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역사를 바로 보는 당당함

인기의 이유는 무엇인가

by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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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가 OTT서비스를 시작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파친코’가 전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아직 5화까지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2022 최고의 컨텐츠는 파친코가 될 것’이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우리나라 언론과 일본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물어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들 호들갑이세요? 기분 좋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나 나름대로의 답을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에게는 익숙한 한국과 일본의 지워지지 않는 역사적 앙금의 정체는 두 나라를 제외한 국가에게는 새로운 역사다. 일본은 아직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이나 종군위안부, 쌀 수탈과 같은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거나 외면하고 왜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려 왔다. 그저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포장하고, 말을 만드는 일을 한 것이 지금 일본 국가 이미지다. 때문에 ‘파친코’로 알게 된 한일 양국간의 진짜 역사는 모르는 이들에게는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새로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 진실을 알았을 때의 희열을 이 드라마의 팬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캐릭터의 단단한 힘이다. 주인공 선자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온전한 사랑을 먹고 자랐다. 때문에 한 눈에 보아도 당당한 눈빛을 가진 숙녀가 된다. 불완전한 청춘의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주어진 상황에 굴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모습은 마치 조선의 역사와 닮아 있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는 농사짓는 기술정도였던 조선이 일본의 굴욕적 통치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남겨준 조상들의 정신일 것이다. 부끄러운 한수의 첩으로 살지 않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자신의 선택에 당당한 모습, 가난하지만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꼿꼿한 ‘우리 정신’, 그 정신의 힘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이며, 누구에게도 당당한 선자의 눈빛으로 함께 읽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셋째, ‘K-컨텐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안에만 있으면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한국의 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성장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K-POP과 K-drama가 이끈 문화는 화장품과 식품 등의 수출을 확산시키며 ‘한글’을 배우기 위한 학과가 늘어나는 나비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말도 못하게 대단한 애플사에서 1000억을 들여 일본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는 한국컨텐츠를 제작할 생각을 감히 할 수 있었을까.

이 밖에도 그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시대 재현이나 오스카상에 빛나는 윤여정의 연기, 어디에서나 이방인으로 살아 왔을 전세계 많은 이주민들의 현실 등도 작품에 몰입감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줄기는 ‘역사를 바로 보는 당당함’일 것이다. 부끄럽거나 굴욕적이어도 과거를 부정하며 성장하는 모래성은 어쩌다 부는 바람에도 무너질 성이다. 어쩌다 불게 된 ‘파친코’ 바람에 ‘역사왜곡’을 들먹이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반응을 보이는 일본이 쉽게 무너질 모래성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K-컨텐츠의 해외 인기에 대한 분석이다 보니 ‘국뽕’으로 치우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나 보다. 하지만 늘 위축된 역사를 살아온 가장 밑바닥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우리의 조상과 시대의 어른들에게 좋은 소식을 조금 과장되게 전하는 것은 효도라 불릴 것이니 나 또한 '국뽕'에 부끄럽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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