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비결은 웃음빨
간밤에 아이가 내일은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왜?”
“교생쌤 송별회 해주려고.”
원래 한 달 정도 하는 교생 실습인데 코로나로 격주 등교하는 바람에 새로 오신 교생쌤은 아이들과 일주일 정도 함께 생활하고 벌써 학교를 떠나신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씻고 나와 카톡을 확인하더니 나를 불렀다.
“엄마! 이것 좀 봐!”
아이에게 폰을 건네받아 보니 반톡에 롤링페이퍼가 두 장 있었다. 반 아이 중 한 학생이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올린 것이었다. 사절 크기의 종이 두 장에 아이들 이름별로 하트를 그려 놓았다. 아이들이 등교 후 하트를 채우면 되는 모양이었다. 손바닥만한 스물일곱 개의 하얀색 하트를 총총총 묶어 놓고 갤럭시를 연상시키는 보라색으로 도화지의 여백 전체를 채색했다. ○○쌤, 사랑해요!라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쌤으로 보이는 긴 머리의 여자가 하트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엄청 예쁘다! 시간 많이 걸렸겠다.”
요새 수행평가로 매일 밤 한 시 넘어서 잠에 드는 것을 보았다. 삼 주 뒤는 기말고사였다. 이 아이는 지난밤, 롤링페이퍼에 삶의 품격을 담았다.
요즘 애들은 나와 같은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혹 어렵다고 느낀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요즘 애들이 어렵다. 무슨 말을 하면 즈그들끼리, “왜 저래?” 이럴 것 같고.
어느 밤, 아이가 친구들이랑 밤 열두 시 넘어서 카톡 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의 핸드폰을 보니, 아이 친구,
“열두 시 넘으면 귀신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러자 방에 있던 애들,
“나두!”
“나두!”
“나두!”
그러더니 뭐가 웃기는지 지들끼리 한참을 ㅋㅋㅋㅋㅋㅋㅋㅋ거린다.
나도 옛날, 꽃사슴 같던 시절에 열두 시 넘으면 귀신 나온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었는데, 귀신 씻나락 까먹는 그 말을 요즘 애들도 믿다니.
파란 하늘을 날아가는 참새 똥구녕만 보고도 꺄르르 웃던 시절엔 나도 누군가 떠나갈 때마다 롤링페이퍼를 적었었다. 누군갈 알아가기 시작할 때도 롤링페이퍼를 적었었다. 모닥불 피워놓고 캠프파이어하면서 롤링페이퍼를 읽었었다.
아이의 부탁대로 일곱 시 오십 분쯤 집을 나섰다. 아이를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편의점 앞에 내려달란다. 다른 편의점은 안 되고 꼭 그 편의점이어야 한단다.
“왜?”
“교생쌤 드릴 마카롱이 거기만 있어요.”
어려운 줄로만 알았는데,
요즘 애들도 같구나.
요즘 애들도, 참 이쁘구나.
나는 이런 아이들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가끔 다른 별에서 온 것 같고, 어쩌면 다른 인류인가 싶을 만큼 어렵지만.
이런 아이들도 잘 살기를 바라고 어디에서건 롤링페이퍼를 껴안고 웃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이런 아이들이 스펙 때문에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고 이 아이들을 학력과 재력, 권력의 디딤돌로 밟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가 이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