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일차 | 6월 22일 포르투 Poro, Portugal
이 이야기는 2024년 6월 19일부터 8월 21일까지 이베리아 반도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니스로 펼쳐진, 유랑에 가까운 여행기다. 여행의 시작점 포르투와 언젠가는 가보리라 생각했던 그라나다의 라 알함브라, 그리고 2026년 완공 예정이라고 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는 바르셀로나 정도가 떠나기 전, 머릿속에 떠오른 장소들이다. 그 외에 닿은 대부분의 도시는 하나하나 발견하며 나아갔다. '이번 여행은 꼭 기록으로 남겨야지', 여행 중은 물론이요, 돌아와서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 중엔 낮에는 해가 떠있는 한 계속 거니느라 쓰지 못했고, 밤이 되면 다음 일정 고민과 예약에 쓸 여유가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일정들이 생겨나고 이곳에서의 생활에 젖어 있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을 가득 채워 버렸다. 1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난 1년을 회상하며, 하루하루 일기 쓰듯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 두려 한다. 이것은 64일간의 여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포르투 Porto, Portugal
14,315 걸음 / 380장 사진과 46개의 비디오
여정
호텔 체크아웃
(트램)
포즈 두 도우루 Foz do Douro
방파제 - 등대 - 해변
(점심) 카사 호샤 Casa Rocha
(트램)
호텔 캐리어 픽업
(걸어서)
두 번째 숙소 체크인
빨래 및 여행 일정 계획
1번째 호텔 체크아웃
출국 전 예약했던 첫 번째 숙소에서 떠날 시간이다. 연장할까 했지만, 조금 더 도심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번엔 에어비앤비 숙소로 갈 예정이다. 2번째 숙소에 대한 건 이후 이야기하기로 하고, 머물렀던 객실과 호텔 로비를 잠깐 돌아보고 떠나자. 정말 잠만 자느라 호텔 바에도 올라가 보지 못했다.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안내문에 바에서 유로파 2024 축구 경기 중계를 틀어놓는다는 공지가 있었는데, 그 시각에 나는 100% 바깥에 나와 있을 시간이었다. 해가 길다 보니 더욱 숙소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조식 먹고 나오면서, 체크아웃을 마치고 짐을 맡기고 오늘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서야 부랴부랴 라운지라도 돌아본다.
오가며 보았던 트램, 드디어 탄다!
숙소 바로 옆에 트램 박물관이 있었다. 현재 운행하는 트램의 실제 차량기지이기도 했다. 마침, 기지에서 빠져나와 와이어 위치를 점검하고, 출발 준비를 하는 트램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포즈 두 도우루Foz do Douro 도착!
트램을 타고 15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 포즈 두 도우루에 도착했다. 바로 정면으로 보이는 파세이우 알레그르 정원(Jardim do Passeio Alegre)과 같은 이름의 정류장이 종착역에서 내리면 된다. 여기서 트램은 와이어에 닿는 선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동안 사람들을 태우고 바로 되돌아간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지명 포즈 두 도우루의 뜻은 '도우루강의 하구'다. 이제 대서양을 처음으로 마주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날씨도 너무나도 화창하고 아름다웠다. 한 가지 걱정은 바람이었다. 강을 따라 바람이 많이 불긴 하지만, 바닷바람은 확실히 달랐다. 두어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반팔, 반바지만으로는 너무 추워 바람막이를 꺼내 입어야 했다.
바다에 맞닿아 있는 구조물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은 범람을 막는 것이다. 콘크리트로 시공된, 둑의 역할을 하면서 산책로로서 동선을 이어지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이 멋스러웠다. 현지에 있을 때, 분명히 누가 디자인했는지 확인해 봤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찾으려고 보니 알 수가 없다. 너무 궁금하다. 찾게 되면 첨부해 두겠다.
해변과 방파제와 등대
방파제의 끝, 등대를 향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평행선으로 두 개의 방파제가 이어지고, 그사이에 고인 물이 녹화된 해변이 있다. 이곳의 파도는 잠잠하건만, 바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해변에 몇몇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고, 중앙에 안전요원이 자리하고 있다. 다소 외로워 보일 정도로 이곳, 카르네이루 해변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었다.
방파제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라포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콘크리트 벽으로만 보였다. 강한 파도가 밀려왔을 때, 어떻게 방비가 되는 구조인지 궁금했다. 방파제의 끝까지 걸어오면서 낚시꾼이 보이지 않는 지점이 없었다. 심지어 보트를 타고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둥둥 떠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곳이거나 낚시는 인기가 많구나.
해변에 잠시 누웠다
방파제 두 곳을 찍고 오니 귀가 먹먹해졌다. 애플워치도 계속 경고음이 울렸다. 소음이 90dB 이상에 다다랐다며 경고 메시지까지 뜨다니! 해변에 앉아 좀 쉬었다 가야지. 혹시 몰라 수영복도 입고 나왔다. 하지만 물도 차고 특히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햇살은 정말 강렬했는데 말이다. 이제 막 유월 말에 접어들어서 여름이 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바다는 더 늦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포르투갈은 좀 더 빨리 따뜻해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역시 착각이었나 보다.
