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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

by 이수빈

밑 빠진 독



이것은 밑 빠진 독인 것인가? 아닌 것인가?

목이 터져라 소리쳐도

그 자리 그대로인 걸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알고 있지만

스스로를 다독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가련한 마음이여


그래,

밑 빠진 독에 자꾸 물을 채우려 하지 말고

다른 것을 채워보자

산뜻한 봄날 저녁의 달큰한 공기도 좋고

서로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도 좋고

가끔은 눈물 어린 우리네 삶의 이야기도 좋다


무얼 해도 이리 좋은 걸

무얼 해도 참 좋은 시절인 것을

나는 왜 자꾸만 오래된 진실을 느리게느리게 깨닫는 것일까?

아하, 느리게느리게 깨달아야 오래오래 기억하기 때문이겠지.



(201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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