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필요하기도 해

잔뜩 외로워져봐야

by cloudyess

최근에는 꽤나 정신이 없는 거 같다. 무언가를 해치우는 데에 급급하기도 했다. 출근해서는 일을 하느라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진을 빼고 온다. 퇴근을 하게 되더라도, 약속이 있다거나, 혹은 해야할 게 있다거나, 혹은 또 일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 정말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채, 다음 날을 마주하게 되는 거 같다. 나는 과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 자체가 없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면, 다시금 출근하고, 일을 열심히 하다가, 퇴근을 하고, 할 것들을 해치운 뒤, 어느새 침대에 누워있다. 누워있는 것도 잠시, 다시금 출근길 버스에 올라있는 나 자신을 되새길 때면, 뭔가가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그래서 주말이 꽤나 소중하다. 빈 시간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다. 비어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볼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그립기는 오랜만인 거 같다. 나는 그동안 중요한 것을 눈 앞에 두고도 다른 곳을 봐왔던 걸까. 갑자기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미련이 솓구치고는 한다. 이런 회한의 감정을 가질 때면 말이다. 그러한 자유를 조금이나마 더 누릴 걸 하는 마음. 그러한 여유를 조금 더 즐길 걸 하는 마음들. 이미 구겨버린 종이의 접힌 자국이 사라지지는 않듯, 어차피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서도 - 후회라기보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 자꾸만 거울로 뒤쪽을 바라보곤 하는 것 같다. 거울에 비춰진 이상 그것도 나인데 말이다.

이렇게 새벽에 -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는 아직 새벽은 아닐 수도 있지만 -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밖으로 나뒹구는 것이 더 좋았다. 뭐라도 나가서 해보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스스로도 너무나 젊은 나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체력이 떨어져가는 것은 보이는 거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체력이 떨어졌단 사실을 이제는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이전에는 매일매일 약속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했더라도, 내가 체력이 부족한 상태인지를 몰랐다. 그래서 몸이 아파야만 멈추는 시간이 되었었다. 물론 몸이 아프더라도 안 멈춘 게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고등학생 때는, 내 몸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로 달리다가, 한 달 동안 흰죽만 먹고 살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 상태로 계속 자습실에 갔던 것도 참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가 재충전이 필요한 시간임을 알면 - 남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고, 내가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 - 웬만하면 쉬려고 하는 거 같기는 하다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까 그것도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매일 같은 풍경을 바라본 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도파민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도파민을 찾다보니, 약속이 생긴다거나, 놀거리가 생긴다면, 마다하지 않게 되더라. 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 정확히 얘기하자면, 쉬고 싶단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 쉬지 않는 모순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외로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정확히 얘기하자면 고독일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른 장르이니까. 뭔가 헛헛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그 순간이 내가 달라져가는 순간이었던 거 같다. 나은 방향인지를 모르겠어도, 예전과는 다른 질적인 상태가 되어가는 느낌.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는 그런 느낌. 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그려나가야 할지에 관해 관조하는 그 감각. 그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런 시간을 몇 달이든 혹은 몇 주든, 아니면 몇 일이든 낼 수가 없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것은, 이 주말 사이에 남겨진 몇 시간 정도. 한껏 외로워야 한다. 그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감각의 서늘함을 느껴야만 한다. 그게 나만의 여유이다.

이 글은 진정으로 외로움을 느끼던, 방안에 갇혀 있던, 예전의 시간들에 대한 한이 서린 회고록 같기도 하다. 배가 부른 채로 써내려가는 기만이 가득 담긴 편지이기도 하다. 사람은 정말 소중하고, 사람한테 있어서 사람은 정말로 필요한 존재이지만, 외로움도 필요하다. 아 필수적이라고 고쳐서 말해야겠다. 외로움은 필수적이다. 외로움은 사람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이자, 나 자신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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