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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Jun 22. 2020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의 단맛

일상 속 마음 언어

필자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겨 마신다.

하루에 한 잔 혹은 두 잔 정도...

시중의 커피 값이 밥 값을 따라잡는 수준이라 필자는 직접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신다.

원두를 사서 직접 갈고 드립 커피 (drip coffee)를 만들어 마시지만 사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보게 되었다.

커피 전문점 수준의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마침내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다.

필자가 구매한 머신의 기능은 에스프레소 추출과 부드러운 우유를 만드는 스팀 기능이 전부이다.


한편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구매자들의 만족도와 의견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이들의 불만 중 하나가 의외로 커피가 연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필자가 먹어본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까페라떼 정도였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진하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 구매자들의 불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 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니까 드립 커피보다는 진할 것이라는 생각 했다.

어쨌든 집에서 저렴하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여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만들 수 있기에 구매를 결정하였다.

제품은 주문하자마자 이틀 후에 도착하였다.


그날부터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한 필자의 배움은 시작되었다.

약 25일간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에스프레소 구매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25일 동안 인터넷의 자료와 유튜브를 뒤져보며 어떻게 하면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다.

그 과정에서 포터필터(portafilter)에 담는 커피 가루를 누르고 수평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탬퍼(tamper)와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도 구매하였다. 두 개의 도구를 사용하면서 에스프레소의 농도는 조금 나아졌지만 커피 전문점의 에스프레소 추출과는 달랐다. 필자가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의 양은 150ml 이상이었고, 눈으로 보기에도 묽은 액처럼 보였다. 물론 커피 원두 가루의 굵기도 바꿔가면서 추출해 보았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less portafilter)에 관한 정보를 발견하였다.

필자가 산 에스프레소 머신과 비슷한 제품을 산 블로거의 글이었다.

그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제공되는 포터필터(portafilter)로 추출할 경우 에스프레소의 크레마(crema)는 가짜라는 것이었다. 단지 크레마(crema)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는 포터필터를 바꿔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참고 :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less portafilter)는 밑바탕이 뻥 뚫려있어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그때부터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less portafilter)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에 관해 살펴보았다.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 portafilter)에 관해 어느 정도 이해한 후 필자는 그 제품을 주문하였다.

구매한 제품은 필자의 에스프레소 머신과 100% 호환되는 건 아니어서 직접 금속 가공용 쇠줄로 포터필터(portafilter)를  한 시간 반 동안 갈아야 했다.

그러고 나서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less portafilter)로 에스프레소를 2~3번 추출해 보았다.

에스프레소의 농도가 조금 진해진 것 같았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그 블로그의 동영상처럼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지 않을까?


사실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less portafilter)가 도착하기 며칠 전 커피 원두가 떨어졌다.

그래서 가까운 커피 전문점에서 원두를 사고,  그 커피점에서 에스프레소 추출에 맞게끔 원두를 갈아왔다.

유명 커피 전문점의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았으니, 추출만 잘하면 될 꺼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원두 가루의 굵기가 필자가 집에서 간 것보다 조금 굵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갈아왔으니 원두 가루의 굵기는 크게 문제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동영상 자료를 보니 아무래도 원두 가루의 굵기가 문제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내에게 원두 가루의 굵기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더니, 집에 있는 그라인더로 다시 갈면 어떻겠냐고 했다. 아내의 의견을 듣고 나서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필자가 보유한 싼 그라인더에 다시 갈면 행여나 기계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필자는 가정용 그라인더에 원두 가루를 더 잘게 갈았다.

그러고 나서  바텀리스 포터필터(bottomless portafilter)를 이용하여 다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보았다.

놀랍게도 동영상에서 보던 에스프레소 추출 장면이 비슷하게 재현되었다.

소위 투 샷(two shot)의 추출 용량인 60ml가 자동적으로 추출된 것이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과정에서는 추출 액이 천천히 나왔고 필자가 기계의 작동을 멈출 필요가 없었다.

그전에는 에스프레소 60ml를 추출하려면 중간에 필자가 버턴을 눌러 멈춰야 했다.

그냥 둘 경우 에스프레소는 150mm 이상이 추출되었다.


그 이후 몇 번 더 추출을 해 보면서 에스프레소 추출의 전체 그림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압력과 동작 시간 그리고 원두 가루의 굵기와 바텀리스 포트필터(bottomless portafilter)에 채워지는 커피 가루의 밀도 상태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60ml로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맛보면서 에스프레소의 맛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필자가 추출한 에스프레소 크레마(crema)에서는 심지어 단 맛도 느껴졌다.

세상에나, 커피의 크레마(crema)가 이 정도의 단 맛을 내다니...

그 블로거가 말한 대로 예전 크레마(crema)는 가짜였던 것이다.


사실 커피 원두를 사면서 커피 종류에 따라 단맛이 더 강한 것이 있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글자 만을 읽었다. 

왜냐하면, 필자가 수십 년 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설탕을 넣지 않을 경우에는 한 번도 단 맛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무언가를 제대로 알려면 그 대상을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으로 직접 경험해야 한다.

커피도 단맛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언어기초: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생활: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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