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ngolian Way 더 몽골리안 웨이.
7.
2015년 7월 24~27일
24일-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서 일박을 할까 하다가, 빨리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게 답인 듯 싶어서 포기하고 달리기로 했다.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우리 차에는 에어컨이 없다! 다들 힘들어하는 모습에 본의 아니게 마음이 불편하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좋은 사진과 글이 안 나온다. 이것도 다 나의 부족함이고 핑계일 뿐, 강렬한 태양이 나의 뇌와 몸을 느슨하게 만든다. 그나마 이곳 특유의 저알코올 맥주인 레몬맥주가 중간중간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25일-드디어 도착한 동유럽 최고의 여행지중 하나인 마케도니아 드브로브니크 도착, 수천 년 전부터 유럽 왕족들의 휴양지였다. 지금도 세계 10대 여행지, 역시 인기와 준하는 엄청난 인파와 물가! 그래서 이 훌륭한 여행지를 일박만 하기로 하고 숙소에 짐을 풀고 팀원과 비싼(?) 식사와 석양을 바라보며 오늘 흘려버린 수분을 보충하고자 맥주를 마시러 지난번 와서 기억에 남은 아이리쉬펍으로 향했다.
*이곳은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루트를 결정함에 어쩔 수 없이 경험에서 나오는 익숙함에 치중된다. 과연 좋은 결정인가 의문이 들지만 초반부터 부침 없는 신속한 루트 결정, 실수 등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핑계를 댄다. 그래도 이곳은 올 때마다 마음에 작은 떨림을 준다. 특히 미로 같은 이곳 골목길 모퉁이에서의 조용한 사색은 영혼의 빈 곳을 채우는 무엇인가 있다.
26일-역시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을 우리의 막둥이 돈독이(별명을 지었습니다)는 온몸으로 받으며 달린다. 물론 우리도 죽을 맛, 오늘은 마케도니아 가기 전 "울치니"라는 몬테네그로의 작은 휴양지로 향한다. 신기한 일이다 벌써 1주일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처음 출발했던 230여 몽고 랠리 팀 중 한 팀도 만날 수 없었다. 아마도 북동유럽 루트로 돌아 불가리아로 넘어갈 듯싶다. 우리도 결국 불가리아 소피아 경유 부르가스 쪽으로 갈 예정이니 결국 만나리라, 이곳은 동유럽 한 복판이면서 특이하게 모슬렘 국가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코란을 읽어주는 소리 흡사 이스탄불의 느낌.
가정집 비슷한 숙소에서 멀리 보이는 지중해의 바람을 느낀다.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이 청량함이란, 잠시 고민을 내려두고 그냥 눈을 감는다. 잠시만 이러고 싶다. 역시 이곳의 네트워크는 답답하다. 일단 원고를 정리하고 사진도 손본다. 가 는 곳마다 신경 쓰고 생각을 집중하지 않으면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시간에 먹혀버릴 듯 무섭다. 그래도 이 청량한 바람은 좋다!
27일-슬슬 국경 통과에 짜증이 밀려온다. EU존과는 다르게 동유럽부터는 국경 통과에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특히 터키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소문에 미리부터 걱정이 밀려온다. 작년 봄 고모님과 방문한 이곳 오흐리드, 역시! 내가 생각하는 배낭여행자의 무덤이랄까 저렴한 물가와 역시 저렴한 숙소비용 그래서 이곳에서 2박 이상을 하면서 짐 정리와 중간 휴식을 하기로 결정! 작년에도 묵었던 써니 레이크 호스텔에 주차를 하고 마켓에서 사 온 삼겹살로 신나는 파티.
이제 시작이랄 수 있는 이번 여행에 벌써부터 지쳐가는 크루들, 물론 나도 정신적으로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선택한 일종의 하프타임 지역으로 이곳을 결정했다. 부족한 잠과 글, 깊은 생각도 필요한다.
처음 기획단계부터 정확한 방향성이 부족했다. 어쩌면 이 랠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이며, 이 랠리에 대한 경험의 부제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자 국도로 지도 없이 가보기도 하고 엉뚱한 위치의 숙소에서 묵기도 했지만 쓸모없는 사족이라 생각된다. 좀 더 많은 고민과 집중이 필요한 문제이다. 어쩌면 진짜 이 랠리의 모습은 몽골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 처음 이 랠리를 기획할 때는 혼자만의 자유로운 방황을 꿈꾸었다. 이제는 일과 여행의 중간쯤이 되어버린 느낌이라 기분이 않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