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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구름배 Jan 28. 2023

네 가족이 장기여행을 하면 일어나는 일

안탈리아 in 튀르키예(터키)

1. 아이들이 엄빠의 비밀을 알게 된다.         


"엄마! 한국에서도 매일 술 마셨어?"

"어머머~누가 들음 알코올중독자네~하루 한 캔은 혈액순환에 좋아ㅋㅋ"

아이들에게 "나의 1일 1맥"을 들켜버렸다.


아빠의 튜브 찐사랑도 들켜버렸다.

퇴근 후 자기 방에서 유튜브 보는 게 낙인 김기사인데.. 지금은 애들이 자꾸 옆에 와서 같이 보자 하니 대략 난감이다.(차 안 벙커방이 김기사방이지만 방음이 안된다) 청불 영상은 무음으로 보며 소리를 상상하는 수밖에ㅋㅋ


2. 모든 옷의 공유가 시작된다.


ㅡ 12살 귀순이가 여행 전보다 폭풍성장하면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도 몇 벌 없지만ㅋ)

김기사가 나에게 "이 옷 귀순이 옷 아니었어? 왜 마누라가 입고 있어?"

"어머~이 옷 내 옷이거든~ 귀순이가 자꾸 입어서 그래"


ㅡ"누나! 내 빤스 다 빨았으니까 누나 빤스 입을게~"
"뚜뚜야! 내 팬티 입지 마! 근데  팬티 거꾸로 입었어"(뚜뚜는 8살 남자어린이)
"뚜뚜야~입을 거면 제대로 입어~궁둥이 다 보여"
"누나! 그건 사양할게"
"?"
"난 빤스 거꾸로 입어도 편하거든"

"똥꼬에 빤스 낄 텐데 편하다고?"
뚜뚜의 포동포동한 섹시 뒤태에 가족 모두 빵!


3. 집안일의 역할분담이 시작된다.

 설거지담당 귀순과 바닥을 책임지는 뚜뚜

"얘들아~ 엄빠 둘이 집안일하기 벅차다~집안일 같이 하자~"

처음엔 순순히 집안근로를 하던 두 어린이들이 근로수당으로(?) 게임시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끝까지 버티자

둘이 이마에 흰띠(두루마리 휴지) 두르고 나타나 주먹쥐며 "요구를 안들어주면 삭발식을 거행할 겁니다 악덕엄마는 게임시간을 지급하라! 지급하라!"

하는거 아닌가!

 "그건 어디서 본거냐" 물으니

"만화 뚜식이에서 봤는데~"

"요즘 만화 무섭구만ㅋ알았어 알았어 게임시간 지급할게"


               ♤우리집 집안일 역할분담♤

아빠(47살) 담당 : 운전하기, 물 채우기, 오물 버리기, 안전과 차량수리총괄, 요리 1/2

엄마(42살) 담당 : 여행계획과 예산, 잘 곳과 물 채울 곳 찾기, 글과 사진 남기기, 화장실 청소, 요리 1/2, 애들 공부 총괄

귀순(12살) 담당 : 설거지, 동생 공부 담당, 주먹밥과 라면 끓이기 담당

뚜뚜(8살) 담당 : 방바닥과 테이블 청소, 귀여움과 먹보 담당

 머리가르마 타듯 쫙~줄 선 구름들이 귀엽다./ 12짤 귀순이가 내 키를 따라잡고 있다. 나도 열심히 우유를 먹을테닷!
중력을 거스르고 옆으로 곧게 자라는 줄기가 신통하고 기특하다/길가다 고개를 돌렸는데 내 눈높이의 고양이와 눈 마주치고 나만 화들짝 놀라 민망민망, 얘는 끄덕도 없다.
20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보고 "누가 대형 화장실 변기솔을 들고 있나?" 생각하고 다가갔더니ㅋㅋㅋ
나는 저 물담배가 피고싶다. 저 알록달록 드레스가 입고 싶다. 가족 모두 내 뒷덜미 잡고 질질 데려간다.
밤새 비오더니 우리집 주변이 바다가 되어있다. 그래도 끄덕없지롱~
아침일찍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파도가 나를 덮칠줄이야~머리끝까지 바다를 뒤집어쓰고 집에 가니 가족들이 배꼽잡는다.

♡ 차에서 사는 가족의 유랑경로 ♡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오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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