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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Jun 12. 2024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것 3. 무생채 vs 낮잠

5월 25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슬로우 다이어트

5월 넷째 주(5월 19~5월 25체중 변화:

67.9kg ---> 67.7kg (0.2kg 감량)     

 

5월 체중 변화(5월 2~5월 25):

69.5kg----> 67.7kg (1.8kg 감량)

※ 5월 31일까지 감량 목표: -1.6kg(목표 달성!)       


   




◩ 5월 25일 토요일    

  

아침:

간장 계란밥

왕만주 1

방울토마토     

*명란젓+계란프라이+상추+참기름 간장 계란밥


간식:

배스킨라빈스 초코 나무숲 밀키 드링크     


점심:

새우 메밀 김치전

매실청 주스     


저녁(18시 이후):

모둠 돼지고기

달달이 커피      



명란젓+계란프라이+상추+참기름 간장 계란밥, 왕만주, 방울토마토


새우 메밀 김치전, 매실청 주스


모둠 돼지고기






운동 1. 모닝 스트레칭


운동 2. 골프 연습장 60


운동 3. 도보 100분      






아침 공복 체중.. 67.7kg      





◉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것 3. 무생채 vs 낮잠


다이어터의 자기반성 1. 간 본다면서 주워 먹는 나


오늘 아침 공복 상태로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체중이 어제보다 1g 늘었다. 어제 분명 운동도 하고 저녁 식사도 하지 않았는데, 달달한 커피도 마시지 않았고 군것질도 하지 않았는데 왜지? 


설마 어제저녁 무생채 조금 먹었다고 체중이 증가한 건가? 무에 들어 있는 디아스타아제라는 효소가 소화를 촉진시킨다더니 소화가 하나도 안 된 것인가?


원래는 아무것도 먹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나는 무생채를 무치고 있었다. 


처음엔 무생채의 간을 보면서도 다이어트를 의식해서 몇 가닥만 먹어보았지. 그런데 배가 고파서였을까, 간만 본다더니 어느새 무생채를 손으로 집어 걸신들린 사람처럼 입에 넣고 있는 나. 고춧가루 팍팍, 액젓 졸졸졸, 매실액과 설탕도 야금야금 넣고, 참깨도 후루룩 뿌려 손맛으로 조물조물 막 무친 겉절이 같은 무생채가 맛있어서였을까, 어느 틈에 아예 바닥에 놓인 대야 앞에 쭈그리고 앉아 무생채를 허겁지겁 입에 넣고 있었어. 


앗, 나 지금 다이어트 중이지,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입가엔 시뻘건 고춧가루가 묻어있는 게 피 질질 흘리며 블러드 드링킹 한 드라큘라 백작 같았지. 이성이 돌아왔을 땐 늦었어. 이미 무생채를 한 대접은 먹은 뒤였지.


 수분함량이 대부분인 무좀 먹었을 뿐이라며 괜찮을 거야, 하고 멋대로 생각했지. 


김친데. 


채소인데. 


그런데 어김없이 체중이 증가해버렸네.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니고, 국에 밥 말아 한 사발 먹은 것도 아니고 수분 함량이 94%나 되는 물이나 다름없는 무생채 좀 먹었을 뿐이데 체중이 증가하다니 고무줄 몸을 어쩌지?     


*무 영양소 함량

1) 비타민 C: 20∼25㎎

2) 수분 약 94%

3) 단백질 1.1%

4) 지방 0.1% 

5) 탄수화물 4.2%

6) 섬유질 0.7%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주말이 왔다.     



◉ 주말 결심


1. 먹고 눕지 않기

2. 점심 먹고 낮잠 자지 않기(점심 후 낮잠이 꿀맛이긴 하지만)

3. 저녁 과식하지 않기      



다이어터의 자기반성 2. 낮잠을 참지 못하는 나    

 

시장에서 사서 쟁여놓은 메밀가루로 김치전을 만들어주었더니 케이와 효자 아들이 너무 맛있다고 감탄을 하며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을까, 잠시 가늠해 보다 메밀가루로만 만들었는데 김치와 반죽이 잘 섞인 메밀전병 맛이 난다. 


