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일차 | 6월 24일 포르투 Porto, Portugal
이 이야기는 2024년 6월 19일부터 8월 21일까지 이베리아 반도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니스로 펼쳐진, 유랑에 가까운 여행기다. 여행의 시작점 포르투와 언젠가는 가보리라 생각했던 그라나다의 라 알함브라, 그리고 2026년 완공 예정이라고 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는 바르셀로나 정도가 떠나기 전, 머릿속에 떠오른 장소들이다. 그 외에 닿은 대부분의 도시는 하나하나 발견하며 나아갔다. '이번 여행은 꼭 기록으로 남겨야지', 여행 중은 물론이요, 돌아와서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 중엔 낮에는 해가 떠있는 한 계속 거니느라 쓰지 못했고, 밤이 되면 다음 일정 고민과 예약에 쓸 여유가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일정들이 생겨나고 이곳에서의 생활에 젖어 있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을 가득 채워 버렸다. 1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난 1년을 회상하며, 하루하루 일기 쓰듯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 두려 한다. 이것은 64일간의 여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포르투 Porto, Portugal
11,038 걸음 / 303장 사진과 29개의 비디오
여정
상 벤투 기차역 Estação Ferroviária de Porto – São Bento
타임아웃 마켓 포르투 TimeOut Market Porto
볼량 메트로역 물품보관함 위치와 크기 확인
뽀베이루스 광장 Praça dos Poveiros
마르께즈 드 올리베이라 정원 Jardim Marquês de Oliveira
콤비 커피로스터즈 Combi Coffee Roasters
분수길 산책로(알라메다 다스 폰타이냐스 Alameda das Fontaínhas)
도심 거리 복습
슈퍼마켓 핑구 도스 Pingo Doce
귀가
축제의 여운
새벽까지 시끌벅적했던 상 주앙 축제는 끝이 났다. 월요일이 밝았으니 포르투갈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갔으려나? 여행자에게도 축제의 여운은 강렬했다. 정신은 그 열기 속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를 좀 마셔봐야겠다. 숙소 앞에 있던 카페도 가봤고, 포르투에서 가봐야 할 카페(라는 리스트가 있었다)를 들려봐야지. 목적 중 하나는 에어로프레스 필터를 구입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냥 커피 도구를 판매하는 곳이 혹시 있을까 했지만, 찾지 못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는 도구도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상 벤투 역 São Bento
'포르투 동네 한 바퀴' 돌 적에 상 벤투 역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포르투에 온 지 5일이 지났는데,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이곳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 있는 기차역은 도시의 팽창과 교통수단의 다각화로 사라지거나 운송 수단으로서의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살아남는다면, 오르세처럼 미술관으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사례는 극소수에 해당한다. 그에 비해 상 벤투 역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아줄레주 벽화가 커다란 벽면을 한가득 채우고 있고, 기차가 분주히 오간다. 기차역에 가기 전, 메트로역에도 슬쩍 들어가 봤다.
기차선로에도 상 주앙 축제의 흔적(풍등 덮개)이 남아 있다. 기차역 뒷마당으로 갔다. 행사가 진행됐던 흔적, 무대와 가렌다가 보인다. 관제탑처럼 생긴 철제 탑도 보인다. 공터가 꽤 넓었다. 길게 이어진 역사에는 여러 F&B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푸드코트가 있는데, 바로 '타임아웃 포르투TimeOut Porto'이다. 좁고 길게 배치된 가게와 테이블은 마치 객차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층에 앉아 식사할 때는 상 벤투 역 플랫폼에 오가는 사람들과 기차를 볼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숙소에서 전날 사 온 나타와 에스프레소를 먹고 다음 일정에 대한 작전을 고심하다가 느지막이 나온 마실이었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열려 있는 식당이 있다는 것만 해도 좋은 기회였지만, 끌리지 않아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한번 더 가게 된다면, 먹어볼 만한 요리도 꽤 있었다. 언젠가 올 다음 기회를 노려 본다.
메트로 라커 서치
오전에 고민이 많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이제 곧 다시 한번 숙소 옮기는 날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더 있고 싶지만, 그만큼 인기가 많은 숙소였다. 더 이상 연장은 불가한 상태! 다음 숙소를 호텔로 할지 에어비앤비로 할지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 지금 숙소와 같은 업체에서 운영하는 다른 장소였다. 즉, 짐을 맡겨 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 내일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에 캐리어를 끌고, 백팩을 메고, 이고 지고 다닐 수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 그래서 이곳에 왔다. 여기는 볼량Bolhão 메트로역 물품보관함(Locker)이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라커의 크기는 캐리어가 들어갈 수 있을지 등을 확인할 목적이었다. 포인트 중 하나는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 아직 현금을 쓸 기회가 없어서 돈을 찾지 않고 있었다. 다음 이슈는 ATM을 찾는 것이다. 수수료 없는 ATM.
