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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Lee Feb 26. 2016

나의 20년 다방5-종로<반쥴>

풋풋한 첫만남의 설레임


최근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반쥴>

내 20년 다방의 5번째 소개 장소이다.

앞서 소개한 신촌의 <미네르바>가

내 청춘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곳이었다면

종로의 반쥴은 풋풋한 설레임의 장소였다고 할까.


일상과도 같은 신촌 거리가 아닌 종로 거리,

특히 보신각 뒤쪽 골목은 각종 호프집과 주점과 카페들이 즐비했는데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도 부담없는 생동감 넘치는 유행의 거리였다.

되돌아 보면 그땐 참 많이 웃었던 것 같다.

힘든 일이 많었어도 괴롭거나 슬픈 일도

금방 털어내고 웃을 수 있었다.

그게 젊음의 힘이 아니었을까.


1990년대의 종로,

만남의 장소였던 6층짜리 종로서적이 건재했고

보신각옆 파일롯트 만년필 매장은 대학입학 선물의 최고봉이었다.

해외 개봉 영화는 무조건 종로로 나갔는데,

허리우드, 단성사, 피카디리와 그 옆 피카소 극장, 국도극장, 서울 극장까지 즐비했지만

그 당시엔 성룡과 홍콩 영화들이 대유행이었고

늘 북적대며 길게 줄서야 했던 기억이 난다.


광화문 짜장 떡볶이로 유명한 미리네 분식,

오징어로 유명했던 청석골과 화사랑 주점이 있었고,

피맛골엔 모임의 뒤풀이 단골 장소인 고갈비집이 있었다.

넓은 공터에 대충 천막을 치고

모르는 남들과도 친구처럼 왁자지껄 떠들며,

길쭉하고 등받이 없는 나무 의자에 앉아 먹던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긴 시원한 막걸리와

뜨끈하고 고소한 고등어가 떠오른다.

생맥주가 맛있었던 단체팅 명소 영플라쟈와

커피 좀 마실 줄 아는 애들이 가던 미팅의 명소,

바로 <반쥴>이 있었다.



종로에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커피 마시기 좋은 장소로는 반쥴이 유일했기에

반쥴은 내 20대 첫 단체 미팅의 장소가 되었다.

당시 반쥴은 1층을 커피, 2층을 레스토랑으로 썼던것 같고 반 지하엔 넓은 룸이 있었는데,

서울대생 남6명과 내 친구들 6명이 테이블에 남자들의 소지품을 놓고

우리가 골라서 짝을 정했던 소지품팅을 했고,

내가 빨간 삐삐를 골라서 애프터 신청까지 받았었는데,

우스운건 그 작은 삐삐는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정작 주인 얼굴은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그 뒤에 종로에 나가면 반쥴을 자주 가게 되었고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1974년 처음 레스토랑으로 문을 열었던 반쥴은

종로의 8,90년대 커피 문화를 선도 하다가

1998년에는 티포투라는 차 전문점으로 영업하며 반쥴의 이름이 잠시 없어 졌다가

2012년 6월에 다시 문화공간 반줄로 새로 태어났다.



지금 반쥴은 3,4,5층으로 되어있다.

3층 카페의 모습,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한

200여 종의 커피 그라인더에 입이 떡 벌어진다. 차를 마시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층 한쪽에는 이렇게 엔틱한 자리들이 있는데

인기가 있어 금방 사람들이 차곤 한다.

입구에는 하프가 놓여 있어서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피스트인 반쥴의 주인장이 종종 연주한다.




40년 동안 2대 째 수집한 전세계 2000여개의 찻스푼으로 장식된 4층.

모임장소, 와인바,연주회장, 갤러리로 쓰이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야외 테라스와 연결된 공간이라 단체 모임에 좋을것 같다.




종로...그리고 반쥴.


한 겨울의 어느날에

즐겁고 아낌없이 만끽했던 젊음과

풋풋했던 만남의 기억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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