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샀어요!_샌드위치

웃다 보면 1일 1 행복

by 비단구름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듣기 좋은 주문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고.


동생은 부모님이 쟤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은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르긴 했다. 당시 학원 같은 것이 동네에 있을 리 없고 엄마는 내게 동생의 한글 공부를 부탁했었다. 동생을 앉혀 놓고 한글을 가르쳐 주면 한글을 쓰고 읽으며 동생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학교 들어가면 백점만 맞을 거야!”


동생보다 네 살 먼저 태어난 나는 동생보다 먼저 학교를 다닌 사 년 동안 그런 야무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엄마도 동생을 신기해하셨다. “쟤는 숙제가 있으면 학교 갔다 오자마자 숙제부터 한다.”라고. 아마 저녁 먹고 느지막이 숙제를 하는 내가 익숙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쟤는 도대체 누가 뭐란다고 저렇게 공부를 하는 걸까, 싶게 공부를 하더니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교 일등을 놓지 않았다.


부모님이 쟤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은 이유가 또 있는데, 그것은 동생의 긍정적 근성과 재기 발랄한 엉뚱함이었다.

십몇 년 전, 동생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가 동생을 흘끔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는 만복을 타고났어.”

택시 기사가 던진 말이었을 뿐인데 그 후로 동생은 그 말을 부적처럼 마음에 간직하고 철썩 같이 믿었다.

틈만 나면,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나는 만복을 갖고 있댔어, 라며 잘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택시 기사가 그렇게 말했으니 본인은 틀림없이 잘 살 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보이며 웃었다.


복이 있다거나, 잘 살 거라는 말은 나도 한 번쯤 들어 보았던 말인데, 어찌 된 연유에서인지 나는 그런 말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무시해버리곤 했다. 이것이 동생과 나의 차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는 동생의 현명한 근성을 부러워했다.


어느 날 아침 동생이 꿈을 판다며 왔다. 우리는 집 근처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브런치를 먹을 겸 만났다.

동생이 꿈 얘기를 했다.

-꿈에 엄마가 세 자매를 앉혀 놓고 유산이라면서 각각 금 덩어리를 하나씩 주셨어.

-나한테는 핸드폰만한 금 덩어리,

-작은 언니한테는 가나 초콜릿 정도 되는 금 덩어리,

“나는?”하고 내가 물었다.

“글쎄 엄마가 언니한테는 어마어마하게 큰 금 덩어리를 주는 거야. 내가 너무 놀라서 이게 얼마야? 하고 물었더니 삼천 킬로그램이래.”

“뭐?”

“그러니 이 꿈은 언니 거야. 무조건 언니가 사야 돼.”

확신으로 가득 찬 동생의 눈빛 덕에 꿈을 사지 않고는 못 배겨 나는 결국 난생처음 꿈이란 걸 사 보았다.

“어디서? 여기서?”

“응. 여기서.”

직원과 우리 밖에 없던 샌드위치 가게에서 우리는 진지한 의식을 치렀다.

“꿈 사시오!”

매사 똑똑하고 야무진 동생이 이러고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자 동생이 말했다.

"얼른, 꿈 산다고 말해."

진지한 눈빛을 발사하는 동생을 보며 나도 진지하게 말했다.

“그 꿈 내가 사겠소!”

두 손으로 꿈을 받고 공손하게 동생 손에 만 원을 쥐어 주었다.

그 후로 몇 년,

여태 이 모양이다. 돈 만 원에 걔가 나한테 사기 칠 애가 아닌데.

좋은 날이 올까, 생각하다,

오늘이 좋은 날이다, 불현듯 알았다. 지난 몇 년 알바를 전전했으며 그마저도 코로나로 무한 휴직이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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