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 Lee Aug 18. 2015

도대체 얻어낸 것이 무엇이요

그리스인 조르바

가끔씩은..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는 것이

일년을 흘려 보내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      

생일을 맞이하며 다시금 내 삶에 일년을 더 보태며 사는 건지

일년을 더 감해 가며 사는 건지 두 손으로 정신을 꼬옥 잡아본다.            

   

"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얘기 좀 들읍시다.

  요 몇 해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들을 읽었을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종이도 한 50톤 쯤은 씹어 삼켰을테지요.

  그래서 얻어낸 게 과연 무엇이요? "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     


"도대체 얻어낸 게 무엇이요."

희랍인 조르바라는 책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고,

닥치는 대로 무언가 읽고 쓰고 했던 청춘의 나에게 던졌던 그 질문을

푸르름을 지나친 지금, 나에게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지금껏 그많은 종이를 씹어 삼키면서 얻어낸게 과연 무엇일까..?     

아는 만큼 보일 때도,아는 것이 병일 때도 있다.     

어느 책에서 말하듯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이미 유치원에서 배웠을 것이다.

거짓말 하지 말아라.

싸우면 바로 화해해라.

먼저 양보해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라. 등등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항상 상위로 여기는 인간의 교만함을 비웃듯

실상 진리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메피스토텔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나무는 푸르다"     

시간이 가고 종이를 먹어 치우며 지식에 지식만 더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들로 인해 얼만큼 삶의 본질에 가까와지고 있는지 늘 생각해 볼 일이다.     

삶에 어떠한 행동으로 적용시키고 있는가, 하나하나 점검해보면 부끄럽기 한이 없다.

터무니 없이 먹기만하고 성장하지 않는 아이같은 모습이 아닌지.

푸른 나무를 키우고 있는 건지, 한낱 종이벌레에 그치지는 않는지.


뭔가 위대한 일에 대해 우리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가슴 벅찬 말을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겪어내는 작은 일들이야말로 바로 삶의 내용이 되고 역사가 된다.

순간순간 아무 생각이 없는 나를 발견하곤, 

오늘도 역사를 엉망으로 쓰고 있는지 두렵다.     

아무리 바쁘고 복잡하며 시끄러운 세상에 살지라도 때로는 뒤돌아보며 헤아려 봐야한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무엇을 위해 사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10년을 훌쩍 뛰어넘어 던져본 질문에

다시금 깊은 한숨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