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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Nov 13. 2018

거울 이야기

마음언어

장산범이라는 공포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인 장산범은 ‘장산’이라는 지역 이름과 호랑이를 뜻하는 ‘범’이 합쳐진 것이다. 


이 영화의 특징은 공포를 자아내는 대상이 사람과 동물이 결합한 존재라는 점이다. 

공포의 주인공은 바로 '호랑이 귀신'이다.

호랑이는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귀신은 죽어있는 존재기에 두렵다.

그렇기에 두 요소의 결합은 마치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늘 두려운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장산범은 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낸다.

남편을 홀리기 위해 아내의 목소리를, 아이를 홀리기 위해 엄마의 목소리를 장산범은 낸다. 

장산범의 이런 능력은 어린 아기처럼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연상케 한다. 

알다시피 호랑이는 고양잇과의 동물이다. 

그리고 장산범을 섬기다가 홀려 죽은 무당 귀신은 거울 속에서 나와 사람을 괴롭히고 죽인다. 

거울 속에서 손이 쑥 나오거나 혹은 상체만 나오는 장면은 두려움을 준다.


장산범은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된 오큘러스라는 공포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 오큘러스에는 귀신들린 커다란 거울이 등장한다. 

집에 불이 나도 거울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는 괴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울 속에서 사는 귀신은 거울을 보는 사람의 눈 앞에 나타나서 사람을 해친다.


영화나 동화에서 거울은 종종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역할을 한다.

영화 장산범이나 오큘러스에서는 나오는 거울은 두려움과 연결된다. 


두려움의 거울이 아닌 다른 성격의 거울로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다. 

바로 동화 백설 공주이다. 알다시피 백설 공주에 나오는 신비의 거울은 왕비에게 늘 진실을 말해준다. 

어쩌면 그 거울은 왕비의 열등감과 우월감을 보여주는 왕비 내면의 거울이 아닌가 싶다.

즉 자존감의 거울이다.


거울은 우리의 외모를 비춰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외모를 점검한다.

외모는 거울을 보고 점검할 수 있는데, 우리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은 없을까?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기억이다.

기억은 마치 거울처럼 우리 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기억의 거울을 볼 수 있으면 우리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내면 관찰 과정에서 우리는 기억의 거울에서 튀어나오는 괴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본다. 

너무 두렵거나 혹은 창피해서 우리는 재빨리 거울을 향하고 있던 시선을 돌린다. 

아니면 그런 자신을 부정하거나 비난한다.


내면의 자신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내면의 거울인 기억을 보는 것은 마음언어 배우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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