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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Aug 03. 2019

감동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어떤날의단상 #감동을주는공간 #건축가


건축을 하기로 작정했었다.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학교에 지원서를 쓰면서 왜 인지 나는 건축을 하겠노라고 방향을 정해서 작성하고 있었다. 학부 1학년 1학기 시간표를 짜면서도 이미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모든 스토리는 '건축을 하고 싶다. 건축을 하겠다.'로 연결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학부4년, 대학원2년을 포함해 10년을 건축설계만을 바라보며 살았었다.

at Handong Studio in 2011


나는 감동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너는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니?


학생 때 자주 듣던 문장이다. 

이 질문을 2008년 겨울, 프랑스의 깊은 시골에 위치한 라뚜레뜨(La Tourette) 수도원 숙소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전, 다시 받았다. 위대한 건축가 중 한 사람인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가 도미니크 수도사들의 의뢰로 설계한 공간을 만나고 나는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은지 각자의 골방에서 밤새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저녁 식사 시간을 마치고 모듈러로 설계된 방에서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여담으로 제대로 모듈러 적용된 숙소는 유니테 다비따시옹 호텔에서 묵었을 때였다. 라뚜레뜨 수도원에서 수도사가 머물렀던 방과 거의 100% 흡사했다. 컬러감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La Tourette 수도사가 기거했던 방 ©강상철 2008


그렇다면 감동을 어떤 때에 받는가? 공간 그 자체로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공간에 스며드는 빛, 바람, 온도, 분위기 등이 감동을 주는 것일까? 


La Tourtte 기도실 내부 ©강상철 2008
La Tourette 기도실 내부 ©강상철 2008
La Tourtte의 모태가 된 Le Thoronet 수도원 성당 내부  ©강상철 2008
롱샹 성당 내부 ©강상철 2008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그의 말년에 설계한 롱샹 성당을 다녀오고 나서 진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성당의 정체성에 맞게 기능을 완벽히 충족했을 뿐만아니라, 공간 자체의 분위기가 성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교회나 성당같은 신을 위한 공간에서만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공간으로 감동을 받게 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Therme Bath, Vals  ©강상철 2008


공간 그 자체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은 분위기(Atmosphere)인 거 같다. 200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롱샹성당의 경우도 르 꼬르뷔지에의 특이한 드로잉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고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공기의 소리라고 할까) 분위기에 압도된다. 또다른 경우로 (지금은 상호가 바뀌었지만) 스위스 Vals 계곡에 위치한 Therme Hotel의 Bath에서 물에 둥둥 떠서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있다. 이 공간 요소요소의 디테일과 지역의 돌을 얇게 잘라 사용한 재료를 보고서도 감탄을 자아낸다. 


짧은 이야기로 쓰려 했는데 애매한 분량이 되었지만, 

감동을 주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건축학도는 현재 설계가 아닌 조금은 다른 길로 건축과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자 길을 걷고 있다. 이번에 얇게 다룬 '감동을 주는 공간'이라는 주제는 더욱 깊이 경험과 리서치를 녹여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by cloudocloud,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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