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일차 | 6월 25일 포르투 Porto, Portugal
이 이야기는 2024년 6월 19일부터 8월 21일까지 이베리아 반도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니스로 펼쳐진, 유랑에 가까운 여행기다. 여행의 시작점 포르투와 언젠가는 가보리라 생각했던 그라나다의 라 알함브라, 그리고 2026년 완공 예정이라고 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는 바르셀로나 정도가 떠나기 전, 머릿속에 떠오른 장소들이다. 그 외에 닿은 대부분의 도시는 하나하나 발견하며 나아갔다. '이번 여행은 꼭 기록으로 남겨야지', 여행 중은 물론이요, 돌아와서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 중엔 낮에는 해가 떠있는 한 계속 거니느라 쓰지 못했고, 밤이 되면 다음 일정 고민과 예약에 쓸 여유가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일정들이 생겨나고 이곳에서의 생활에 젖어 있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을 가득 채워 버렸다. 1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난 1년을 회상하며, 하루하루 일기 쓰듯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 두려 한다. 이것은 64일간의 여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포르투 Porto, Portugal
14,573 걸음 / 320장 사진과 33개의 비디오
여정
조식 앤 커피
카스트루 Castro - 아틀리에 드 파스텔 드 나타 Atelier de Pastéis de Nata
(메트로)
(걸어서) 메르카두 역에서 레사 해변까지
레사 조수 풀장
(걸어서)
마투지뉴스 해변
(저녁 시도 실패) 라주텐투 라제 세뇨르 두 파드랭 Restaurante Lage Senhor do Padrão
(메트로)
귀가 - 저녁식사
여기까지 와서 커피 내리기
드디어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필터를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난 뒤, 매우 낙담하였지만 다른 걸 두고 온 것보다는 잘 된 일이다. 그라인더라든지, 에어로프레스라든지,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그냥 불가능. 어떻게든 대안이 생기겠지만,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번거로워지겠지.
포르투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이다. 그래서 영상도 찍어 보았다는. 느지막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빨래도 하고 정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위한 고민과 서치가 시작되었다.
또 다른 나타, 카슈트루
나타 전문점은 정말 여러 곳이 있다. 자기만의 1위는 사람들마다 달랐다. 다양한 나타를 맛보고 싶어 만테이가이아에 이어 두 번째로 가본 곳이 카슈트루다. 숙소가 있는 플로레스 거리와도 가깝고, 여기를 1위로 꼽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그래서 기대되었다. 이곳 역시 투명하게(?) 제작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생산하고 있으시다. 매번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가 이번에는 카푸치노를 선택했다. 나타 하나와 함께, 설탕과 시나몬을 듬뿍 뿌려 먹어보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이미 입속에 다 들어가 버렸다.
테이블 좌석은 이미 만석이고, 창가 스탠딩 석에서 먹었다. 아니다. 바 테이블이고 의자도 있었다. 내가 그냥 서서 먹었을 뿐. 카스트로의 공간과 접시는 조금 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크한 톤에 금색 프레임(색이 바랜 건지 동색에 가깝다)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여행 최초! 사전답사
날씨도 흐리고 살짝 처지는 날에는 걸어야 한다(?) 조금 외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바다를 만나러 말이다. 꼭 가보고자 했던 레사 조수 풀장 사전답사를 떠났다. 무언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사전 답사를 가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해외에서 수영장은 처음이다. 야외 수영장은 또한 처음이다. 수영하러 가는 당일에는 가는 여정을 최선의 방법으로 가고 싶었다. 주변 동네를 먼저 둘러보고 싶었다. 끝으로 어떤 변수가 있을지 가능하다면 미리 파악해 보고 싶었다. 일기예보를 계속 주시하며 수영장 방문일정을 고민하고 있다가 일단 가보기로 한 것이다.
메트로를 타고 마투지뉴스 메르카두 역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레사 강을 잇는 다리를 도보로 건너 레사 다 팔메이다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 다리는 배가 지나갈 때 열리는 구조다. 마투지뉴스 해변으로 관광객에게 유명한 이곳은 포르투 북서쪽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다. 레사강을 통하는 항구는 컨테이너가 들어오는 관문이기도 하다. 요트 선착장이 밀집한 구역 곁엔 해양학교가 있다. 다리는 컨테이너를 실은 배가 지나갈 때마다 열리곤 한다.
항만 시설이 있는 곳의 스케일은 엄청나다. 이 항구를 양옆에 있는 마투지뉴스 해변과 레사 해변이 작게만 느껴진다. 먼저, 레사 해변으로 향했다. 마을을 통해서 걸어가는 길,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산을 챙기긴 했지만, 이 정도 비는 후드를 덮어쓰고 그냥 걷기에도 충분하다. 바닷가 날씨는 변덕이 심한 법. 적당히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는 필수다. 햇살이 따사롭더라도 바람만큼은 차갑고 아침저녁은 쌀쌀하기까지 한 계절이 유월이었다.
