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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ie Apr 04. 2019

Give and take

그들의 표현법


기브 앤 테이크.

사람이라면 으레 갖춰야 할 예의나 염치 정도로 느껴지는 문장.


B를 만난 건 4년인가 5년인가 전이다.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나에게 그녀의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라면 절대 깊은 관계가 아닌 사람에게는 털어놓지 않을 이야기. 퇴근 전 20분 정도 잠깐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에게는 엄청난 이야기를 그녀는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나는 B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아직은 그녀와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숨겼다.


그 후로 B는 이사를 한다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하는 서울 생활인데 이사까지 혼자 한다는 말에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터놓은 만큼 나는 이삿날 손을 보태는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 그날 가겠다고 말했다. 막상 그날이 되어 내가 도운 것은 없었지만 B는 연신 고맙다며 고가의 화장품을 선뜻 내주었다. 나는 또 내가 받은 선물에 보답하고자 또 무언가를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주다 보니 어느새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가 되어있었다.


A를 만난 건 B를 만난 것 보다도 1년쯤 더 전이었던 것 같다. A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처음에 내 첫인상이 너무 차가워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 이후로 몇 년이 지나는 동안 A와 달리 가까워질 계기는 없었다. A와 같이 일하게 된 건 작년 7월부터. 그녀는 매일 뭐가 그렇게 주고 싶은 건지 집에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챙겨 왔다. 글쓰기가 취미라는 그녀는 그녀의 힘들었던 시간들 마음속 생각들이 적혀있는 글들을 거리낌 없이 나에게 보여주었다.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 너도 나도  허세스러운 글을 써서 내보일 때도 비공개로만 글을 써오던 나에게 A는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그녀가 나에게 많은 것들을 쏟아내는 만큼 나도 그녀에게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에게 길들여져 버린 것 일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일은 없었는데 그녀에게 보이는 것은 뭔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상대가 다가오는 만큼만 다가가는 나는 이제까지 대부분의 관계에서 적정선을 유지해왔던 것 같다. 어떤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살다 보니 A와 B 같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조금 어려운 유형의 사람들도 만나게 됐다. 그들이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짧았다. 그들은 상대가 다가오기 전에 먼저 그들의 한 을 내어준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방법은 오랜 시간 알고 지내거나 어떤 대단한 계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계산 없이 먼저 내 한 을 내어주는 것(give)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지는 마음들(take). 그것이 그들의 표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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