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제영 Jul 16. 2018

모국어와 언어 능력

언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종류는 약 7천 개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속한 부족의 언어를 비교적 쉽게 배운다. 

어릴 적부터 배운 이 언어를 ‘모국어’라 칭한다. 


인간은 어떻게 약 7천 개의 언어를 모국어로 습득할 수 있을까? 

언어 전문가들의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여전히 모호하다. 


학창 시절 국어 수업을 들었지만 우리에게는 모국어가 생활 언어 수준에 가깝다. 

즉 일상적 삶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언어 능력이다. 


우리는 이 상태에서 교양을 쌓거나 더 내적인 성장을 위해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다. 

알다시피 책은 글로, 강의는 주로 말로 진행된다. 

따라서 책과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글과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모국어는 배웠지만 언어 능력의 중요성이나 이를 기르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 

학창 시절에 모르는 단어는 국어사전을 찾아보거나 보조 학습서를 통해 배웠다. 

그나마 그렇게 하는 경우는 나은 편이다. 

모르는 단어를 문장과 문맥 속에서 그 뜻을 유추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 그 단어는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단어의 외형만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 자신이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나서 무엇을 했는가? 돌이켜 보면 단어에 관해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 예를 한번 들어본다. 

가령 A 라는 단어를 알고 싶어 사전을 찾아본다고 가정해 보자. 

사전에 나온 정의는 다음과 같다.


‘ A 는 B 이다.’ 


그런데 당신은  B 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B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본다.

 

‘ B 는 C 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C 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다시 C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본다. 


‘ C 는 A 이다.’ 


그러고 나서 만약 당신이 ‘A와 B 그리고 C는 같구나’라고 생각하며, 이제 그 단어들을 알았다고 판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단어의 관계는 알았지만, 여전히 각 단어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없겠지만 이와 비슷한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는 적지 않다. 


성인이라면 ‘사과’라는 단어는 누구나 알 것이다. 

‘사과’는 감각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쉽게 단어인 ‘사과’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추상적 단어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가령 ‘존중’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존중’이라는 단어의 외형은 누구나 안다.  

성인이면 대부분 이 단어를 듣고 읽고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존중’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그렇지 못하다. 

그 단어의 일부 의미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존중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존중 : 높이어 중하게 여김 


사전의 설명을 읽을 수 있고 각 단어를 이해할 수 있지만, 사전의 설명만으로는 존중을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존중’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실제는 추상적이며 언어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만약 당신이 존중을 정말 안다면 자존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 

 

가령 앞에서 언급한 ‘사과’라는 단어는 감각을 통해 색, 모양, 맛, 향, 만지는 느낌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존중’은 감각만으로 경험해 볼 수 없다.  

가령 백화점이나 고급 호텔 혹은 식당에 가면 당신은 존중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존중은 외형적 모습에 불과하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 존중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가진 돈을 향한 것이다. 만약 그 수준으로 ‘존중’을 이해한다면 ‘존중’은 돈의 가치와 연결된 추상적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 역시 타인을 향해 존중할 때, 존중은 타인의 돈만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존중’에 대한 당신의 이해가 그 수준이라면, 결국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돈과 같은 힘을 지니지 못한 경우에는 자신을 존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고 행복할 수 없다. 


설사 당신이 자신과 타인을 향하는 ‘존중’의 의미를 언어적으로 깊이 이해한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존중’을 아는 것이 아니다.  ‘존중’의 의미를 언어적으로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존중’을 방법론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존중’이라는 단어는 언어 이해 능력만이 아닌 자신과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비언어 능력이 바탕이 될 때 그제야 이해될 수 있다.


언어 능력 = 언어적 이해 능력 + 비언어적 능력


그렇기에 단어 ‘존중’에 대한 이해와 배움은 ‘사과’와는 차원을 달리할 수 밖에 없다.


마음언어 강의 동영상 : 내면성장을 위한 마음언어 배우기 기초편


함께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

https://brunch.co.kr/@cloudwaveccxy/45


https://brunch.co.kr/@cloudwaveccxy/33


작가의 이전글 요리와 언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