뭘 만들어줘도 맛있다고 잘 먹는 케이와 가족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가끔 ‘팔아도 되겠다’, ‘파는 것보다 맛있다’ ‘팔라’고 극찬을 해주는데 빈말이 아닌 것을 안다. 내가 해주는 요리를 이십 년이 넘게 먹었으니 내 레시피에 길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케이만 길들여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스며들었다. 나 역시 케이의 취향을 존중하며 스며들기 위해 매번 신경 썼다. 나는 케이가 가끔 찾는 돼지 부속이나 머릿고기를 상에 올려주기도 하고, 케이는 내가 좋아하는 나물과 밑반찬의 참맛을 알게 되어 “옛날에는 맛있는 줄 몰랐는데 요즘은 왜 이런 게 맛있지?” 하며 맛있게 먹는다. 


케이는 맵고, 짜고,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음식이 단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행인 점은 나도 그렇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금비와 효자 아들도 그렇게 되었다. 식구란 그런 것이다. 


김치전을 먹으며 생각했다.


 졸리다. 


큰일이다. 


자면 안 된다.


잠깐의 달콤한 낮잠을 자고 나면 천근만근이던 피로가 풀리고 뭉쳐있던 몸이 개운해진다. 쉼이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낮잠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졸리고 몸이 무거울 땐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불사르는 것보다 30분 정도 가벼운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에게 오후 30분 정도 낮잠 시간, 또는 누워서 허리 펼 시간을 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전 근무: 9시--->12시 (3시간)
오후 근무: 13시-->18시 (5시간)

나는 이게 무척 이상한데?
나만 이상해?   


 9시 출근해서 12시(점심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한 시간의 점심을 먹고 13시부터 18시(퇴근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오전 근무는 3시간인데 반해 오후 근무는 5시간이다. 점심 식사 후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고 허리가 뻐근해질만한 시간이다. 


오후 시간 중 30분 정도 낮잠 시간(허리 펼 시간)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아니면 16시에 업무를 마치고 해가 떠있는 밝은 오후에 퇴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누구를 위해서? 


케이와 금비와 효자 아들을 위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다음 세대는 자본주의에 매인 기계처럼 일하지 말고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느꼈으면 해서. 다음 세대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서. 혹사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기를 바라서. 다음 세대는, 아니, 지금부터. 




하지만 다이어트할 때는 식후 이어지는 낮잠은 살이 빠지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반복적으로 식후 낮잠을 자면 살이 찐다. 게다가 나는 낮잠을 두 시간씩이나 잔다. 그 결과 주말마다 살이 푹푹 쪄버렸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낮잠을 쫓기 위해 빨래를 걷고, 빨래를 널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졸음이 가시지 않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예능 프로그램만 찾아서 봤다.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간다. 


아까부터 조용한 케이는 이미 낮잠을 자는가 싶더니 코를 골고 있다. 


소파에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가 슬며시 소파에 기대어 누웠다. 


자지 않을 거야. 


잠깐만 쉬고 바로 일어나야지.


그렁그렁, 원래 낮잠을 자지 않는 인간이었던 케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열어둔 창문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생명들이 움직이는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텃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이 스치자 사각사각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소리를 지르며 집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 근심 없는 고함소리. 거실에 틀어 놓은 아련한 피아노 연주 음악에 눈을 떠보니 15시 50분.


이런. 얼마나 잔 거지?


아침 먹고, 

운동 갔다가, 

기름에 자글자글하게 지진 김치전을 먹고, 

낮잠이라니. 


먹고, 운동하고, 먹고, 자고. 이건 누구도 예외 없이 몸이 커지는 프리미엄 커리큘럼이잖아.

살을 뺀다더니 몸을 키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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