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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Jan 02. 2018

현명한 giver가 되는 네 가지 방법

말처럼 쉽지가 않다

 

 기버여야 하는 부분에선 능력 부족으로, 혹은 어설픈 욕심으로 완전한 기버가 되지 못하고, 기버가 경계해야 하는 부분에선 양심상, 혹은 성격상 기버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소진해버리곤 했던 나는야 멍충이 기버. 이 책에서 나 같은 사람이 얻을 수 있었던 조언은 네 가지다. 

1) 주저없이 조언과 도움을 더 구해도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면 상대를 번거롭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이 송구스러운 거다. 하지만 애덤그랜트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p248 조언을 구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질문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태도가 혼합된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의 한 형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때 확신 없는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이건 상대의 지식과 통찰력을 인정하고 존경한다는 뜻을 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기꺼이, 선뜻 도왔고 그것을 큰 행복으로 여겼다. 우주 만물 무엇이나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굴러가지 않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남에게 기여했다는 성취감은 인간 본성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또 그 상대가 끝까지 성취를 일굴 수 있도록 좀더 적극적으로 돕게 됐고 결국 성공했다면 함께 기뻐했다. 이는 내가 가치있는 일을 했다고, 상대가 도움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어떤 보상을 바란 건 아니었고. 그 입장을 뒤집어보면, 내가 조언을 구하는 것에도 너무 겁을 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조언을 구하는 만남을 요청하면서 내가 상대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니까 돌아오는 대답이 이러했다. "도움은 받은 사람에게 갚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는 겁니다." 조언을 구할 때 부담과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었던 만큼, 조언을 구하는 누군가에게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2) 주기만 하는 호구가 안 되려면 매처의 접근 방식을 함께 취해 내것으로 만들어라. 

 내가 어떤 제안을 할 때 내가 가장 본능적으로 예민하게 살피는 것은 "내가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닌가"였다. 책은 내게 다르게 생각하라고 제안했다. 상대의 '감정' 대신 상대의 '이익'에 초점화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제로섬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내 이득은 상대의 손해가 된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같이 이득이 되는 묘안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것은, 확실히 상대의 눈빛과 표정 하나하나 살피며 벌벌 떠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다. 

3) 이익을 보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니 드러내길 부끄러워 마라. 
 유리천장 관련 연구 결과, 연봉 차이의 직접적인 요인은 성별 그 자체가 아니라 테이블에서 협상을 할 때의 태도라고 한다. 더 친절하고 따뜻하길 요구하는 사회적 기대를 이기지 못하고 여성이 연봉을 더 요구하지 못하거나 덜 받고도 만족하더라는 것.

 꼭 성별 때문만이 아니라 나는 나의 이익을 보는 것이 '탐욕스럽다', '부도덕하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미친 도덕성을 요구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면 과하게 비난하는 사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며, 그에 대한 저항의 노력도 잘 하지 않았던 때문이라고 여긴다. 직장에서 업무를 배정받을 때도 내가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5-6년을 속앓이했다. 원하는 것이나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할 때 '이기적이다'는 평가를 듣게 되는데, 이게 내게 굉장히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다.

 다행히 그때보단 지금 더 내 욕망을 잘 드러낼 수 있게 됐는데, 이건 몇 번의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선택을 감행해 본 결과, 내 선택이 그리 큰 해악이 아니었으며 그로 얻은 마음의 평화가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경험 덕분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양과 양보와 친절의 미덕'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기에, 내 욕망과 잘 조율하며 공존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4) 이익을 취하는 건 좋은데, 내 이익만 취하기를 궁리하는 마음은 빈곤하다. 
 어중간하게 기버가 되려다 책망만 듣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설프게 테이커가 되려다 상대에게 수를 읽혀 더 큰 손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다. 또 테이킹하다보면 나노 단위로 일에 신경쓰게 되니 나 스스로에게도 손해였다. 사람 마음은 말 한 마디, 뉘앙스 하나에도 쉽게 드러나기 마련이기에, 나처럼 잘 드러나는 사람은 애초에 마음을 넓게 가지는 게 전체적으로 보면 이득이다. 아주 영리한 테이커가 될 수 없다면, 어지간하면 '같이 좋자'하는 마음을 갖는 편이 나 개인과 집단을 위해 더 좋다. 사소한 데에서 손해보지 말자고 쩨쩨하게 굴다가 큰 이득을 놓치지 말자. 나만 얻고자 하는 게 단위 이득은 클지 몰라도 그 생태계 안에 속한 나에게 장기적인 이득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새로운 환경을 접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지 파악하려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때 누군가가 베풀기 시작하면 그것이 하나의 규범이 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그 규범을 실천한다. 나는 그 첫번째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건 쉽지 않다. 나에 대한 자신감도 필요하고, 애초에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성공시킬까? 라는 질문을 해결할 때 '기꺼이 돕고 싶고, 도움도 바라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일에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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