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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Nov 05. 2021

17화. 꿈을 꾸게 해줘서 고마워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방문기.

많이도 늦었지만 추석때 '현타' 온 이야기를 해야겠다.

일종의 크로스오버다. 

내용은 알바장 이야긴데, 감상을 적으려면 이 챕터가 맞겠다 싶었다.


연휴의 막바지였던 지난 9월 22일, 

서울 한복판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아침이었다.

클루가 알바 예약에 성공한 목적지는 바로 얼마 전, 국민평형(?)이라는 30평대 기준 매매가가 40억을 넘겨버린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이하 부동산 용어로 '아리팍')였다. 옛날 그 서울 아파트 기준이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였다면, 지금은 어느새 이곳이 그 기준이 되어버린듯 하다. 무슨 기준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들어 뉴스와 기사로 도배되는 아파트 되시겠다. 

솔직히 목적지를 보고 이 예약을 잡아야 하나 잠깐 고민도 했다. 일종의 선입견인데, 뭔가 이런 어마어마한(?) 아파트는 보안 경비가 명성에 걸맞듯 삼엄하여 출입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하필 그때 클루의 모토나 마찬가지인 'now or never'라는 모 브랜드 카피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 까짓거 그 콧대높은 아리팍 한번 가보지 뭐.'

아파트 이미지와는 달리, 고객이 요청한 아주 깜찍한 MINI의 'CLUBMAN'을 타고 서래마을을 관통하여 갔다. 그 동안 서울에 살면서 근처에 갈 일이 없어 천천히 네비를 따라 갔는데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안그래도 고요했던 서울의 아침이 그곳에서만큼은 더욱 적막하게 다가왔다. 시원하게 뻗은 직선 도로 저 끝에 아파트 주차장 입구가 보였는데, 가는 내내 사람 한 명 보이질 않으니 마치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후>의 런던 거리처럼 느껴졌다. 주차장 앞에 거의 다다랐을때, 드디어 인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젊은 남성이 골든 리트리버 한마리와 유유히 산책하며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이윽고 경비실과의 통화 후,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지하주차장 한켠에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하고 미션을 끝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걸어올라와 그 시원하지만 적막한 직선도로를 다시 터벅터벅 되돌아 갔다. 역시나 사람 구경은 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언제 한번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두어번 쯤 고개를 돌려 아파트를 올려다봤던 것 같다. 잡생각을 떨치고 큰 길가로 나왔다. 유난히 촘촘해 보이는 메인도로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금 3.3% 떼고 내 손에 쥐어진 만원 남짓. 

우리나라 국민인 내가 이 아파트의 소박한 국민평형 30평형대를 사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40만번만 이렇게 알바를 하면 된다. 본업과 병행해서는 말이 안되고, 주말에 개처럼 뛰어다녀보니 하루 10번 정도 가능할것 같은데 그럼 1년에 5일정도 쉰다는 가정 하에 3,600번. 40만번을 해야하니까 계산기 뚜드려보니 111.1.....년이 나오네. 

그래, 비현실적이다. 그냥 희망급여 500만원으로 계산해보자. 딱 떨어진다. 800번을 받으면 된다. 다시 12개월로 나누니, 66.6....년이 나오네. 아.....망할.. 안되는구나. 100살 넘게 월급으로 500만원을 계속 받아야겠구나. 물론 2021년 11월 현재 기준이다.


소박한 국민평형 실거래가

2017년~2018년 사이에 아리팍 국민평형이 고만고만하게(?) 20억대에서 놀던 때가 있었다. 당시 이론적으로나마 주담대 풀로 땡기고, 동수저 정도 되는 엄빠 찬스 좀 빌리고, 그동안 맞벌이며 재테크로 모은 돈들 박박 긁어 모으면 부동산에 문의 정도는 해볼 수 있었던 3, 40대들이 존재했으리라. 그렇게 다소 도박적이지만 엄청난 결단력과 용기만 있다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불과 3, 4년 사이에 그대로 꿈이 되어버렸다. 로또 번개를 두번 맞아도 재수 없으면(?) 살 수 없는. 


굳이 반포 아리팍에 들어가 사는 것이 꿈이자 장래희망 혹은 최종목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꿈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고마워요, 꿈을 꾸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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