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인지
지혜는 명상과 자주 연결되는 주제이지만, 추상적인 힘과 능력이라 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지혜와 연결되는 지식 및 지능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먼저 살펴본다.
지식은 지혜의 도구로 사용되며, 지식은 지혜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결과이다. 지식은 말과 글 그리고 기호(이하 언어) 등으로 표현되는 체계적이며 객관적 정보이다. 그래서 말과 글을 알면 책이나 타인의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지식 능력은 머리에 저장하는 능력 즉 기억력에 많이 의존한다. 물론 기억력만으로는 복잡한 지식을 제대로 습득할 수 없다. 지식을 이루는 정보의 의미와 정보 간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 이해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이해 능력을 일반적으로 지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능은 무엇이며, 지혜와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지능에 관하여 국립어학원 사전에 실린 정의를 살펴본다.
1. 계산이나 문장 작성 따위의 지적 작업에서, 성취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적응 능력.
2. 지혜와 재능을 통틀어 이르는 말.
3. 『심리』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
사전에 실린 정의로는 지능이 무엇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듯하다. 필자는 지능의 핵심이 크게 두 가지라 생각한다. 하나는 기억 능력, 또 하나는 인지 능력. 만약 지능에 관한 필자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그리고 필자가 쓴 글 “명상이 인지 발달인 이유” 또한 합리적이라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을 하면 지능이 발달한다.”
(왜냐하면, 명상이 인지를 발달시키므로, 그 결과 지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한편 명상은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며 궁극에는 지혜의 힘을 키워준다. 그렇다면 지능과 지혜 둘 다 인지 능력과 연결되는데 어떤 점이 다를까? 우리는 지능이 높은 사람을 머리가 좋다고 표현한다. 세상에는 머리는 좋지만 교만하거나 혹은 악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지혜롭다고 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리석다고 칭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지능과 지혜를 구별하는 중요한 점 하나를 알 수 있다. 바로 도덕 윤리성이다. 알다시피 도덕 윤리성은 사람이면 지녀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이처럼 지능과 지혜는 인지 능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인지 대상에서 차이가 난다. 즉 지혜는 추상적 인지 대상인 도덕 윤리성이 자기 존재의 중요한 일부이다. 그래서 필자는 “명상이 인지 발달인 이유”의 글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치 인지 발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가치 인지 발달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지혜이다. 그리고 지식을 통해 결코 지혜를 얻을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이를 위해 공자와 제자 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인 염구가 공자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의로운 일을 들었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렇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라고 답변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또 다른 제자인 자로가 염구와 같은 질문을 공자에게 하였다.
“의로운 일을 들었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렇지 않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라고 답변해 주었다.
염구와 자로의 질문을 옆에서 지켜본 공자의 또 다른 제자 자화가 의아해하며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어찌 같은 질문에 두 개의 상충되는 답변을 해 주십니까?”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답변한다.
“염구는 소심하기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격려해 준 것이고, 자로는 성급하고 남을 이기려고 하기에 신중하라고 한 것이다”
자화의 질문과 공자의 답변을 통해 우리는 지식과 지혜가 어떻게 다른지를 엿볼 수 있다. 제자인 자화의 질문은 지식의 영역에 속한다. 즉 지식에 관한 질문은 답이 정해져 있다. 이에 반해 공자는 지혜의 답변을 제자에게 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자화가 공자의 답변을 통해 공자가 말하려는 핵심을 제대로 배웠을까? 그리고 공자의 어떤 점이 지혜의 영역일까? 제자인 자화가 공자의 말과 행동을 보고 이를 모방할 수는 있지만, 공자의 지혜는 모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자의 말과 행동은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지혜는 귀와 눈으로 듣고 볼 수 없다. 단지 지혜의 외형인 말과 행동 만을 듣고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혜는 어떻게 해야 배울 수 있을까? 공자는 제자들을 획일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눈높이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눈높이 교육은 하나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는가? 겉으로 보면 방법론이라 할 수 있지만, 공자의 눈높이 교육은 방법론처럼 보일 뿐 방법론이 아니다. 즉 공자의 눈높이 교육은 존재론이다. 존재론의 한 면만을 본다면 방법론으로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말과 행동이며, 보는 이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기능적 요소만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지혜는 존재의 힘이다. 그렇다면 지혜는 무엇인가? 공자의 지혜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공자의 지혜는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즉 지혜는 사랑에서 나오며, 사랑의 다른 이름이 지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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