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대로 리베르다드가 나타난다. 왕복 4차선 도로 사이에 조경이 만들어져 있고, 해변을 면한 도보가 넓게 펼쳐져 있어 도심에서 만난 도로에서 막 스케일이 커진 느낌이 컸다. 이 길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포르투에서도 까미노를 의미하는 표식을 여러 곳에서 발견했었다.
조수 풀장 Piscina das Marés
알바루 시자의 건축을 만날 수 있는 감사한 기회다. 레사 다 팔메이다에서 실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청년 건축가 시절 작업이니까 더욱 의미가 깊었다. 조수 풀장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건축 행위는 부지 전반에 걸쳐 펼쳐졌다. 입구에 해당하고 서비스 프로그램을 갖춘 건축물과 두 개의 풀, 그리고 해안 지형을 유지하면 프로그램 사이를 이은 경관(Landscape and Nature).
대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보니 풀장이 어렴풋이 보였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아직 마감하기 이른 시간이었건만, 수영장은 문을 닫은 상태로 보였다. 왜냐하면 관리 인원들이 풀장 재정비에 한창이고, 그 사이를 보안요원이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일찍 닫았거나 우천으로 수영장 운영을 안 한 듯 보였다.
해변이 도로 높이보다 낮기 때문에 건물 내 구조를 제외하고 외부 공간 대부분이 조망 가능했다. 스르륵 둘러보는 와중에 북쪽으로 꽤 길게 콘크리트로 정비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일광욕을 위한 공간을 풀장에서 저렇게 멀리까지? 앞이 바다이긴 했지만, 다소 의아한 지점이었다. 그 의문점은 귀국 후에서야 풀렸다. 리스본 굴벤키안 미술관에서 발견한 책에 레사 조수풀장의 조성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평면으로 보면, 삼각형 모양의 콘크리트 벽은 2018년 대대적인 개보수 과정에서 설계한 것으로, 1995년 세부적인 설계까지 마쳤지만 결국 현실화되지 못한 레스토랑 파트 건축물에 대한, 그만의 마무리였다.
오는 길에 내렸던 비도 쫄딱 맞았고 습한 바닷바람에 치여 있던 차에 바로 가까이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저녁 먹을 생각에 작은 스낵랩 하나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놀이터도 있고, 야외 테이블도 많으며, 드라이브 쓰루까지 갖춘 규모가 있는 매장이었다. 메인 원정 날에도 이곳을 다시 찾을 것만 같았다.
다시 다리를 건너
해안을 따라 조금 전에 건너온 다리를 향해 다시 나아갔다. 지나는 길에는 항만 보안담당관 등 전문가를 양성하는 레이송이스 항만 전문 교육센터(Centro de Formação do Porto de Leixões), ADPL(포르투갈 북부 항만청) 등 항구에 걸맞은 국가 기관이 보이기도 했다. 한참을 걸어 다다른 다리, 신호등이 빨갛게 변하고 차단기가 내려갔다. 보행로는 아예 문이 닫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다리를 열기 위한 준비 단계. 하지만 주변에 접근해 오는 배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가 90도로 열리고 나서야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사히 배가 지나가고 원상 복구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 7~8층 규모의 제법 높은 아파트먼트가 있는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이 동네는 베이스 계열의 톤으로 마감한 건물들이 많았는데, 구름이 낀 날이어서일까 청명 하다기보다 전반적으로 물 빠진 티셔츠 같았다. 레사 해변은 바위들로 인해 촘촘하고 아담했다면, 엄청 길고 넓은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마투지뉴스 해변에 도착했다. 이미 8시가 가까운 시각, 럭비를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청년들과 사람들이 비운 틈을 타 해변을 장악한 감매기 떼만이 해변을 지키고 있었다. 해변 모래사장보다는 좁지만, 대로라 부를 만 한 인도가 펼쳐져 있다. 모래사장 한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유로 2024 중계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 앞에 단 한 명도 없는 걸 보면 주요 경기가 있는 시간이 아닌 것이리라.
럭비 하는 무리들도 마무리를 하는 듯 보였고, 배가 많이 고파 급히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생선 요리를 잘한다는 레스토랑 하날 발견했다. 그러나 포르투갈도 예외 없이 맛집은 줄이 길다. 매장과 야외 테이블까지 가득 찼나 보다. 하긴 시간이 8시가 넘은 시각, 한창 식사가 진행되고 있을 타이밍이다. 그렇다면 기다리기에는 너무 힘들겠다. 마투지뉴스에 언제 올지, 오더라도 이 식당을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과감히 귀가를 선택했다.
나름 집밥
포르투갈에서 내가 해 먹곤 한 메뉴는 매우 한정적이다. 오늘 저녁은 토마토 스파게티와 스크램블 에그, 슬라이스 햄, 방울토마토, 그리고 오렌지 쥬스다. 오렌지 쥬스는 포르투갈 생활 중에 정말 매일매일 마셨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삼식이 삼촌'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끝).
거닐고 이야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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