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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어쩌다 거대한 꼰대가 된걸까.

우리는 이름 대신 직위(포지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물어본다.

by 비단구름

외국인을 처음 만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그/그녀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주인공에게 확인해야 한다.


챗 GPT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알려주었다.


외국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이름 발음을 확인하는 이유:


1. 존중의 표현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나타내는 행동이다.

잘못된 발음을 그냥 넘기면 상대방이 무시당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2. 의사소통의 명확성

이름을 잘못 발음하면 상대방이 자신이 불린 걸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회의, 수업, 대화 등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 확인은 중요하다.


3. 문화적 차이 고려

이름의 발음은 언어, 문화마다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 방법을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운 예의다.


4. 신뢰와 친밀감 형성

처음 만났을 때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면, 호감도와 신뢰감이 올라간다.

특히 직장이나 협업 상황에서는 이런 작은 배려가 좋은 관계 형성의 출발점이 된다.


외국인의 경우도 이름 대신 부를 수 있는 호칭을 묻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직업, 직급, 직책, 직함이 아니라 이름을 줄여 부르거나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별명을 묻는다.

직업, 직급, 직책, 직함을 확인하고, 그/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조직에서 어떤 책임을 맡고 있는지를 확인해도 직업, 직급, 직책, 직함은 참고사항일 뿐, 그/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 우리는 이름 대신 직위(포지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확인한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사회에서) 포지션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물어본다.


선생님이라고 부를지, 기자님이라고 부를지, 소령님이라고 부를지, 변호사님이라고 부를지, 회장님이라고 부를지, 위원장님이라고 부를지, 분과장님이라고 부를지.


명품 옷을 걸치는 것처럼, 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처럼, 대형 SUV를 끌고 나가야 하는 것처럼, 호칭으로 마무리를 확실하게 한다.



▣ 왜 우리는 이름 대신 직업으로 부를까?


<호칭을 구성하는 방식>

직업: 교수님. 선생님, 기자님, 작가님, 등

직업+이름(가명): 김영숙 선생님, 이철호 교수님, 가을 배우님, 등

직업+직급: 부장검사, 차장검사, 부장판사, 교무주임 선생님, 등

직급: 부장님, 이사님, 주임님, 실장님, 매니저님, 등

업종/직군: 승무원, 회계사, 세무사, 운전기사, 헤어디자이너, 파일럿, 등


그렇구나.


이름은 어디 갔지?


나는 저 사람이 내 앞에서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지, 그 사람이 대기업을 다니든, 아나운서든, 연구원이든 어떤 일을 하는지는 관심 없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쩌자고?


나는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 관심 없고, 그 사람의 직급이 뭔지 알 바 아니고, 궁금하지도 않은데 어쩌자고 자꾸 직업이며 직급이며, 직책이며, 직함으로 부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관심도 없는데.


내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말씨를 사용하고, 어떤 매너를 갖추고 있는지이다.

내가 흥미롭게 보는 것은 삶을 어떻게 대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인데.

의견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돈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약한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무례한 사람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뭐 그런 건데.

잘난 사람에겐 어떻게 대하고 잘나지 않은 사람에겐 어떻게 대하는지, 뭐 그런 걸 주의 깊게 보는데.


그 사람의 직업이나, 직급이나, 직책이나 직함 같은 건 알 바 아닌데, 어쩌라고 나한테 직업으로 부르라는 건지, 직급으로 부르라는 건지, 직책으로 부르라는 건지, 직함으로 부르라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 공간에서 자기 일 책임감 있게 하면 되는 걸.


▣ 우리 사회는 어쩌다 거대한 꼰대가 된걸까.


우리가 이름 대신 직업, 직급, 직책, 직함으로 부르는 이유에 대해, 유교 사상의 영향이니, 임금님의 얼굴을 쳐다봐서도 안되고, 임금님의 이름과 같은 한자를 사용해서도 안되고, 임금님과 같은 이름을 사용해도 안된다는 왕권 주의 이론을 제하고 가설을 세워봤다.


가설 1.

까만 머리, 까만 눈동자를 가진 우리, 외모가 비슷해서 내가 뭐 하는 사람인 줄 모를까 봐?

갈색 머리, 갈색 눈동자를 가진 우리, 비슷한 외모 탓에 나를 알아보지 못할까 봐?


가설 2.

임금이 자기 이름 함부로 못 부르게 한 것을 모방해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자신들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했을 가능성?


임금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전 백성을 가스라이팅 하긴 했지.

얼굴도 못 보게 하고 눈도 똑바로 못 보게 하고.


생각해 보면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예의가 아닌데 말이다.


직업이나, 직급이나, 직책이나, 직함이 호칭이 되어버렸다.

직급은 업무 범위, 책임, 권한의 기준 정도인데 말로만 ‘수평적인’ 하면서 직업이나, 직급이나, 직책이나, 직함을 호칭으로 딱! 박아놓으면 어쩌자는 걸까.

수평적인, 수평적으로, 하면서. 늘 느끼지만 말로만.


우리 사회는 어쩌다 거대한 꼰대가 된 걸까.


나는 저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는 마음대로 나를 아랫사람으로 대한다.


피로하다.

곤란하다.

난감하다.


이름은 언제 부르는 걸까.


사회 자체가 거대한 꼰대인데 이러면서 무슨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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