 이 같은 월계화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보통의 상식과 다르다는 의미에서 화무십일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여기서 전하여 화무십일홍은 열흘 넘게 계속 붉게 피어있는 꽃은 없다는 뜻으로 비유하여, 화려한 부귀영화는 오래 누리기 어렵다, 막강한 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라는 말로 쓰인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만물이 成住壞空(성주괴공) 혹은 生住異滅(생주이멸)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람을 예로 든다면, 태어나서 자라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청년이 되고 멋있는 중년 신사가 되었다. 이때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루어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성장해 나간다. 즉 성(成)의 기간을 거친다.
경제적으로도 한층 무르익고 살림도 이전보다는 여유가 있게 되는 주(住)의 과정을 거친다. 이제 성숙의 과정이 지나고 점점 노화의 단계에 이르러 어느 날 보니 머리가 희여지고 허리기 꾸부러진 노인이 되어있다.
병들어 죽어가는 괴(壞)의 단계에 이름으로써 공(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生)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주역에서 항(恒)은 오램이며, 항구(恒久)할 수 있는 道를 이른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항상 정도(正道)를 지킴이 이롭다는 뜻이다. 天地(천지)의 道는 恒久하여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지의 도가 장구한 까닭은 정도(正道)로써 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천하의 이치가 동(動) 하지 않고는 항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動해야 되는 이유는 終(종)이 되어 다시 始作(시작)되니, 이 때문에 항상 하고 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恒)은 일정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때에 따라 變易(변역:고쳐서 바꿈)함이 바로 항상 하는 방도라고 말하고 있다. 참조: 성백호, 주역 뢰풍항(雷風恒)
사회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막힘 현상을 풀어주는 변통(變通)이 항시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이는 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이, 사회질서도 세상의 변화에 맞게 변화를 주어야 사회 갈등이 줄어들고 변하고 통해야 오래가는 것이 역의 이치다.
이는 한쪽으로 치우 치지 않고 중도의 道를 지켜 사회의 질서가 오래 유지될 수 있음을 뜻한다.
사회나 국가도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적절하게 발맞추어 변화해 나가야 한다.
갈등은 줄이면서 중도를 유지해야 사회의 질서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아울러 나라에 이로운 일은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고, 반대로 나라에 해로운 일은 제거해 나가야 한다.
孟子曰(맹자왈) 맹자가 말하길,
順天子(순천자)는 存(존)하고, 逆天子(역천자)는 亡(망)이니라. 즉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사람은 살고, 거스리는 사람은 망한다. 고 했다.
천하에 정도가 행해지면 덕이 적은 사람은 덕이 큰 사람에게 부림을 받고, 도가 낮은 사람이 도가 높은 사람에게 부림을 받는다.
천하에 정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작은 나라가 큰 나라로부터 부림을 받고, 약한 나라가 큰 나라로부터 부림은 받는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의 뜻이다.
악한 그릇(나쁜 마음)이 가득 차면, 하늘이 반드시 벌을 내린다. 만일 사람이 선하지 않은 일을 하여 그 이름을 세상에 드러냈다면 남이 비록 해치지 않더라고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
참고) 명심보감(천명편)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자 보자,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여유 있게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욕심을 내고 노력한다고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正道를 가고 있는지 항상 반성하는 습관을 지닐 때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