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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적 만족러다.

만족은 행복으로 이어지는 선택이다.

by 비단구름

행복 ≒ 만족


나는 ‘습관적 만족러’이다.

일상에서 “만족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번 한 주만 해도 만족스러운 일은 매일 일어났다. 화요일엔 금비가 쉬는 날이어서 금비와 삼각지에 있는 힙한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매우 놀라운 점은 아직 학생인, 경제적으로 완전한 자립을 하지 않은 금비가 점심을 사주었다는 점이다.


금비는 여름방학 내내 워터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금비를 보며 ‘혹시 취직을 한 것인가.’의아할 정도로 금비는 직장인처럼 두 달 내내, 개강 전날까지 주 6일을 출근했다.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금비를 보며 나는 꽤 안쓰러웠는데, 이곳이 일하기가 괜찮았는지 금비는 친구에게 이곳을 소개해서 금비 친구도 약 한 달 동안 함께 알바를 하고 일이 끝나면 같이 저녁을 먹고 들어오곤 했다. 또 한 가지 안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두 달여간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워터파크에서 연락이 와서 금비는 지난주에도 주말 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 금비 말로는 워터파크에서 겨울 방학 때도 또 오라고 한다고 했다. 밖에서 어지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모양이라고, 다 컸다고, 이제 저 아이는 잘 살겠다고,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삼각지에 있는 뉴욕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점심으로 무려 '스테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학생으로서는 나름 거금이 드는 일이었지만 태연하게 맛있게 먹고 즐겼다.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금비의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지난밤 금비가 영화 ‘귀멸의 칼날:무한성’을 예매해서 CGV로 가서 함께 영화를 보았다. 근처 용산 아이파크 CGV로 예매하고 싶었지만 그곳엔 4D는 이미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동네로 돌아와 동네 CGV에서 영화를 보았다. 사실 금비는 친구와 이미 ‘귀멸의 칼날:무한성’을 봤다. 영화를 보고 와서 재밌었다고, 재밌어서 엄마랑도 같이 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 감격이 마음을 꽉 채웠다. 나한테 잘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애들 얼굴만 봐도 좋은데.


수요일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취약계층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목요일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동네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일이었다. 금요일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썼다. 잔잔한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월요일엔 분과 위원들과 현장 답사를 나갔다. 답사를 마치고는 점심을 먹었고, 근처 베이커리 카페로 이동해 배부르다면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지역사회 일들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화요일엔 수요일에 발행할 글을 정리했다. 수요일엔 다시 봉사활동을 나갔다. 무색무취의 이런 일상이 만족스럽다.


10킬로그램 감량한 일반식 다이어트 식단


행복 ≒ 만족 ≒ 웃음


나에게 만족은 행복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심지어 매일 행복한 것도 가능하다, 고 생각 한다. 행복은 어떻게 증명하는가, 묻는다면 웃음으로 증명된다, 고 생각 한다. 지난 한 주 동안 나는 매일 웃었다. 하루 종일 웃은 것은 아니지만 하루 중 적어도 한 번은 웃었다. 웃음 ≒ 행복이다. 웃는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 잠시라도 웃었던 순간, 행복이 왔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소한 것, 시시한 것에서도 만족한다. 작은 만족 하나라도 큰 행복감을 준다. 만족하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만족하지 않은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것을 너무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은 채워지지 않은 것들 투성이지만, 생이 끝날 때까지 가득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채울 것이 남아 있는 시간에 만족한다.


화요일은 생일이었다. 생일이었지만 생일 미역국은 없었다. 엄마가 전화해서 "딸! 생일 축하해!"라고 하셨다. “미역국은 먹었니?”라고도 물으셨다. 나는 “그럼. 먹었지.”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케 서방이 끓여줬니?”라고 물으시길래 “그럼. 끓여줬지.”라고 대충 대답했다. 엄마가 만족스러우신지 “우리 케 서방이 착하구나.” 하셨다. 엄마를 안심시킨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미역국을 먹었다는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거짓이었다. 내 생일이면 케이는 새벽에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어느 날은 잡채도 해주었다. 맛있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무렵은 아버지 기일이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아직 여물지 않았던 것이다. 겉으론 헬렐레, 웃고 있어도.


마음이 아물지 않아도 웃어야 하는 것처럼,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도 만족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그곳에서도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어도 만족을 선택한다. 하루 동안의 경험들 속에서 하나의 만족이라도 찾아낸다. 가장 쉽지 않은 상황은 ‘저 사람과 하루 종일 같이 있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의 모든 사람을 못마땅해하며 늘 불평의 말을 쏟아내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일인데, 그런 경우엔 가족을 떠올린다. 가족을 떠올리는 순간 우리 가족이 몹시 그립고, 소중하고, 보고 싶고, 감사하게 된다.

다정하고 좋은 사람들이 내 가족이어서 감사하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우리 식구들도 만족해야 하는데. 우리 가족도 내가 있어, 나와 있어 만족해야 하는데,이다. 내가 더 잘해야지, 다짐한다. 나의 다정한 말투 하나, 작은 챙김 하나에 소소하게 만족할 수 있도록, 작은 만족감이 행복이니까.


운동/8천 걸음 걷기


▣ 모두가 내 다이어트를 응원했다.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내가 다이어트를 하건 말건 뭔 상관인가 하는 줄 알았는데 케이, 금비, 효자 아들 금조는 무관심한 애정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든 하지 않든 변함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주었는데 식구들의 애정이야말로 강력한 동기이며 응원이었다.


5월부터 시작한 다이어트를 다섯 권의 브런치 북으로 모아 두었다.