볼량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카페 리스트를 좀 찾아봤는데, 발견한 곳이 있었거든. 몇몇 사람이 추천하기도 해서 가보기로 했다. 도보로 10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동네 분위기가 무언가 모르게 달라졌다. 그동안은 관광객을 위한 지역을 다녀서일까, 조금 더 로컬에 가까운 뉘앙스가 느껴졌다. 포베이루슈 광장(Praça dos Poveiros)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 동네다.
'포베이루슈'는 포르투 북쪽 해안 도시 Póvoa de Varzim포부아 드 바르징 출신 사람들을 말한다고 한다. 그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포르투로 건너와 이곳에 정착했다고. 그들 사이에 연대가 끈끈해서 공동체가 잘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광장에서 오리베이라 후작의 정원(쟈르딩 마르케스 드 오리베이라Jardim Marques de Oliveira)을 지나 입구에서부터 로컬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동네 단골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 말이다.
콤비 커피로스터스 Combi Coffee Roasters
오후 4시 반 무렵, 야외 테이블은 가득 차 있었고, 한 차례 손님들이 떠난 타이밍인지 실내는 한산했다. 라떼를 주문하고 매장을 둘러보았다. 와우! 드디어 찾았다. 에어로프레스 필터Aeropress Paper Filter! 이곳에서는 여러 커피 브루잉 도구를 판매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서퍼인가보다. 오늘도 서핑하고 오신 듯한 기운을 풍기며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카운터에 있는 분께 근처에 갈 만한 식당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분을 부르더라. 알고 보니 방금 대화했던 바리스타는 (포르투갈 사람이 아니고) 외국인이었다. (나라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여러 가게를 알려주셨는데, 월요일이라 닫았거나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6시나 7시에 다시 오픈한단다. 월요일에는 포르투도 많은 가게들이 휴무라는 사실을 정확히 확인했다. 그래서 식당 정보는 많이 얻었지만, 아쉽게도 바로 갈 수 없었다. 핸드폰으로 찾아주신 맵을 사진으로 남기고 나중에 구글맵에 표시했다. 내 타이핑 속도보다 사진 촬영이 빠르니까. 그렇게 조금 더 콤비 커피에서 누리다가 식당을 스캔하러 떠났다.
이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더니 서쪽에 신규 매장이 생겼다며 놀러 오라며 DM을 주셨다. 일정 중에 결국 방문하지 못했다. 다음번에 포르투에 가면 콤비커피에 또 가봐야지. 동네 카페스러운 정다운 분위기가 있는 공간이 좋다. 이곳, 콤비 커피 로스터스Combi Coffee Roasters처럼.
루이스 다리에서 보이던 다리가 보고 싶어서
이미 카페에서 확인한 대로 '월요일 휴무'와 '브레이크 타임', 상 주앙 축일 연휴까지 겹쳐 식당은 포기하고 도우루강 방면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루이스 다리에서 보아왔던 직역 하면, '왕자의 다리', '폰트 두 인판트Ponte do Infante'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Infante'는 왕자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왕위 계승자가 아닌 왕자를 부르는 명칭이다. 여기서 말하는 왕자는 항해왕이라 불리는 엔리케 왕자를 말한다. 그를 기려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다시 시작된 축제
다리 옆을 통하는 길이 있어 내려가 보니 시끌벅적하다. 어린 시절, 호수 주변에 간이공원으로 만들어져 있던 경주 보문단지가 떠올랐다. 대구 수성못도 이런 시설이었을까? 간이 놀이기구들, 푸드 트럭으로 핫도그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등 인산인해다. 그중 추로스 줄이 가장 길다. 첫번째 숙소 바로 앞 마을에 추로스 푸드트럭이 있었는데, 줄 안 설 때 먹어볼껄~. 나는 아이스크림과 핫도그처럼 생긴 걸 선택했다. (명칭이 따로 있었는데, 막상 그 트럭 사진을 찍지 못해 알 수 없다) 사실 위생 상태도 그리 좋지 못한 푸드 트럭과 조악한 놀이기구들이었지만, 사람들의 신남이 보여서 좋았다. 근데 오늘 월요일 아니었어? '상 주앙 축일'은 공휴일인 걸까.
장보고 들어가자
볼량 시장 근처 대형 마켓 핑구 도스를 발견했다. 강가 전망대에서부터 대략 도보로 15분 거리다. 새로운 장면과 몇 차례 만났던 광경이 교차했다. 만났던 장소는 복습하는 기분이었다.
축제가 끝난 월요일은 거리조차 비어 있게 했다. 조금 전에 다녀온 공원이 실재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산투 일드폰수 성당 앞 가판대 역시 비어 있었고, 볼량시장마저도 문을 닫았다.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해 먹을 생각으로 간단히 식재료를 사서 돌아왔다. 축제의 여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시내 풍경이었다.
(끝)
거닐고 이야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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