아! 올라와서 보니 화재로 건물이 부서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카페테리아로 쓰였던 건물로 보인다.
이 말뚝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변에서 마을로 옮기는 발걸음
한참을 걷고 바람맞고 햇볕 아래 있었더니 기운이 빠진다. 식사할 시간이 지나기도 했다. 오후 1시 40분, 점심시간이 지나서 식당 문을 닫는 건 아닐지 걱정하며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오늘의 테마는 현지식이다.(여행 중 가능하면 현지에서 먹는 음식을 먹고자 했다) 평점도 좋고, 로컬 가정식 느낌이라 해서 바로 찾아갔다. 해변에서 가까운 거리이기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 할머니가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거, 나가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No?"라고 묻자, 손짓으로 답했다. 나의 추측은 재료가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긴 했지만, 점심 러시가 지난 오후 2시였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점심 당첨, 카사 호샤 Casa Rocha
주변에 피자, 버거 등이 있었지만, 현지 로컬 음식을 찾은 끝에 발견한 곳, 카사 호샤Casa Rocha다. 평범한 집으로 보이는 입구와 손으로 쓴 메뉴판이 걸려 있다. 멋 부린 흔적은 전혀 없다. 여기 진짜구나. 동네 사람이 하는 식당 말이다. 자리 안내를 받고 올라간 2층에서 지붕 구조에 쓴 나무에 놀랐다. 이층집이기 때문에 하중이 많이 받을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장식처럼 보이는 자연스럽게 꺾인 나무가 걸쳐져 있었다. 현지인 친구가 있다면 이런 집에서 살고 있을까?
포르투갈 음식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무엇을 시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곳만의 문화와 규칙이 있을 텐데, 그중 대표적인 예로 식전 빵은 무료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리고 혼자 왔기 때문에 근원적인 한계가 있었다. 어묵처럼 대구를 으깨서 튀긴 Cod Cake와 문어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런데 Cod Cake는 주문한 것 외에 한 개가 서비스로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 아니겠는가! 상큼하고 시원한 문어샐러드와 식사보다는 맥주 안주였던 튀긴 어묵을 맛있게 먹었다.
해변의 작은 동네, 포즈 두 도우루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이제서야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해변에 접한 작은 마을은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방파제와 해변 쪽으로만 바라보다 보니 이런 동네가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렇게 번듯한 마을이 있어 놀라웠다.
다시 포르투 시내로
트램에서 내렸던 정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왔던 길이지만 되돌아갈 때 만나는 장면은 또 달랐다. 들어가 보지 않았던 정원을 통해 걸어 보았다. 트램이 도착하기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무 그늘의 달콤함을 잠시나마 누리기 위해서였다.
트램 티켓 확인 방법
트램 티켓을 트램 승차 시 현금으로 구매하면 기사님이 박스를 꺼내어 펀칭한 후 전해준다. 나는 왕복 티켓을 구매했는데, 처음 승차할 때는 두 구멍을 뚫어주는데, 바로 오늘 날씨, '6월 22일'이다. 이 티켓은 당일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짰기 때문에 생긴 디자인이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승차하면 구멍을 하나 더 뚫어주는데 '2 TRIPS'라는 문구 옆 네모 칸 확인을 통해 혹여나 부정승차는 아닌지 확인한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가는 길, 호텔에서 짐을 찾고 다음 숙소로 이동할 계획이다. 이동은 도보로 가기로 했다. '걸어서 30분'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도 되지만, 캐리어를 들고 시내버스를 타는 게 너무 민폐인 것만 같았다. 도보가 살짝 캐리어 끌기 어렵기도 했지만, 갈만했다. 포르투는 경사지가 많으므로 최대한 경사 각도가 낮은 길로 가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구간도 있었다.
이렇게 경사가 많았단 말이야?
기억은 역시 순화되나 보다. 그리 힘이 들지 않고 이동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는 동안 꽤 많은 그리고 급한 경사길을 올랐었구나. 대부분은 평지였으나, 도착지로 가까이 갈수록 경사가 급해졌다. 경사지도 어려울 수 있지만, 도보가 좁은 것이 더 문제일 때가 있다.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어서 피해야 할 상황에 곤란해지기도 한다. 마침내 평지에 도달했다. 이번 숙소는 꽃길이라 불리는 거리에 있다. 셀프 체크인을 해야 해서 호스트가 보내준 메시지를 열심히 읽었다. 특히, 외부 현관 들어가는 법과 내부 현관 문 여는 법이 제일 중요하다. 번호키와 열쇠를 사용하는 방법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 모습을 보니 땀에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오늘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숙소를 옮기거나 도시를 이동하는 날이면, 오전에 짐을 맡기고 주변을 더 돌아보다가 오후에 이동하는 패턴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장소에 도착하면 그 이후의 일정은 휴식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포르투 4일차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끝)
거닐고 이야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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