D.D.1 슬로우 다이어트

D.D.2 루틴 다이어트

D.D.3 일반식 다이어트

D.D.4 심플이지 다이어트

D.D.5 건장한 긍정 다이어트


69.5킬로그램에서 시작한 다이어트는 약 10킬로그램을 감량해서 지금은 60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두 번째 다이어트도 성공했다. 시간이 흘러, 높은 산 위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듯, 약 일 년 동안 기록한 다이어트 다이어리를 다시 보면 내가 다이어트를 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꽤 잘 먹고 잘 살고 있었구나, 깨달을 것 같다.


나, 꽤 잘 살고 있었구나, 아버지 덕에. 아버지의 은혜 덕에.


▣ 다음 포털에 24개의 글이 올랐다.


다음 포털은 다이어트에 관한 내 글 몇 개를 메인에 띄워 주었다.


어떤 알고리즘을 타서 메인에 뜨는지 아직도 모른다.

제목과 상관이 있는 건지, 글에 첨부한 사진 이미지 때문인지, 사진을 넣어야 하는지, 안 넣어도 되는지, 글이 적절한 분량을 충족했기 때문인지, 다이어트라는 소재 때문인지, 주제 때문인지,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단순히 우연인지, 알고리즘의 영향인지, 다음에서 24개의 글을 메인에 띄워주는 동안 아무것도 모른다. AI가 무작위로 선별하는지, 메인에 띄우는 담당자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다음 포털에는 다이어트 코너가 따로 있는데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 글을 올렸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해 본다.

몇 차례 다음 포털 메인에 띄워진 덕을 보았는지, ‘요즘 뜨는 브런치 북’ 코너에도 잠시 올라보았다. 열몇 명을 유지하던 구독자 수가 다이어트 기록을 하면서 증가했다. 확실히 현대인에게 ‘외모’, ‘다이어트’, ‘건강’은 큰 꾸준하면서 중요한 관심사인 듯하다.


혹시라도 어떤 글이 다음 포털 메인에 올라갔는지, 조회 수가 폭발했는지 관심 있는 작가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까지 다음 포털이 밀어주고 띄워준 글의 목록을 올린다.

<다음 포털에 올라온 글 목록 24개>


1. 걷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 슬로우 다이어트, 천천히 빼고 오래 유지하기

3. 라지 사이즈 바지는 양보 못해

4. 헬스장을 등록했다.

5. 등록한지 20일 만에 헬스장이 폐업했다.

6. 다이어트는 처음 한 달이 키맨이다.

7. 아빠가 아침으로 삶은 감자와 계란을 먹으라고 했다.

8. 무라카미 하루키 루틴을 따라 해봤다.

9. 장날마다 시장에 간다.

10. 62킬로그램에서 52킬로그램이 됐다.

11. 소문으로만 듣던 나잇살이 쪘다.

12. 요요 없이 성공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

13. 대청소하다 싸울 뻔했다.

14. 최고의 다이어트 식단은 일반식이다.

15. 간다, 단탄지 식단: 간단하고 다양하게 먹는 단탄지

16. 간단한 한 그릇의 식사를 하며 삶을 디톡스 한다.

17. 반찬마다 설탕을 넣지 않는다.

18. 장수 노인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19. 저녁을 굶는 이유가 있다.(세 끼 소식 vs 저녁 금식)

20. 가성비 때문에 집에서 먹는 요리가 있다_연어 샌드위치

21.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22. 2만 6천 가지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고 한다.

23. 왜 우리는 자꾸만 어려 보여야 할까?

24. 쌀 20kg을 드는 여자, 나는 오늘도 잘 살아낸다.


10킬로그램 감량한 일반식 다이어트 식단

▣ 독자님들의 응원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독자님들로부터 직접적인 응원을 받기도 했다. 브런치에서 직접적인 응원이란 ‘댓글’과 ‘후원’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막장 직접적인 응원을 받아보니 감사한 마음도 예상외로 매우 컸다.


응원을 받으면 마음 같아서는 나도 적은 금액이라도 응원을 보내드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응원을 받았다고 응원을 보내는 것은 한편으로는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주고받기(give and take)’, ‘받고 주기(take and give)’, ‘주고 잊기(give and forget)’, ‘받고 잊기(take and forget)’ 중 ‘주고 잊기(give and forget)’의 마음을 가져보자고 쓴 적이 있다.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은 ‘주고 잊기(give and forget)’의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거라고 믿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응원해 주신 분들과 커피 한 잔이라도 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브런치는 글을 쓰든, 글을 읽든, 글이 좋아 글로 모인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니 커피 한 잔 마시더라도 부드럽고 따스한 이야기들, 살랑 바람에 퍼지는 영혼들, 풍성한 교감이 솜사탕 실타래 흐르듯 유영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두 군데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매달 고정적으로 후원금이 인출되는데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빠듯한 달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응원을 받은 달엔 이 달은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쌍둥이 맘 클라우디아님, 주연 시인님)과 함께 후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은 돌고 돈다. 사랑을 받으면 그 사랑은 다시 어딘가로 퍼져간다.


나는 내가 정기 후원을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사랑을 주었던 모든 분들의 사랑과, 사랑을 받은 줄도 모르고 무심하게 흘려버렸던 나의 어리석음과, 내가 철이 들 때까지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인내해 주신 모든 분들의 깊고 넓은 마음이 재가공되어 사회로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 브런치를 방문해 주시고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응원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올해도 맑고 잔잔한 복이 깃드시길. 덕분에 여러모로 만족하고 감사한다. 나는 앞으로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꾸준히 만족하면서 살 것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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