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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Apr 02. 2019

사랑, 너는 자신있어?

사랑예찬과 향연을 읽고

아주 막 근지럽고 설레고, 퍽 즐거운 독서였어.


근데 나는 왜 사랑에 대해 뭘 쓰려니까 아무것도 못 쓰겠지? 야, 봐봐 그렇게 세상에 가득하고 길거리마다 공원 벤치나 영화관마다 넘쳐나는 게 사랑이야. 산책하던 개들도 꼬리를 흔들고 유치원 가면 애들도 사랑하는 애가 생겼다 그런단 말이야? 근데 이게 말로 정리하려니까 너무 버겁네 책 두 권에서 사랑이 뭐고 사랑을 지속한다는 건 뭐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장장 700쪽에 걸쳐 얘기하잖아, 게다가 왔다갔다 해, 자기랑 비슷한 거 찾는 게 에로스랬다가 결핍된 거 찾는 게 에로스랬다가. 그런데 내가 뭐라고 사랑을 정의하니.


결국 맘에 꽂히는 거 몇 문장 남는 게 독서잖아. 나만 그러니? 껄껄. 나 열심히 적고 줄 그어 봤는데, 다 읽고 나한텐 그런 말이 남더라고. 


‘나에게 가능성처럼 주어지지 않았던 무언가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 


아마 <사랑예찬>이었던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향연>에서도 말했던 거 같긴 해. ‘사랑은 자기 것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좋은 것에 대한 추구’라고.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같은 말처럼 들리더라고.



연애가 그렇잖아. 시작할 때는 나랑 비슷한 점을 찾아서 ‘우리가 닮았구나’ 하며 친근감 느끼면서 가까워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랑 다른 점에 불꽃 팍 튀지 않아?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지면 뭐하러 연애하겠어. 나랑 다른 부분 발견하고 그거 내 걸로 만들면서 내 세계 넓어지는 거 그게 재미고 기쁨이지.“니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매력적인 세계가 나한테 빨려들어와.” 이거 엄청 격한 사랑고백 아니겠니? 


근데 이게 또 좋기만 하진 않어. 나랑 비슷하면 조율할 필요가 없는데, 그래서 편안한데. 서로에게 없는 좋은 것일수록 그거 나한테 물들이기 너무 힘들단 말야. 잘 안 되면 자존감 뚝뚝 떨어지고, 다투기도 하고, 연애 둘만 하는 거 같아도 주변 환경이라는 게 있으니까 복잡하고 속상하게 얽히기도 하고. 좋자고 하는 연앤데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고. 근데 뭐 이게 바디우가 말한 ‘구축’이겠지. 권태롭고 대립적일 때도 있는 ‘사랑의 주된 업무’. 그러니까 사랑이 겨우 좋자고만 하는 게 아니라 , 고달프고 속 끓이는 그런 거 다 통틀어서 사랑인 거야 요녀석아- 하고 말하는 거 같았어.


그 권태나 대립이나 장애물들을 기꺼이 극복하고 약한 구석은 기대면서 같이 걸어나가려면, 그게 그냥 인격 수련하자고 하는 일은 아닐 거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할 만한 욕심이 나야지. 그런 요소가 나에게 있어야 하잖아. 아니면 나를 생각하는 상대의 마음 속에라도 있든가. 그러려면 나는 어때야 하냐면...


나는 계속 변해야 하더라고.


관계라는 게 한결 같으려면, 관계 속에 속한 두 사람은 부지런히 바뀌어야 하더라고. 내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했을 세계가 계속 매력적이어야 하는 거잖아. 그러려면, 계속 가만히만 있어서는 안 되는 거더라. 어떡하냐고? 계속 내 삶을 가꿔야지. 좋은 생각하고, 예쁜 말을 하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도 잘 준비하고, 내 일도 사랑하고, 함께 어울리면 행복할 사람들로 곁을 채우고.



"밉고 어렵고 속상하고 힘들고 아주 그지같아 너.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랑 같이 좀더 가보고 싶어."



이런 말 들을 자신 있어 너? 그런 사람 있어?

(만약 그렇다면.. 부..부럽다 너란 사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곁에 존재하는 건데, 누군가의 곁에 '의미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래. 책 너무 좋았는데, 나는 이거 하나 지키기에도 너무 빡세다 얘 사랑이라는 게.







트레바리 1901시즌 [국경]에서 책 두 권을 읽고 쓴 독후감(이라고 쓰고 넋두리라고 읽는다)입니다.

때론 넋두리라도 서로 들어주고 응원해줄 독서모임 여기있어요!

>>>https://trevari.co.kr/ap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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