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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Feb 08. 2023

회색빛에서 발견한 색감, 독일

#읽다 '독일미감' - 박선영 지음


'독일미감'

- 저자 : 박선영
- 출판사 :  모요사
- 초판 발행일 : 2022.12.10
- 구입일 : 2023.01.08
- 읽은 기간 : (첫 번째) 2023.01.09-01.22


감상


나는 독일에 언제 어디를 가보았지? 몇몇 도시에서의 기억을 통해 만난 독일. 2008년 1달 반의 유럽 건축 답사, 2017년 3주간 암스테르담에서부터 스톡홀름까지의 여정 중 일부였다. 많은 곳에 머무르진 못했다. 베를린, 뮌스터, 함부르크에 각각 3일 정도 머물렀었고,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쾰른의 경우는 한 두 장소를 보고 또 다른 도시로 이동해 스치기만 했다. 베를린이 가장 첫 독일이었는데, 다른 유럽과 많이 달랐다. 새것의 느낌이랄까. 1990년대 이후 지어진 건축도 많아 파리, 로마와 같은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박선영 작가님은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다녀오신 장소들이 좋아 챙겨보고 있었다. 2023년을 시작하는 어느 날 문득 북토크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럼 책을 쓰셨단 얘긴데! 야속하게도 메타의 알고리즘이 한동안 작가님 계정 피드를 나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아 미처 출간 소식을 알지 못했던 것. 북토크 신청을 먼저 하고 뒤이어 책을 구입했다. 타이밍이 늦어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참여했다. 책을 다 읽었냐는 첫 질문에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멋진 장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다가 일단 앱을 껐다. 북토크는 진행된 장소까지 가보고 싶었던 삼청동 '이예하'여서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진 시간이었다. (장소 '이예하'에 대해서는 #장소들 파트에서 나눠 보겠다.)  


북토크를 마치고 나서야 책을 찬찬히 읽어 보기 시작했다. 작가님만의 감각을 따라 떠나는 여정도 좋았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또 어떤 곳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따라가 보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독일은 전후 재건을 통해 다시 건물을 짓고 도시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럽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중세의 분위기의 도시 인상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건축으로만 보더라도 전후 복구 과정에서 모더니즘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역사 속 현장이던 공간이 공개되어 활용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책에서 언급한 장소는 구글 지도에 모두 핀을 꽂아 두었다. 독일이 꽤 크기도 해서 한 번에 섭렵하는 것은 너무도 욕심이겠지? 가능하다면 책에 등장한 곳들은 모두 꼭 가보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마지막 해외여행은 2019년 가을이었다. 2023년 1월, 여전히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뜻한 계절이 오면 독일로 떠나야겠다.


MAP | '독일미감' 속의 #장소들 

https://maps.app.goo.gl/yomwXJUGYVqZRMp67?g_st=ic


그리고 언젠가 박선영 작가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기획된다면, 이것 또한 놓치고 싶지 않다. 꼭 참석하고 싶다.


박선영 작가님의 사인 ⓒ 2023. 최성우


문장들


"그 미감과 아름다운 모양새를 애써 드러낸다든가 관광 상품이나 브랜드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 또한 '독일적'인 것으로 느껴져 나는 늘 흡족했다." - 6p.


"얼굴은 말갛게 사라져 가고 이야기는 더욱 명징해지는 그런 밤, 친구 샛별의 램프를 바라볼 때마다 서울의 우리 집에도 가져다 둘까 하고 수없이 생각해 봤다. 아니다. 오리히트의 아련한 등은 독일에서만 마주하기로 하자.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대면이 더 좋을 듯싶다. 서울에서는 어쩐지 한지가 주는 전통성과 한국성의 의미가 너무 견고해질 것만 같다." -14p.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직접 디자인한 마호가니 옷장과 책장, 램케 부부가 수집한 거실의 가구들은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만 겨우 남아 있다. 가구도 사람도 사라진 이 공간이 마치 광활한 자연 속에 그려 놓은 가느다란 드로잉처럼 느껴진다." - 27p.


"가끔 이 도시가 환기시키는 '낯섦'이나 '거칢'은 아티스트의 창작에 중요한 요소가 되거든요."(최선아 작가의 말) - 35p.


"다만 90년 전의 이 극적인 프로젝트의 실체와 원형은 현재 남아 있는 건축물로만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40p. (주. 여기서의 프로젝트는 바우하우스)


"오늘의 우리가 '디자인'이라 부르는 것의 집약된 원형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책 속의 한 문장 같은 생각이 스쳐 갔다." - 42-43p.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요?" - 51p. (주. 영화 '네오 라우흐의 동지들과 동료들' 중 네오 라우흐의 말)


"그것은 일종의 아름다움인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하다. 과거의 기억을 호명하는 듯한 이런 산업적 풍경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종류의 미감이다." - 53p.


"그 순간 문득 그가 나의 딜러가 아니라 진정한 램프의 여정에 이심전심인 친구로 느껴졌다." - 61p.


"쾰른이라는 도시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숨겨진 디테일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해. 이곳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완결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 61p.


"회화는 내면세계를 직접적이고 투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 (중략) 인간의 생각과 정신은 시대를 초월해 회화라는 형식에서 심도 있게 누적되리라 확신합니다." - 82p. (주. 아티스트 샌 정의 말)


"역사적인 가치는 늘 장식과 기능을 능가하게 마련이니까요." - 103p.(주. 콜렉터 울리히 피들러의 말)


"지나왔던 방을 다시 되돌아 나가는데,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창밖의 나무들과 허물어져 가는 돌탑이 눈에 들어왔다.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내 안의 어디에선가 떠오르는 레비나스의 문장을 힘껏 끌어안았다. "여기에는 환대가 있고, 기대가 있고, 인간적인 영접이 있다." " - 111p.


"건축 일을 하면서 즐거움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건 아예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고통스럽더라도 그냥 가는 거죠. 다만 내 삶에 주어진 이 일이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 그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159p. (주. 건축가 이은영의 말)


"아트 바젤은 동시대의 예술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소비되는 곳임에 틀림없지만 한 번도 그 뜨거운 열기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늘 주류에서 슬쩍 비켜난 삶을 살아온 듯하다. (중략) 본능이었는지, 의도한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런 나의 영역 안에서 만족했고 때론 모종의 고립을 즐기기도 했다." - 174p.


*위의 '문장들'의 모든 문장은 '독일미감' 저자 박선영 님의 글이다. 세부 출처는 각 본문 페이지 수로 표시했으며, 저자가 아닌 인터뷰이의 말은 '주.'로 따로 표기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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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읽기 #쓰기

램케 주택을 보고 평면도를 찾아 그려 넣었다. 본 건축 디자인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맡았다. ⓒ 2023. 최성우

(끝)

2023년 1월 읽고,

2023년 2월 3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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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최성우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사람을 만나고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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